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400만원인데 900만원 돌려 받았다”
外人 가입자중 위험손해율 117.7%
SNS에 보험 본전뽑기 후기 글도
업계 “비중 낮아...일단 지켜보자”
보험사기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외국인들마저 국내 보험의 맹점을 노리고 ‘의료쇼핑’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 보험 가입자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인들이 실손보험, 치아보험 등을 악용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보험료는 한국인이 내지만, 중국인이 혜택을 챙겨가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샤오홍슈, 웨이보 등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한국 국민보험(건강보험)·실손보험·치아보험 등 공·민영 보험에 대해 ‘양털 뽑기(하오양마오· 羊毛)’를 한다는 후기 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하오양마오’는 본전을 뽑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다.
한 샤오홍슈 가입자는 올 1월에 올린 글에서 “한국 치과에서 임플란트가 필요하다고 해 2개의 치아보험에 가입했다”며 “규정상 3개월 이후 임플란트 시술을 진행해 400만원 정도가 들었는데, 보험금을 청구해 900만원 가까이 돌려받았다”고 적었다. 100건 가까운 ‘좋아요’를 받은 이 글에는 관련 보험 정보를 요청하는 중국인들의 댓글이 달려 있었다.
다른 샤오홍슈 가입자는 올 4월에 “이가 아파 샤오홍슈를 뒤져보다가 한국 치아보험에 대해 알게 됐다. 반신반의하며 보험에 가입하고 진료를 받았는데 보험금 100만원 정도를 받았다”며 보철치료 경험에 대한 글을 올렸다. 그는 “치아보험을 하나만 가입한 게 후회된다. 다들 치과에 가기 전에 치아보험에 가입하라”고 조언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임플란트 재테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보험금을 많이 받았다”, “실손보험에 가입해 월 7000원 정도 보험료만 내면 MRI 촬영, 도수치료 비용을 보상받을 수 있다” 등 보험금 청구 후기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모바일 앱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 과정을 캡처한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하는 글, 보험 처리가 가능한 병원을 알리는 글도 적지 않았다. 병원 또는 병원 소속 코디네이터가 계정을 만들어 직접 홍보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보험 활용법이 SNS 등을 통해 활발하게 공유되면서 국내 보험의 적자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강보험뿐 아니라 실손보험도 중국인 가입자로 인한 적자 상태가 계속되고 있어서다.
국내 대형 4개 손해보험사의 지난해 말 기준 외국인 실손보험 가입건수는 26만8635건이었는데, 중국인 가입자는 19만3015건으로 전체의 71.9%를 차지했다. 이들 보험사의 중국인 국적 가입건 위험손해율은 117.7%로, 전체 외국인 국적 가입건 손해율(110.7%)보다도 높았다. 위험손해율이 100%를 넘는 것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보다 보험금으로 타간 돈이 많다는 의미다.
눈여겨볼 만한 점은 4개 회사 모두 중국인 국적 가입건의 손해율이 중국인을 제외한 기타 국적 손해율을 크게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중국인과 기타 국적 간 손해율 차이는 2020년 24.7%포인트, 2021년 26.2%포인트, 2022년 30.3%포인트 등으로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남인순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재외국민을 포함한 전체 외국인 가운데 중국인만 유일하게 보험료 납부액보다 급여혜택이 많아 229억원 적자를 봤다.
중국인의 건강보험 무임승차 우려에 정치권에선 입법 움직임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국민의힘의 송언석 의원과 주호영 의원은 2021년 국내 체류 외국인이 외국에 거주하던 가족을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 혜택만 볼 수 없도록 피부양자의 건강보험 적용요건을 국내 체류기간 6개월 이상으로 강화하는 취지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각각 발의했다. 보건복지부도 외국인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요건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보험업계에서는 ‘먹튀’ 논란에 대해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외국인의 의료쇼핑을 부채질할 수 있는 느슨한 가입요건부터 손질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현재 보험사들 대부분은 국내 체류기간 3개월 이상시 발급되는 외국인등록증만 있으면 외국인의 보험 가입을 받아주고 있다. 또 가입시 보험사에 과거 병력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하더라도 이를 제대로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실손보험의 중국인 가입건 손해율이 높다지만 아직까지는 전체 가입자 내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한 만큼, 미리 허들을 높여 시장을 위축시킬 필요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국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대비한 외국인 이민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향후 외국인 대상 보험시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가입자들이 한국 보험 활용 팁을 SNS 등으로 공유하고 보험금 청구·수령도 많이 하고 있는 만큼 다른 국적에 비해 손해율이 나쁜 것은 맞다”면서도 “아직 전체 실손보험 내 비중이 많지 않은 상황이어서 보험사들도 일단 지켜보자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더 논의가 필요한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승연·서정은 기자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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