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를 지킬 수 있다면 뭐든 하겠다"던 트라웃, 이별을 준비하다[스조산책 MLB]

노재형 2023. 9. 11.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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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한국시각) 신시내티 레즈와의 경기에서 3회 타격을 하는 마이크 트라웃을 대기타석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지켜보고 있다. 이날 신시내티전은 트라웃과 오타니가 같은 유니폼을 입고 뛴 마지막 경기로 남을 공산이 매우 커졌다. AP연합뉴스
트라웃은 지난 겨울 오타니 트레이드설이 불거지자 "어떻게든 지키겠다"고 했었다. USATODAY연합뉴스
트라웃은 건강할 때 늘 MVP 후보였다. AP연합뉴스

'트라우타니(Trout+Ohtani=Trautani)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다.

LA 에인절스가 오타니 쇼헤이를 FA 시장에서 잃을 위기에 처하자 또 다른 간판 마이크 트라웃을 트레이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트라웃은 트레이드 전면 거부권(exclusive no-trade rights)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에인절스 구단 독단으로 트레이드를 추진할 수는 없다.

USA투데이 밥 나이팅게일 기자는 11일(이하 한국시각) '아마도 처음인 것 같은데, 에인절스가 트라웃을 본인이 나가고 싶어한다면 트레이드할 용의가 있다고 한다'며 '그는 프런트 고위관계자 및 구단주와 만나 팀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최근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트라웃이 트레이드 문제를 표면화할 것이라는 보도는 이전에도 나왔다.

트라웃은 이달 초 오렌지카운티레지스터와 인터뷰에서 "오프시즌에 이 문제가 불거진다면 , 당연히 구단과 얘기를 나누고 생각을 해봐야 한다"면서 "아직은 그에 관해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확실히 이번 겨울 그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구단의 전체적인 방향, 계획이 뭔 지 들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트라웃과 오타니는 지난 6년간 함께 뛰면 30경기에서 동반 홈런을 터뜨렸다. AFP연합뉴스

오타니도 그랬듯 더 이상 희망을 갖기 힘든 에인절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다는 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에인절스도 오타니가 떠나는 마당에 트라웃을 데리고 있어 봐야 리빌딩에 방해만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트레이드 가능성은 크지 않다. 트라웃은 1991년 생으로 내년이면 33세가 된다. 2021년 이후 올해까지 3시즌 연속 규정타석을 넘기지 못했다. 매년 한 두 번씩 부상에 발목이 잡히고 있다.

2021년에는 5월 2루에서 3루를 돌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돼 시즌을 접었고, 작년에는 7월 타격을 하다 허리 경련으로 빠지면서 한 달 넘게 치료에 매달렸다. 그리고 올시즌에는 지난 7월 4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전에서 손바닥 뼈 골절상을 입어 49일을 결장하더니 지난 8월 23일 복귀했다가 같은 부위에 부상이 재발해 또다시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트라웃이 지난 7월 4일(한국시각) 샌디에이고전 8회 타격 도중 오른손을 다친 뒤 트레이너의 점검을 받고 있다. 이 부상으로 상승세를 타던 에인절스는 급전직하했다. USATODAY연합뉴스
오타니도 팔꿈치에 이어 옆구리 부상을 입어 시즌 막판 결정을 이어가고 있다. USATODAY연합뉴스

트라웃은 몸도 성치 않은데 무리하게 복귀하느니 그대로 시즌을 접을 가능성이 높다. 에인절스는 오프시즌을 준비 중이고, 트라웃도 개인적으로 노리는 기록도 없다. 그렇게 되면 트라웃은 최근 3년 간 팀 스케줄 가운데 249경기, 즉 51.2%를 결장하는 셈이 된다. 건강하지 않다는 게 일상이 된 선수라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역대 메이저리그 최대 규모인 12년 4억2650만달러 계약 가운데 아직 7년이 남았다. 잔여 연봉 합계는 2억4815만달러에 이른다. 나이팅게일 기자는 '트라웃 트레이드가 과거와 같은 수익을 얻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레이드를 한다고 해도 다수의 유망주를 받기 힘들고, 남은 몸값 중 대부분을 부담한다는 조건이 붙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이번 오프시즌 손해를 감수하고라도 트라웃 트레이드를 단행한다면 에인절스는 본격적인 리빌딩에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오타니가 FA로 팀을 떠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트라우타니' 체제가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트라웃과 오타니는 지난 6년간 함께 뛰면 30경기에서 동반 홈런을 터뜨렸다. AP연합뉴스

트라웃은 지난 2월 16일 스프링트레이닝 첫 날 훈련을 마치고 현지 매체들과 가진 인터뷰에서 오타니가 FA로 떠날 것이 유력하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오타니를 지킬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고 밝혔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최선을 다한 뒤, 혹시 떠나려는 오타니의 마음을 돌려놓겠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의 희망과 계획은 모두 허사(虛事)가 됐다.

트라웃은 2012년 AL 신인왕에 오른 뒤 2014년, 2016년, 2019년 3차례 MVP에 올랐으면서도 2014년을 끝으로 9년 연속 가을야구 문턱에 가지 못했다. 에인절스는 트라웃이 신인왕을 차지한 이후 FA 시장에서 앨버트 푸홀스(10년 2억4000만달러), CJ 윌슨(5년 7750만달러), 조시 해밀턴(5년 1억2500만달러), 앤서니 렌던(7년 2억4500만달러), 라이셀 이글레시아스(4년 5800만달러)를 거액을 들여 데려왔지만, 대부분 헛돈을 쓴 꼴이 됐다.

이제는 트라웃 스스로 지친 모양새다.

트라우타니는 1930년 전후 군림했던 양키스의 살인타선 이후 최강 파워를 자랑했다. AFP연합뉴스

트라웃과 오타니는 지난 6년간 에인절스에서 막강 쌍포를 구축했다. 둘이 동반 홈런을 날린 것은 총 30경기다. 해당 경기에서 에인절스는 21승9패를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8경기에서 7승1패로 백전백승에 가까운 파워를 과시했다.

둘이 지난 3월 WBC 결승서 마지막 순간 펼친 투타 맞대결은 더욱 전설적인 장면으로 남게 됐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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