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대게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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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참고서 한 권 마음 편히 살 형편이 안 됐다.
내 이름 '영덕'이 대게의 유명 산지명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용한 농담이었다.
내가 몸담은 창업계에도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유학파, 명문대 출신 청년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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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난한 집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 시절에는 참고서 한 권 마음 편히 살 형편이 안 됐다. 그런데도 기죽지 않고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웃픈’ 계기가 하나 있다.
초등학교에 갓 입학했을 때였는데, 교무실에서 선생님이 “영덕 대게 왔나?” 하며 반겨 주셨다. 내 이름 ‘영덕’이 대게의 유명 산지명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용한 농담이었다. 하지만 대게가 뭔지도 몰랐던 나는 마음대로 ‘큰 대(大)가 들어가니 좋은 뜻일 거야'라고 생각해 버렸다. 선생님에게 칭찬받았다는 설렘은 내게 뭔가 ‘크게 될 사람’이라는 믿음으로까지 발전했다. 그 믿음 덕분에 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나는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고, 나름 성실한 학생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6학년쯤에는 ‘영덕 대게’의 진실을 알게 됐지만, 그 때는 더 이상 진짜 의미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후 나는 과외 한번 없이 서울대에 입학했고 나름대로 성공한 기업인이 돼 지금은 은행권청년창업재단에서 후배 창업가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이제 옛말처럼 여겨지는 듯하다. 서울 소재 명문 대학은 강남 출신이 절반이 넘고, 전문직 종사자나 대기업 등 좋은 직장에서 일하는 청년의 수는 부모의 소득 수준에 비례한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다. 내가 몸담은 창업계에도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유학파, 명문대 출신 청년들이 많다.
계층 이동을 원활하게 하려면 어떤 정책이 필요할까. 당장 먹고 살고 학비를 낼 수 있게 해주는 지원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어려운 환경 속에 있는 미래 세대에게 꿈과 자부심. 희망을 줄 수 있는 지원도 필요하다. 한 국내 유명 대학에서 실리콘밸리 견학 프로그램을 운영해 보니 참여 학생들이 졸업 10년 내 창업을 하고 성공한 기업가로 성장한 비율이 일반 학생들보다 압도적으로 높았다고 한다. 성공한 선배 기업인과의 만남이나 인턴 경험을 계기로 창업하게 된 경우도 흔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런 기회도 대개 넉넉한 집안에서 자란 명문대 청년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저소득층 청소년, 청년들에게 꿈의 자양분이 될 경험을 제공하면 어떨까. 이들에게 실리콘밸리와 워싱턴 DC를 보여줄 수도 있고, 국내외의 성공한 사업가와 사회 지도층을 만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재능 있고 야망 있는 누군가는 분명 그 경험을 땔감 삼아 꿈과 희망을 키우고 열정을 불태울 것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수많은 장학재단, 공익 재단, 기업의 사회공헌 조직들도 이런 꿈을 키우는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면 한다. 밥보다는 책을, 책보다는 꿈을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 선생님의 농담 섞인 ‘영덕 대게’ 인사가 나에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었던 것처럼, 지금의 기성세대도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선물할 방법을 다 같이 고민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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