사면초가 한전...추석 앞두고 전기요금 인상 가능할까?

조재희 기자 2023. 9. 1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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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가·고환율에 인상 불가피하지만
추석·총선 등 민심 역행 우려
내년부턴 ‘돌려막기’도 막힐 듯
서울 시내 한 상가밀집지역 외벽에 전력량계량기의 모습./뉴스1

한국전력의 총부채가 2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추가 전기요금 인상에 관심이 쏠린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추석과 내년 총선 등의 일정을 고려하면 인상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내년부터는 한전이 회사채조차 발행하지 못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전력산업이 위기를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말과 같이 회사채 발행을 위한 한전법 개정도 쉽지 않은 가운데 유가와 환율마저 타격을 주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형국이다.

◇4분기 전기요금 인상 필요하지만…쉽지 않은 현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7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전의 부채 문제와 관련해 “가능하다면 전력요금 조정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전기요금 추가 인상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원론적인 답변일 뿐 당장 4분기부터 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은 거의 없다. 일반적으로 전기요금은 한전이 전달 15일까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산업통상자원부에 보고하면 산업부와 기획재정부가 협의를 거쳐 20일쯤 발표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요금 인상 국면에서 협의가 길어지며 월말까지 밀리는 경우도 잦았다. 급기야는 지난 2분기엔 분기가 절반 지난 5월 중순에야 kWh(킬로와트시)당 8원 인상안을 발표했다.

현재 유가 수준과 달러 강세 및 누적 적자를 감안하면 4분기에도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시기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제 유가의 기준인 브렌트유는 이달 들어 올 들어 최고치인 90달러를 돌파했고,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연료비를 결정하는 원유와 석탄, LNG(액화천연가스)를 수입하는 국내 발전업계로서는 원가 부담이 커지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서 4분기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면서도 “하지만 가뜩이나 1년 동안 요금을 40%가량을 올리면서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추석을 앞두고 요금을 올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대와 다르게 움직이는 국제 에너지가격…작년보다 상황 악화

올 상반기 국제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안정세를 보이며 한전의 수익구조와 재무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커졌다. 하지만 1분기 전기요금 인상 폭이 예상보다 낮은 상황에서 2분기 인상마저 늦어진 탓에 턴어라운드의 적기를 놓쳤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부는 애초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했지만, 1~2분기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그쳤다. 한전이 ‘밑지고 파는’ 구조를 제때 없애지 못하면서 한전은 3분기에 반짝 흑자를 냈다가 4분기부터는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애초 정부는 장기적인 한전 누적적자 해소까지 염두에 두고 올해 필요한 전기요금 인상 폭을 kWh당 51.6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분기와 2분기 누적 요금 인상 폭은 kWh당 21.1원에 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마무리되며 에너지 가격이 안정화되면 추가 전기요금 인상 없이도 위기를 넘길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러-우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을 통해 유가를 끌어올리면서 상황은 더 악화했다.

◇요금 인상, 재정 투입 불가피

전체 전력업계에 끼치는 영향을 감안했을 때 한전의 재무상황을 이대로 둬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은 자산 매각을 비롯한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지만, 누적적자가 워낙 큰 상황에서 큰 효과는 없는 실정이다. 한 전력업계 관계자는 “정치권이나 바깥에서 구조조정을 요구할 땐 긴요하지 않은 비용을 줄이기를 기대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오히려 꼭 필요한 시설투자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왜곡될 수 있다”며 “벌써 신규 송배전망 투자나 기존 설비 정비·보수가 과거보다 줄었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말했다.

전기요금 인상이나 정부의 재정투입 없이는 현재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지난 7월 말 기준 회사채 누적 발행규모가 79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올해 적자를 나타내면 내년부터는 회사채 발행도 막힐 것으로 예상된다. 빚을 내서 이자를 내는 ‘돌려막기’조차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 등 정치 일정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인상은 쉽지 않고, 세수 부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재정투입도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이 정치권의 입김을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기요금 인상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앞으로도 전기요금을 어떤 식으로 인상하겠다는 원칙을 못 박을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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