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결과, 그 행간 사이에 숨어있는 민심을 찾아라
조사기관마다 차이 나는 정당 지지율,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총합 측정치’로 총선 예측할 수 있어
(시사저널=신창운 한국여론평판연구소 소장)
2020년 21대 총선 판세를 족집게처럼 맞힌 전문가가 내년 총선을 전망하면서 "현재 분위기라면 국민의힘 170석, 민주당 120석"이란 예측 결과를 발표해 화제가 됐던 적이 있다. 정권 심판론의 한계,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등을 근거로 해서다. 반면 국민의힘 쪽에선 21대 총선 때의 103석 대 16석이란 수도권 참패 트라우마가 재연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여전히 논쟁의 불씨로 남아있다.
어떤 예측이 맞는지 최근 필자에게 묻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다. 현시점에선 예측하기 쉽지 않다. 아직 선거 때까지 변수가 많이 남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한계도 고려해야 한다. 응답자가 전부 투표하러 가는 게 아니다. 지지하는 정당과 실제 투표할 정당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부동층 상당수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여러 가지 질문과 분석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총선 예측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질문이 정당 지지율이다. 수도권 위기론 실체 여부도 결국 정당 지지율에 달려 있다. 문제는 조사 방법이나 질문 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매우 다르다는 것. 어떤 걸 믿어야 할지 또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어려움이 적지 않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 두 차례 이상 여론조사를 실시한 조사기관의 정당 지지율 평균치를 토대로 관련 이슈들을 검토했다.(표① 참고)
ARS 조사에서 높게 나오는 민주당 지지율
첫째, 전화면접과 ARS 조사 간 지지율 격차다. 전화면접 방식에 기반한 한국갤럽 데일리 오피니언과 4개 조사기관 공동 전국지표조사(NBS)에선 민주당이 각각 30%, 25%였고, 국민의힘은 34%, 33%였다. 이에 반해 ARS 방식으로 조사한 5개 여론조사기관의 경우 민주당이 36~46%, 국민의힘이 36~38%였다. 국민의힘도 그렇지만, 특히 민주당 지지율이 ARS에서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ARS 방식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건 정치 고관여층의 적극적인 응답 때문이다. 무당층의 경우 반야당 정서도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반여당·반정치적 정서가 강한 특징을 갖고 있다. 이들 무당층이 전화면접에선 31%와 35%인 데 비해 ARS에선 13~21%로 낮게 나타난 것도 민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 배경으로 볼 수 있다.
면접원 전화통화와 기계식 자동응답(ARS) 방식은 산출된 조사 결과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서로 직접적으로 비교해선 안 된다고 할 만큼 대비되는 자료 수집 방식이다. ARS는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응답자들의 속마음 표출이 수월해 좀 더 적극적인 자기 의사 표현으로 인해 무당층이 적은 편이다. 면접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편향을 제거할 수 있고, 보궐선거나 사회 현안 등 고관심층 대상 조사에 유리하다.
총선 예측의 유효성을 고려할 경우 ARS의 단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응답 설득 등 조사자가 실사 프로세스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점, 이로 인한 낮은 응답률, 정치 고관여층 비중이 높아 전체 유권자 대표성이 떨어진다. 총선에 대한 일반 국민의 관심이 정치권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현재는 물론 점차 높아지고 있는 투표율로 인해 선거에 임박해서도 정치 중관여층까지 포용할 수 있는 전화면접 방식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둘째, 질문 순서 효과로 인한 민주당 지지율 차이다. 정당 지지율을 대통령 지지율보다 먼저 물을 경우 민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ARS라는 동일한 방식으로 묻더라도 대통령-정당 순으로 물어보면 민주당 지지율이 36%(에이스리서치), 40%(여론조사공정)인 데 비해 정당-대통령 순으로 물을 경우 44~46%로 적게는 4%포인트, 많게는 10%포인트 차이가 난다.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을 먼저 물을 경우 특히 야당 성향의 정치 고관여층 중 일부에서 응답 거절이 나타날 수 있다. 고관여층 일부가 빠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민주당 지지율이 낮게 나타날 것이란 해석이다.
조사 방법 측면에선 질문 문항 순서 효과가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설명을 위해선 정당 지지율을 광의의 포괄적 개념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협의의 구체적 개념으로 상정해야 한다. 정당 지지율을 평가할 땐 대통령 국정수행을 고려하지만, 대통령 지지율은 정당 지지 여부와 무관하게 평가할 것이란 가정이다.
가령, 결혼 만족도를 먼저 묻고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를 묻게 되면,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에서는 결혼을 포함한 전반적인 만족도로 응답하지 않고 결혼 이외의 측면에 대한 만족도를 묻는 것으로 간주해 응답한다는 얘기다. 결국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 다음에 묻는 정당 지지율에선 각 정당 대표 및 정책 활동 등을 앞선 질문, 즉 대통령 지지율과 별개로 혹은 대비해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지지율 추세·투표 확실층·무당층 분석 필요
셋째, 총선 예측에서 정당 지지율 효용성 제고다. 정당 및 대통령 지지율, 정당 후보 지지율, 심판론과 견제론, 현역 교체 의향 등을 모두 동원하더라도 판세 예측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선거 당일 실시되는 출구조사도 매번 틀리니 말이다. 특정 질문의 유효성을 획기적으로 높이더라도 비례대표 의석 예측에만 한정 적용될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총선 전망의 유효성을 높일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정당 지지율 등 관련 조사 결과에 대한 추이를 살펴야 한다. 특정 시기의 단편적 수치에 일희일비해선 안 되는 건 물론이다. 특정 정당 지지율의 절대적 수치는 틀리거나 튈 수 있지만, 일정 기간의 지지율 추세는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참여 의향 외에 사전투표 여부, 예정 시간, 가족 동반 여부 등 추가 질문을 통해 적극 층을 정교하게 가려내는 작업도 필요하다. 전체 응답자보다 이들의 지지율이 실제에 더 가깝기 때문이다. 사전제에 힘입어 역대 총선 투표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도 감안해야 한다. 2012년 19대 총선 때의 54.2% 이후 58.0%(2016년 20대), 66.2%(2020년 21대)로 높아지고 있다.
전화면접 조사 기준 30%를 넘나드는 무당층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국회의원으로 대표되는 정치인들은 영향력 대비 신뢰가 낮은 편이고, 정당에 대한 호감도 역시 제한적이다. 상대적으로 반여당·반정치적 정서가 강한 무당층으로 인해 여당 지지율이 야당보다 앞서더라도 실제 선거 득표율에선 그렇지 못한 현상이 초래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점이 최근 국민의힘 쪽에서 나오고 있는 위기론의 근거일 수 있다. 무당층 분석과 관련해선 판별분석 등의 방식을 통하거나 무당층 규모가 작은 ARS 조사 결과와의 계층별 비교를 통한 분석이 가능하다. 진보적 무당층, 보수적 무당층, 중도적 무당층, 정치 비관심 무당층 등으로 세분화한 한국갤럽 모델을 참고할 수도 있다. 각각의 구성비와 추이 변화를 통해 유불리 판단이 가능할 것이다.
9월4일 한 방송사가 '극과 극 여론조사, 왜'라는 제목으로 보도를 했다. 민주당 지지율이 한국갤럽은 32%(8월 4주)에서 27%(8월 5주)로 하락한 반면, 알앤써치에선 같은 기간 46.2%에서 50.0%로 상승한 사례를 제시했다. 동일 시기에 특정 정당 지지율 추세가 반대 방향이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난 지지율이 23%포인트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는 것이다.(표② 참고)
전화면접과 ARS 조사 방식의 장점 접목해 실제 여론에 다가가야
'왜'라는 질문에 대해선 조사 방법, 즉 결과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 전화면접과 ARS라는 자료 수집 방법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물론 비슷한 방식에서 조금씩 상이한 조사 결과가 존재하기 때문에 충분히 납득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또 다른 문제는 이처럼 달리 나타나는 수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하느냐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전화면접과 ARS 두 가지 방식의 장점을 접목해 실제 여론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단일 조사기관 대신 다양한 조사기관 수치를 합친 '총합 측정치(Aggregation Index or Composition)'를 필자는 제안한다. 정당 지지율의 경우 아무리 정교한 방식을 동원하더라도 절대적 수치의 정확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건 상대적 수치, 가령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율 간 격차 추정치다.
측정치라고 해서 어려운 건 아니다. 두 조사에서 나온 지지율을 단순히 합산 평균하면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이보다 정교한 측정치를 산출하고자 할 경우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여론조사 개요를 참고하면 된다. 표본 크기, 조사 시기, 응답률 등은 당장이라도 가중치 부여가 가능하다. 표본 크기 500명 대 1000명, 1주일 전 조사 대 어제 조사, 응답률 5% 대 15%를 차별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민감한 문제이긴 하지만, 조사기관에 대한 정성적(질적) 평가와 ARS 대비 전화면접 가중치 배율도 반영해야 한다. 조사기관별 매출액과 직원 수, 업력 등 객관적 수치 외에 선거 예측 경험과 정확성 등 평가 요소가 적지 않다. 조사 방법 이론, 기왕의 분석 결과, 예측 경험 등을 토대로 전화면접과 ARS에 대한 잠정적 가중치 부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두 가지 방식의 장단점 및 유효성에 대한 추가적 연구가 풍부해질 것이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해법은 없을 것이다. 현재로선 가중 평균 방식으로 구성한 지지율 총합 측정치, 그리고 경쟁 정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어떤 추세를 보여주고 있는지 추적 관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그럼에도 역시 지금의 민심 추세를 파악하는 데 여론조사가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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