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과학칼럼] 癌치료 방사성의약품 국산화 시급

2023. 9. 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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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이 방사성의약품을 제조하고 있다.[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이제 일반인에게도 익숙한 방사선 치료는 종양, 즉 암 치료에 자주 사용된다. 몸 밖에서 방사선을 쬐는 치료도 있지만 방사성 핵종 치료는 몸 안에서 특정 암세포를 찾아가 그 세포만 치료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그중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 핵종치료(PRRT·Peptide receptor radionuclide therapy)는 암 세포에 많이 나타나는 펩타이드 수용체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붙여 주사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신경내분비종양 또는 전립선암 위주로 개발 중인데 개발 및 임상 적용 결과가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난 2020년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신속 심사를 통해 다국적 제약회사 노바티스의 신경내분비종양 펩타이드 수용체 방사성핵종 치료제 ‘루타테라’를 국내에 정식으로 도입했다. 신경내분비종양은 호르몬을 생성하는 신경내분비세포에서 시작된다. 위, 소장, 대장 같은 소화기관뿐 아니라 폐, 신장 등 신체 어디에나 생길 수 있고 발병 장기에 따라 증상과 진행 속도도 다양하다.

최근 국내 유병률과 발생률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전이성 신경내분비종양은 수술로 제거하기 어려운 데다 세포 성장속도가 느려서 일반적인 항암 화학치료제나 외부 조사 방사선치료로는 잘 치료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치료제 루타테라가 이 희귀 질환자들에게 유일한 희망이 되고 있다. 신경내분비종양 대부분은 성장억제 호르몬 수용체가 과발현되는 특성이 있다. 이를 이용해 성장억제 호르몬 유사체에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루테튬(Lu-177)’을 붙이면 성장억제 호르몬 수용체를 과발현하는 신경내분비종양을 쫓아 선택적으로 치료한다. 이것이 루타테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루타테라는 7~12주 간격, 4회 치료가 표준 치료법이며, 보험 혜택은 위장관 신경내분비종양의 3차 치료와 췌장 신경내분비종양의 4차 치료까지만 적용된다. 이후에는 1회에 2200만원이 넘는 고가의 약값을 환자 본인이 모두 부담해야 하는 데다 치료 횟수 또한 최대 6회로 정해져 있다. 그 이후에는 아예 대한민국에서 치료가 불가능하다. 6회 치료를 모두 받은 국내 환자들이 추가 투여나 후속 방사성 치료를 받으려면 해외 원정 치료를 고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루타테라 치료도 쉽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유럽에서는 종양 치료에 더 뛰어난 펩타이드를 이용한 방사성 치료제를 개발해 임상 연구 중이다.

또 이미 오래전부터 루테튬보다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이트륨(Y-90)’을 활용한 치료도 널리 사용 중이다. 이트륨은 루테튬과 같은 금속성 방사성 동위원소로, 다양한 펩타이드와 안정적으로 결합할 수 있다. 체내에서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인 반감기가 루테튬은 6.65일인 데 반해 이트륨은 2.7일로 짧다. 체내에서 사라지는 기간이 훨씬 짧아 방사선 영향을 적게 받는다.

또 루테튬은 낮은 에너지의 감마선과 베타선을 방출해 1.7mm만 투과할 수 있지만 이트륨은 고에너지의 베타선을 방출해 11mm까지 투과할 수 있어 조직 안에 숨어 있는 암 세포에까지 닿을 수 있다.

게다가 이트륨은 방사능을 갖지 않은 상태에서 표준 물질을 만들기 쉬워 고농도 물질로 연구가 가능하고, 감마선을 방출하는 요오드(I-131)와 달리 순수하게 고에너지 베타선만을 방출해 치료 후 입원할 필요 없이 당일 퇴원도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즉 이트륨이 루테튬보다 더 안전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루타테라 치료의 효과를 높이거나 후속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후속 방사성 치료제가 필요하다.

고에너지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거나 다른 작용기전을 가지면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대체 방사성 치료제가 도입된다면 환자들에게 또 다른 희망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루테튬보다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활용하면 루타테라에 치료 효과를 보인 환자분들뿐 아니라 기존 루타테라에 효과가 없었던 진행성 신경내분비 종양환자도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루테튬 보다 높은 에너지를 방출하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우수 의약품 제조 및 관리(GMP) 기준에 부합하는 우수한 품질은 기본 전제다. 국산화로 가격이 저렴해지면 아픈 몸과 비싼 치료비의 이중고를 겪는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다.

또 새로운 치료법도 적극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종양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펩타이드 수용체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다. 이 수용체들과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하면 또 다른 난치성 질환 치료제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다양한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산할 능력과 기반을 갖춘다면 새로운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외줄타기를 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루타테라만으로는 부족하다.

김용일 서울아산병원 핵의학과 전문의

nbgk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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