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훈의 눈에, 다시 새겨진 익숙한 독기…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야구가 잘 안 되니…”
표정이 어둡다는 말에 최지훈(26‧SSG)은 잠시 숨을 고르더니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야구가 잘 안 돼서요”라고 말했다. 한숨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더그아웃에서 항상 활발했던 모습도 어느 순간부터 사라졌다. 조용히 훈련을 하고, 조용히 클럽하우스로 들어가기 일쑤였다. 뭔가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지난해 144경기 전 경기에 나가 3할 타율(.304)과 30도루(31개)를 동시에 달성한 최지훈이다. 입단 3년 차에 리그 최고 중견수 대열에 올라섰다. 타율과 출루율은 매년 높아지고 있었고,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력은 더 성숙해졌다. 지난 3월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 명단에도 당당히 포함됐다. 모두가 최지훈이 올해 더 좋은 성적, 혹은 지난해 수준의 성적은 기록할 것이라 기대했다. 하지만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타율이 뚝 떨어졌다. 11일 현재 올해 105경기에서 기록한 타율은 0.264. 출루율은 0.314에 그치고 있다. 지난해 성적은커녕 전반적인 득점 생산력은 2021년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준비를 게을리 한 것도 아닌데 뚝뚝 깎이는 타율에 선수를 포함한 모두가 당황했다.
그라운드에서의 표정도 자연히 어두워졌다. 항상 이글이글거리던 눈빛이 점차 총기를 잃어가는 게 뚜렷하게 보였다. 땅볼을 치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거나 숙였다. 터덜터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성적은 둘째치고, 팬들이 그를 사랑했던 그 표정이 아니었다. 최지훈의 꼬인 2023년을 상징하는 것 같았다.
최근에는 운도 따르지 않았다. 타격 메커니즘을 조금 수정하면서 타격감이 조금 올라오는 듯했지만,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대전 한화전에서 모두 안타를 치지 못했다. 잘 맞거나 코스가 좋은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는 장면도 몇 차례 있었다. 허탈한 마음에 다시 고개를 숙이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러나 포기는 하지 않았다. 주말 kt와 3연전에서는 달랐다. 최지훈의 눈에 독기가 점차 돌아오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8일 경기에서 3안타 1타점을 기록한 최지훈은 9일 안타와 볼넷 하나씩을 출루하며 감을 이어 갔다. 그리고 연패 탈출이 절실했던 10일 5타수 4안타 2득점으로 활약하며 팀 승리에 일조했다. 주말 3연전에서 타율 0.533(15타수 8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296을 기록하며 팀 공격의 돌격대장으로 다시 나섰다.
특히 3-5로 뒤진 9회 터뜨린 3루타는 이후 최정의 적시타, 그리고 박성한의 역전 투런으로 이어지며 팀 승리의 발판이 됐다. 상대 마무리 김재윤이 마운드에 오른 상황에서 첫 타자 출루가 굉장히 중요했는데 최지훈이 장쾌한 3루타로 단번에 홈 직전까지 가며 SSG가 기운을 차릴 수 있었다.
홈런성 타구였지만 최지훈은 부지런히 뛰기 시작했고, 3루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뛰기 시작했다. 최근 3경기에서 6득점을 기록한 최지훈은 주루 플레이부터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의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다. 타격감도 점차 살아나는 추세다. 지금까지는 내야에 갇히는 타구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공이 점차 외야로 강하게 나가며 장타를 만들어내고 있다.
남은 기간 대활약을 펼친다고 해도, 아마도 지난해 수준의 생산력으로 시즌을 마치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부진했던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갔다. 하지만 올해만 야구를 하고 말 것은 아니다. 최대한 좋은 분위기 속에서, 최대한 상승 곡선 속에서 시즌을 마쳐야 내년에도 그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 아직 20대 중반 선수에게는 더 중요하다.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할 시련이자 슬럼프였다면, 이를 탈출하는 방법을 빨리 깨닫는 것도 선수 경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
SSG의 시즌은 사실상 다시 시작되고 있다. 한동안 안정적인 2위 자리를 지켰지만 최근 부진 속에 5위까지 떨어졌다. 벌어놨던 건 다 까먹었다. 이제 다시 부지런히 벌어야 한다. 최지훈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편으로 아시안게임에서도 최지훈의 몫은 중요하다. 이정후(키움)가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외야 수비의 핵이자 타선의 감초로 활약해야 한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중요한 시기가 열리는 지금, 최지훈의 눈에 독기가 다시 서리는 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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