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도 경찰도 없다”…맨손으로 폐허 헤집는 모로코 생존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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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진 이들은 필요한 구조를 받지 못해서 죽었다. 내 아이들을 직접 구했고, 지금 아이들을 위한 덮개를 찾고 있다."
마라케시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마을 물라이브라힘에 사는 후세인 아드네는 1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8일 밤 지진(규모 6.8) 이후 사흘이 되도록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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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대지진]
“숨진 이들은 필요한 구조를 받지 못해서 죽었다. 내 아이들을 직접 구했고, 지금 아이들을 위한 덮개를 찾고 있다.”
마라케시에서 남쪽으로 40㎞ 떨어진 마을 물라이브라힘에 사는 후세인 아드네는 10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에 8일 밤 지진(규모 6.8) 이후 사흘이 되도록 구조대가 도착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 하루가 지나 나흘째가 되도록 여전히 여러 지진 피해 지역에 구조대 도착이 늦어지며 생존자들이 직접 건물 잔해를 뒤지며 맨손으로 사망자 발굴에 나서는 참혹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11일 에이피(AP) 통신 등은 지진 이후 구호 차량, 헬리콥터, 군인들이 모로코 중부 도시 마라케시 인근의 지진 피해가 큰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지만 피해 지역이 외지고 험준한 ‘하이아틀라스’산맥 주변에 산재해 있어 구조대 도착이 너무 늦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도로는 지진으로 훼손돼 중장비 이동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진다. 한 주민은 에이피 통신에 “당장 구급차도 없고 경찰도 없다”며 발을 동동 굴렀다.
노숙자가 된 생존자들은 여진을 두려워하며 임시천막 아래 몸을 누이고 있다. 거처를 잃은 지진 난민들은 거리에서 잠을 자고 식수와 음식을 찾으려 애쓰는 등 현장 상황은 처참한 상태라고 통신은 전했다.
지진에서 살아남은 야신 놈가르(36)는 식수·식량이 부족하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고 정부에 강한 불만을 표했다. 음식과 생필품을 팔던 상점들은 파괴되거나 문을 닫았다. 그는 “지금까지 정부의 도움이 거의 없다”며 “우리는 모든 것을 잃었다. 우리는 단지 우릴 도울 정부를 원한다”고 말했다. 지진 이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 노동자 모하메드 네자르도 나뭇조각으로 지어진 임시대피소에서 “이곳에서 문을 연 가게를 한곳도 볼 수 없다”며 “사람들이 지붕이 무너질까 무서워 건물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마라케시 인근 아미즈미즈 근처의 한 마을에는 지진 사흘째인 10일에서야 구조 차량이 나타났다. 구조대를 애타게 기다리던 생존자들은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환호했다.
모로코 내무부는 11일 오전까지 지진 사망자가 2497명, 부상자가 2476명이라고 밝혔다. 앞서 모로코 국영 티브이(TV)는 정부 당국의 말을 인용해 10일 오후까지 사망자는 2122명, 부상자는 2421명이라고 보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일 지진으로 약 30만명이 영향권 아래 놓여 있다고 집계했다. 무함마드 6세 모로코 국왕은 3일간의 국가 애도 기간을 선포한 뒤 전국의 모스크에 지진으로 숨진 이들을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하지만 지진 당일 국왕이 국외에 있어 대응이 늦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프랑스 르몽드는 모로코에 강진이 발생한 8일 모하메드 6세가 파리에 있었다고 전했다. 호흡기관에 생기는 염증 질환 사르코이드증을 앓고 있는 모하메드 6세는 2018년 파리에서 수술을 받은 뒤 정기적으로 프랑스를 방문해 치료를 받아왔다. 신문은 입헌군주제 국가인 모로코에서 국왕이 없는 상황에서 총리나 그 밑의 장관·시장 등도 손을 놓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국내 대응이 늦어지는 사이 국외 도움의 손길은 속속 도착하고 있다. 스페인은 10일 86명의 구조대와 구조견 8마리를 보냈고, 영국도 60명의 구조대와 구조견 4마리, 4개의 의료팀을 파견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여러 나라들이 돕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모로코 내무부는 10일 밤 국외 지원을 모두 받아들이면 조율이 어렵다며 아랍에미리트·카타르·스페인·영국 등 네 나라의 구조대만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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