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타고 온 유커에 제주 면세점은 ‘북새통’

2023. 9. 1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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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크루즈 입항...제주 관광 활성화 기대
롯데면세점 제주점, 中관광객에 매출 12%↑
국경절, 中 큰손 온다...제주도청, 환영 주간
8일 오후 2시께 중국 관광객이 상하이에서 출발, 제주항에 도착한 크루즈 블루드림스타호에서 내리고 있다. 제주=신주희 기자

“한국 드라마를 좋아해서 부모와 함께 제주도 오게 됐어요. 바다가 정말 깨끗하네요!”

8일 오후 1시께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한 2만2782t 크루즈 블루드림스타호가 제주항 국제여객터미널에 닻을 내렸다. 이어 중국인 단체 관광객 643명이 크루즈에서 줄지어 내려 제주도에 첫발을 디뎠다. 노모와 함께 제주도를 찾았다는 중국인 루(52) 씨는 “제주도는 바다와 자연이 정말 보존된 것 같다”며 이 같이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한령을 내린 이후 6년여 만인 8월 10일 자국민의 해외 단체관광을 허용했다. 그로부터 20여 일 뒤인 8월 31일 첫 크루즈선이 제주항에 입항했다. 허용 약 한 달 만인 8일 세 번째로 제주를 찾은 블루드림스타호를 포함, 올해에만 중국발 크루즈 총 47척이 제주항에 들어선다.

이날 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만 총 18대였다. 관광객은 주요 관광지와 화장품 매장, 롯데·신라면세점, 재래시장인 동문시장을 돌며 제주도에서 8시간가량 머물렀다.

오후 5시께 중국 관광객을 태운 전세버스 제주 용두암을 거쳐 롯데면세점 제주점에 도착했다. 300여 명에 이르는 중국 관광객이 밀려오자 면세점은 순식간에 북새통을 이뤘다. 항저우에서 남편과 함께 제주도를 찾은 더우(44) 씨는 “용두암을 둘러보고 왔는데 정말 좋았다”며 “남편의 시계를 고르러 ‘오메가’ 등 명품 시계 매장을 둘러보려고 한다”고 했다.

면세점에서 중국인에게 인기를 끄는 한국 제품은 연령에 따라 엇갈렸다. 40~50대 사이에서는 ‘더후’, ‘설화수’ 등 기존에 인기였던 프리미엄 한국 화장품의 인지도가 높았다. 반면 20~30대에게는 중국어로 ‘싼시위’로 불리는 색조 브랜드 ‘3CE’의 제품이 불티나게 팔렸다.

친구와 함께 면세점을 찾은 순찌에(21) 씨는 “생애 첫 해외여행이 제주도”라며 “한국 드라마 ‘올인’에 섭지코지가 나오는 걸 보고 제주도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싼시위(3CE) 화장품이랑 젠틀몬스터 선글라스를 사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역시 친구와 함께 제주도를 찾은 린다(54) 씨는 “주변 친구가 제주도를 방문하고 추천해줬다”며 “설화수·더후 화장품을 살 예정”이라고 했다.

제주 지역 관광업계의 ‘큰손’이던 유커(遊客·중국 단체관광객)가 돌아오자 지역 면세·호텔업계의 분위기도 되살아나고 있다. 롯데면세점 제주점은 지난달 15일 중국인에게 곰 캐릭터 ‘스티브’로 인기인 후아유 매장을 새로 오픈하는 등 유커 맞이에 나섰다.

홍창범 롯데면세점 제주점 운영담당은 “중국 크루즈 관광객이 들어오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고 있다. 동시에 교통체증 같은 불편사항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29일부터 시작되는 중국 국경절을 기점으로 내년에는 매출이 거의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커의 귀환은 면세점 매출로도 나타났다. 롯데면세점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단체 관광객의 방한을 허용한 8월 23일부터 4일까지 롯데면세점 제주점의 중국인 고객 매출은 직전 동기간 대비 12% 늘었다.

9일 오전 중국 관광객 등 투숙객으로 붐비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로비 제주=신주희 기자

제주 시내 호텔도 기대감에 부푼 모습이다. 9일 오전 11시 롯데관광개발이 운영하는 제주드림타워 복합리조트 로비는 체크아웃을 하는 중화권 투숙객으로 북적였다. “따자하오(大家好·여러분 안녕하세요).” 투어 가이드의 인사말이 로비에 울려 퍼지자 인사를 나눈 5명의 관광객이 가이드를 따라 이동했다.

제주드림타워도 유커 맞이에 분주했다. 롯데관광개발은 올해 하반기까지 외국 관광객 수요에 대응해 카지노 업장에 직원 100명, 호텔에 직원 400명을 추가 채용할 계획이다. 8월 한 달 객실 판매도 3만9663실을 돌파하며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3월 1만8293실에 그쳤던 객실판매 실적은 3월 말 상하이, 4월 말 난징 등 중국 직항 노선이 재개되면서 상승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5월 2만7233실, 6월 3만3056실이 판매되는 등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8월 외국인 투숙객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58% 늘었다.

인근 거리도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제주드림타워 근처 제주시 연동의 ‘누웨마루 거리’는 중국인 사이에서도 입소문이 났다. 인근 약국 전광판에는 중국어로 ‘친절하게 받습니다’라는 안내문구가 흘러가고 있었다.

제주도 관광 정상화로 들뜬 분위기에 제주특별자치도청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제주도청은 국경절을 맞아 중국발 제주행 비행기 편수가 늘면서 더 많은 중국 관광객이 제주도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16일부터 항저우~제주(룽에어) 노선이 주 4회에서 7회로 늘어나고, 20일부터는 베이징~제주 노선(대한항공)이 주 3회에서 주 6회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제주도청은 28일 추석 연휴와 중국 국경절이 겹치는 만큼 27일부터 10월 6일까지 중국인 관광객 환영주간을 운영한다. 27일에는 입국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환영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국경절 환영주간에 맞춰 중국 현지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제주도를 홍보할 것”이라고 했다. 제주=신주희 기자

joo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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