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무차별 포위’ 멈춘다…뉴욕 경찰이 바뀌는 이유는?

황경주 2023. 9. 11.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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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 뉴욕시는 자유의 상징이면서 동시에 강한 경찰권으로도 유명하죠.

뉴욕 도심에선 수많은 인파 사이 곤봉으로 무장한 경찰들 모습이 쉽게 눈에 띄는데요.

이런 뉴욕 경찰이 공권력을 대폭 축소하는 '셀프' 개혁안을 내놨습니다.

어떤 배경이 있는 건지 지구촌 돋보기에서 황경주 기자와 알아봅니다.

뉴욕 경찰이 앞으로 시위 대응 수위를 크게 낮추기로 했다고요?

[기자]

미국 뉴욕시 경찰이 5일 '경찰 개혁안'을 내놨습니다.

시위 상황에서 경찰이 과도하게 무력을 사용하지 않도록 하고, 언론이 더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골자인데요.

먼저 시위 상황을 불법 폭력 행위가 발생할 위험성에 따라 4단계로 나누고, 단계별로 경찰의 대응 방법을 구체화했습니다.

평화적인 시위는 최대한 자유롭게 보장하고, 시위대가 중요한 인프라를 차단하거나 범죄 가능성이 있을 때만 경찰 인력이 추가로 배치된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법원이나 병원 같은 '민감한 장소'에 시위대가 진입하는 긴급 상황에서만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 있는데, 이때도 가능하다면 시위를 계속할 다른 장소를 찾아주도록 했습니다.

또 경찰의 시위 대응 이후에 그 대응이 적절했는지 판단하는 '감독 위원회'도 신설할 방침입니다.

[앵커]

강한 공권력의 상징인 뉴욕 경찰이 이런 개선책을 내놓은 배경,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죠?

[기자]

2020년 5월 미국 미네소타 주에서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졌죠.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플로이드의 목을 경찰이 무릎으로 짓누르자, 플로이드가 "숨을 쉬지 못하겠다"고 괴로워하는 장면이 공개돼 미 전역이 들끓었습니다.

이는 '흑인의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인종차별 반대, 경찰 규탄 시위로 이어졌죠.

뉴욕에서도 연일 시위가 벌어졌는데, 여기에 뉴욕 경찰은 강한 공권력으로 맞섰습니다.

[더모트 셔/뉴욕 경찰국장/2020년 당시 : "우리는 공개적으로 집회할 권리, 시위할 권리, 언론의 자유를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누구에게든 해를 끼치려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무관용으로 대할 것입니다."]

특히 뉴욕 경찰은 '케틀링'으로 불리는 관행적인 진압 방식을 사용했는데요.

'케틀링'은 우리말로 주전자라는 뜻인데, 끓는 주전자의 뚜껑을 닫아 김을 막는 것처럼 시위대를 일정 구간에 가둬 진압하는 방식입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때리거나 무리하게 체포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공개돼 논란이 커졌습니다.

[앵커]

당시에 결국 뉴욕 경찰을 상대로 소송이 잇따랐죠?

[기자]

시위대와 시민단체는 물론이고 당시 뉴욕주 검찰총장까지 경찰국장 등을 상대로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특히 당시 검찰총장은 "경찰이 '케틀링'으로 시위대를 포위하고 의료진까지 마구 체포했다"며, "이 오랜 무력 사용을 끝내겠다"고 했었죠.

[러티샤 제임스/미 뉴욕주 검찰총장/2021년 당시 : "뉴욕시와 뉴욕 경찰 지도부가 대체로 평화 시위를 하는 뉴욕 시민을 상대로 과도한 무력을 쓰고, 잘못된 체포를 하는 습관을 끝내겠습니다.]

결국 뉴욕시는 올해 3월 '케틀링' 과정에서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시위대에 배상하기로 합의했는데요.

시위대 수백 명에게 각각 2만 천 5백 달러, 우리 돈 3천만 원 가까운 배상금을 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미국 시위대가 낸 집단 소송에서 나온 합의금 가운데 최대 규모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앵커]

뉴욕시 전체로 따지면 예산이 수십억 원씩 낭비되는 상황이네요.

이번에 뉴욕 경찰이 자발적으로 개혁안을 내놓은 것도 이런 소모적인 일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서겠죠?

[기자]

뉴욕 경찰이 내놓은 이번 개혁안에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들은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시민단체 측은 "이번 개혁으로 평화 시위자들에 대한 위협이 줄어들 거"라고 밝혔습니다.

양측이 개혁안에 합의함에 따라 3년 넘게 이어진 관련 법적 분쟁도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인데요.

뉴욕타임스는 "이번 합의가 미국에서 가장 큰 경찰 조직이 시위에 대응하는 방식을 극적으로 바꾸게 했다"고 해석했습니다.

다만 이번 합의문에 뉴욕시 최대 경찰 노조는 서명을 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는데요.

시위 상황에서 경찰들이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입니다.

뉴욕 경찰 노조 위원장은 "2020년 시위에서 4백 명 가까운 경찰이 다쳤다"며, "이번 합의가 미래의 폭력을 조장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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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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