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명 우르르...명동 귀환한 ‘큰 손’ 유커

2023. 9.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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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관광객 전세버스 타고와 다양하게 쇼핑
업계 “9월말 이후 매출 가시적 변화 기대”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는 유커 전새날 기자

“가족과 한국 여행 오기를 기다렸어요. 오늘은 ‘MLB’ 등 신발을 10켤레 넘게 샀는데, 기분이 좋습니다.”

8일 오후 7시50분께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영플라자 앞에서 만난 중국 관광객 A씨는 신발이 가득 담긴 대형 면세 쇼핑백을 보여주며 양손으로 엄지를 치켜세웠다.

잠시 후 오후 8시께. 45인승 관광버스 두 대가 인근 도로 옆에 나란히 섰다. 정류장 앞에 모여있던 90여 명의 유커가 쇼핑백을 들고 일제히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 운전기사는 화장품과 간식 등 각종 제품으로 가득 채운 쇼핑백을 버스 짐칸에 옮겨 넣었다. 탑승을 마친 관광버스가 떠나고, 20여 분 뒤 또 다른 45인승 관광버스가 같은 자리에 정차했고, 수십 명의 유커가 버스에 탑승했다.

이날 오후 찾은 명동·소공동 일대는 다인승 관광버스 여러 대가 줄지어 지나다니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었다. 관광객을 태운 버스는 명동 거리 입구와 롯데 영플라자 앞에서 정차하거나, 면세점 주차장 등으로 이동했다.

인근의 면세점과 백화점에서는 버스에서 내린 유커가 같은 디자인의 옷을 맞춰 입고 무리 지어 이동하거나,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움직였다.

롯데면세점 명동본점에는 친구나 가족 단위의 여행객이 면세품을 손에 들고 매장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특히 중국인에게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정관장’ 매장은 다양한 홍삼 제품을 문의하는 관광객으로 북적였다. ‘젠틀몬스터’ 등 선글라스 매장과 ‘디올’ 등 명품 매장에서도 중국어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비슷한 시각 신세계면세점 명동점에서도 캐리어에 면세품을 담고 있는 중국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면세점 에스컬레이터에는 층마다 중국어로 적힌 이벤트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2017년 3월 이후 6년 5개월 만에 재개되면서 면세업계도 달라진 중국 관광객 유행에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예전에는 ‘설화수’나 ‘더후’ 같은 기초 제품을 주로 찾았다면, 요새는 립스틱 등 색조 제품 위주로 찾고 있어 다양한 브랜드를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K-패션도 인기가 늘어 MLB 등 브랜드를 많이 입점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중국인이 선호하는 제품도 달라졌기 때문에 최근 BTS숍이 입점하는 등 트렌디한 MD로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

8일 저녁 30도에 가까운 무더운 날씨에도 명동거리는 수많은 외국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국 관광객은 노점상에서 떡볶이, 닭꼬치, 탕후루 등 길거리 음식을 구매해 먹거나 화장품, 아몬드 등을 구매한 봉투를 들고 거리를 누볐다.

화장품 로드숍에서는 직원이 가게 앞으로 나와 중국어로 인사를 건네며 모객에 한창이었다. 매장 앞에는 중국어에 능통한 직원을 모집하는 구인공고나 위챗페이 할인 정보가 적힌 QR코드 등이 붙어있었다.

명동의 올리브영 매장에도 물건을 구매하기 위한 대기 줄이 계산대부터 매장 입구까지 길게 늘어섰다. 중국 관광객은 ‘롬앤’, ‘3CE’ 등 색조 화장품부터 ‘허니버터 베이글칩’ 등 올리브영 PB(자체 브렌드) 과자제품까지 다양하게 구매하고 있었다. 계산을 마치고 나오던 중국 관광객 B씨는 “샤오홍슈(중국 SNS)에서 봤던 ‘토리든’과 롬앤 제품을 사러 왔다. 한국 화장품은 품질도 좋지만 제품 디자인도 예뻐 인기가 많다”고 했다.

다만 면세업계는 유커가 본격적으로 방한하는 시기를 중추절과 국경절이 시작하는 이달 말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8월 단체관광이 허용된 이후 현재까지 평균 3000~4000명 가량의 유커가 각 면세점에 방문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원래는 관광 크루즈 하나당 3000~4000명의 중국인이 왔다면, 지금은 500~600명 수준이다. 9월 말에 국경절 연휴가 길게 있으니 그 때를 기점으로 유커가 많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도 “단체관광이 허가가 났을 뿐 여행 상품 판매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단계는 아니기 때문에 매출 변화를 가시적으로 느끼려면 10월 이후는 돼야 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전새날 기자

new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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