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퇴마사 강동원 vs 김감독 송강호 vs 손기정 하정우
조연경 기자 2023. 9. 11. 11:30
이름값을 걸고 싸운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 강동원 송강호 하정우가 진퇴양난 추석에서 제대로 맞붙는다.
강동원의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김성식 감독)', 송강호의 '거미집(김지운 감독)', 하정우의 '보스톤 1947(강제규 감독)'은 오는 27일 한 날 한 시 개봉을 확정 짓고 홍보 프로모션의 첫 시작인 제작보고회를 모두 마쳤다. 그리고 11일 '보스톤 1947'을 시작으로 14일 '거미집', 19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 각각 공식 언론배급시사회를 갖고 완성된 작품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윈윈 효과에 대한 희망을 더 키워보고 싶지만 바로 전 여름 시장에서 벌어진 동시 개봉 악 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배급사들은 어느 때보다 긴 추석 연휴를 놓칠 수도 없었던 상황. 무엇보다 강동원과 송강호는 '브로커', 하정우는 '비공식작전'으로 모두 전작에서 흥행 쓴맛을 본 터라 이번 추석 관객 사랑이 꽤 간절하다. 전혀 다른 장르, 전혀 다른 캐릭터로 승부수를 띄우게 된 세 배우 중 명절 대목은 누가 먼저 챙길지 영화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기다렸어 '종합선물세트' 강동원
'검은 사제들'의 아가토 신부님보다 가볍고 '전우치'보다 묵직한 '천박사'로 돌아오는 강동원이다.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귀신을 믿지 않지만 귀신 같은 통찰력을 지닌 가짜 퇴마사 천박사가 지금껏 경험해본 적 없는 강력한 사건을 의뢰 받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판타지 코믹 액션에 무속과 퇴마 등 오컬트 소재까지 접목 시킨 장르는 물론, 그간 강동원이 관객들에게 사랑 받았던 작품 속 캐릭터들의 강점만 모은 완성형 인물로 종합선물세트를 자랑한다.
실제 천박사 설정을 보면 귀신과 사람의 마음을 홀리는 화려한 언변, 리드미컬한 검술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까지 서사마저 완벽하다. 그리고 강동원은 이러한 만화 같은 캐릭터를 찰떡같이 소화하는 배우로 검증됐다. 김성식 감독 역시 "비현실을 현실로 바꿔 줄 배우는 강동원 밖에 없었다"고 단언했다. 무엇보다 작품만 좋으면 신인 감독들과 거리낌 없이 호흡 맞추는 것으로도 유명한 강동원인 만큼 그의 안목에 대한 신뢰도 상당하다. 최근 내놓는 작품마다 타율 좋은 제작사 외유내강과의 시너지 역시 기대 포인트다.
"천박사는 언변이 굉장히 뛰어나서 사기꾼처럼 보이지만 어떤 비밀을 품고 있는 캐릭터다. 가짜 퇴마사 역할을 위해 무당 유튜브를 많이 챙겨 봤다. 검의 달인은 아니지만 잘써도 못써도 안 되는 검술 수위 조절이 필요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땐 요즘 시대에 맞는 신선한 시나리오라 생각했다. 퇴마라는 소재를 보통 호러 영화로 보는데 '천박사'는 경쾌하고 현대적이고 액션도 많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모험 활극이다.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드디어 '감독' 송강호
현실에서 메가폰을 잡아도 전혀 어색함 없는 송강호가 작품 안에서 먼저, 드디어 감독이 됐다. 장발의 펌 헤어부터 70년대 예술가 그 자체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들을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가 김감독으로 분해 어디에서도 만난 적 없는 새로운 송강호를 보여준다.
충무로를 넘어 글로벌이 인정한 배우다. 그런 그가 더 넓은 세계가 아닌, 한국 영화계에서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70년대 촬영장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전설과 전설의 만남이다. 김감독은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 당하던 시대,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계속해서 악평과 조롱에 시달려 욕망과 집착에 휩싸이게 된 인물. 영화배우 송강호가 감독으로서 직접 전해줄 '영화 이야기'가 벌써 흥미롭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초청작, 송강호의 영화적 동지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 협업작이라는 점에서 믿고 본다.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거미집'은 지금까지 보아온 영화 시나리오와 달랐다. 형식과 내용 모두 신선해 '새로운 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김감독은 예술가로서 걸작을 만들고 싶은 열망, 재능 같은 것들이 뭉쳐 있지만 그걸 분출하지 못 해 어쩔 줄을 몰라하는 사람이다. 우리 모두에게 있는 면 아닐까 싶다. 첫 감독 역할은 지시만 내리면 되니 좋더라.(웃음) '살인의 추억'과 '공동경비구역 JSA' 현장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그러한 즐거움과 경쾌함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이다."
역사적 실존 인물 '손기정' 하정우
무게감으로 따지면 어떤 캐릭터보다 무겁다. 지극히 영화적으로 창조 된 캐릭터를 연기한 두 배우들과 달리, 하정우는 전 국민이 아는 실존 인물을 연기했다. 마라톤의 산증인, 역사가 기억하는 금메달리스트 손기정 선생이다. '1947 보스톤'은 1947년 광복 후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마라토너들의 도전과 가슴 벅찬 여정을 통해 대한민국 최초의 국가대표 마라토너들의 감동 실화를 전한다.
일제강점기 개최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손기정 선수는 2시간 29분 1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가슴에 일장기를 단 채 시상대에 올라 울분을 터뜨려야 했다. 영화에서는 그 기억을 품은 채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마라톤 팀의 감독이 된 손기정을 그린다. 때문에 이를 연기한 배우 또한 단순한 기술적 연기가 아닌, 그 진정성을 고스란히 품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촬영을 진행한 3년 전 하정우가 어떤 마음으로 뛰었을 지 확인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마라톤의 산증인이자 전설 같은 분을 연기하게 돼 영광이었다. 손기정 선생님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대사를 내뱉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감독님께 손기정 선생님의 실제 성격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등 사소한 것까지 다 여쭤봤다. 굉장히 외골수에 에너지가 있으신 분으로 느껴졌다. 가슴이 뭉클하고 웅장해지는 작품이다. 관객들에게도 온전히 잘 전달되고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일제강점기 개최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국가대표 손기정 선수는 2시간 29분 19초의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해 금메달을 거머쥐었지만, 가슴에 일장기를 단 채 시상대에 올라 울분을 터뜨려야 했다. 영화에서는 그 기억을 품은 채 태극마크를 단 국가대표 마라톤 팀의 감독이 된 손기정을 그린다. 때문에 이를 연기한 배우 또한 단순한 기술적 연기가 아닌, 그 진정성을 고스란히 품고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내야 한다. 촬영을 진행한 3년 전 하정우가 어떤 마음으로 뛰었을 지 확인할 수 있다.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출연을 결정했다. 마라톤의 산증인이자 전설 같은 분을 연기하게 돼 영광이었다. 손기정 선생님을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대사를 내뱉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감독님께 손기정 선생님의 실제 성격 '힘든 시간을 어떻게 이겨내셨는지' 등 사소한 것까지 다 여쭤봤다. 굉장히 외골수에 에너지가 있으신 분으로 느껴졌다. 가슴이 뭉클하고 웅장해지는 작품이다. 관객들에게도 온전히 잘 전달되고 기억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연경 엔터뉴스팀 기자 cho.yeongyeo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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