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트니스에도 ‘어엿한 기업’이 필요할 때가 됐죠"
(지디넷코리아=이균성 논설위원)꿈은 삶의 이정표이자 동력이다. 꿈은 곧 미래의 삶이다. 꿈은 그래서 소중하다. 꿈은 사람마다 다르고 다른 만큼 다채롭다. 스타트업이 꾸는 꿈도 그럴 것이다. 소중하고 다채롭다. ‘이균성의 스타트업 스토리’는 누군가의 꿈 이야기다. 꿈꾸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다른 꿈꾸는 사람을 소개하는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편집자주]
“피트니스에도 ‘어엿한 기업’이 필요할 때가 됐죠”
장민우 버핏서울 대표의 꿈은 피트니스 분야에서 ‘어엿한 기업’을 일구는 것이다. 국내 피트니스 시장은 4~5조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장 대표가 파악하기에 이 시장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기업은 없다. 시장 1위가 매출 수백억 원에 머물 정도다. 시장을 주도해 나갈 혁신 사업자가 없다는 뜻이다.
“버핏서울의 미션은 ‘누구나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돕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인류의 정신적 육체적 건강에 기여하자’는 거죠. 이 미션을 우리는 ‘기업의 방식’으로 풀고 싶습니다. 운동을 하고 싶은 사람이 지치지 않고 즐겁게 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려면 그 방법이 최선이라 봤죠.”
장 대표는, 다양한 피트니스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이를 개발할 인재가 모여야 하고, 그 인재를 담는 그릇이자 콘텐츠 제공자가 기업이며, 기업이 활성화하면 사회적인 운동 총량도 늘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첫 피트니스 유니콘 기업. ‘누구나 꾸준히 운동할 수 있도록 돕자’는 미션이 잘 풀릴 경우 버핏서울이 얻을 타이틀이다.
■피트니스 센터의 영세성과 빈약한 콘텐츠
장 대표가 2017년 버핏서울을 창업한 계기는 다니던 피트니스 센터의 영세성과 빈약한 콘텐츠를 보고 얻은 깨달음 덕분이다.
“평소 다니던 헬스장의 GX룸(그룹 운동 공간)이 주말에 늘 비어있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단 빈 공간이 아까웠고, 이를 잘 활용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게 됐죠. 그래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그룹 운동 콘텐츠’입니다. 주말에 그룹을 지어 운동할 수 있게 하고 평일에 온라인으로 관리해주면 사람이 모일 것이라 생각한 거죠. 피트니스에 제대로 된 교육과 커뮤니티를 접목하는 거죠.”
처음부터 일이 잘 풀린 것은 아니다. 공간 확보부터 쉽지 않았다. 다니던 곳은 물론이고 찾아다닌 여러 피트니스 센터에서는 이 아이디어를 신통찮게 여겼다. 대부분의 헬스장 주인들은 아무런 실적도 명성도 없는 신출내기의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다 운 좋게 공간 하나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공간을 확보하자 인터넷과 SNS를 통해 디지털 마케팅에 나섰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를 보고 100여 명이 모여든 것. 이 아이디어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실례로 드러나자 더 많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카카오벤처스를 비롯한 투자 회사들로부터 투자하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위기, 그러나 기회
버핏서울이라는 이름으로 그룹 운동 기반의 ‘부티끄 피트니스’를 확대해나가던 중 2020년 2월부터 본격적인 코로나19 위기가 찾아왔다. 입소문을 타고 투자를 받고 공간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던 중에 재앙이 터진 것이다.
“집합금지 명령이 빈발하고 사람들이 모일 수 없었기 때문에 ‘부티끄 피트니스’ 비즈니스 자체가 성립될 수 없었던 거죠. 투자는 잔뜩 해놨는데 그해 매출이 거의 0원으로 수렴해가고 있었죠. 환불만 10억원 넘게 했고요.”
장 대표는 그러나 이 위기가 기회일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이후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했습니다. 그런데 운동만큼은 디지털로 전환될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해보였습니다. 디지털이 운동에도 도움을 줄 요소는 많지만 운동 그 자체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죠. 따라서 그때가 투자의 적기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대형 피트니스 센터들도 경영난을 겪고 있었지만 우리는 내부 직원과 투자자들을 설득해 오히려 대형 센터들을 더 인수하기로 했죠.”
■3개의 브랜드로 비즈니스 모델 재편
대형 센터 인수 이후 비즈니스 모델도 3개 브랜드로 재편됐다. 버핏서울에서 이름이 바뀐 팀버핏과 버핏그라운드, 버핏플레이.
장 대표는 피트니스 센터를 그 운영형태에 따라 두 가지로 분류한다. 개별적으로 저렴한 월 회비를 내고 운동시설을 이용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곳은 ‘퍼블릭 피트니스’로, 그룹 운동을 조직하고 교육과 커뮤니티가 결합된 곳은 ‘부티끄 피트니스’로 부른다. 버핏서울이 초기에 지향한 것은 후자이고 그 서비스 이름 또한 버핏서울이었다. 그러다 다수의 대형 센터 인수 이후 버핏서울은 팀버핏으로 개명했다.
이제 팀버핏이 버핏서울이 제공하던 ‘부티끄 피트니스’의 이름이고, 버핏그라운드는 대형 센터에서 ‘퍼블릭 피트니스’와 ‘부티끄 피트니스’ 등 더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피트니스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맡는다.
‘부티끄 피트니스’는 보통 25명 안팎이 그룹 형태로 지도받으며 운동하기 때문에 40~50평 정도의 공간으로도 충분하다. 많은 시설을 나열해놓을 필요가 없어 비교적 작은 공간에서도 가능하다. 이와 달리 ‘퍼블릭 피트니스’는 많은 시설을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300평 이상의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버핏플레이는 실제 운동 환경과 가상의 게임 공간을 연결한 일종의 메타버스 플랫폼 같은 것이다. 여타의 메타버스 플랫폼이 가상의 공간에서만 활동한다면 버핏플레이는 실제 운동 장비를 가상공간과 연결해 운동 행위의 재미를 높인다는 게 특징이다. 운동에 다양한 경쟁 요소를 덧붙여 재미 효과를 높이는 방식이다.
■피트니스 종합 플랫폼으로 가는 길
버핏그라운드를 만들며 장 대표의 생각은 더 확장되고 있다. 그룹 운동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다양한 우연들과 만나며 부동산, 공간, 콘텐츠, 소프트웨어로 연결되었고 ‘피트니스 종합 플랫폼’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버핏그라운드 한 지점은 공간이 1천 평인데 매일 1천명이 이곳을 이용합니다. 건물주에게는 버핏그라운드 자체에서도 매출을 일으키지만 적잖은 유동인구를 창출해준다는 점에서 즐거운 일이죠. 공간을 더 활기차게 하니까요. 이는 교육과 커뮤니티를 핵심으로 하는, 버핏서울이 만드는 피트니스 콘텐츠 덕분입니다. 대형 공간을 보유한 다양한 건물주가 버핏서울을 찾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버핏서울은 현재 7곳의 팀버핏 공간과 7곳의 버핏그라운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팀버핏과 버핏그라운드는 모두 직영이지만, 팀버핏 부티끄 피트니스의 경우 내년부터는 가맹사업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고 아시아 지역 진출도 준비하고 있죠. 3년 안에 100개 거점 확보가 목표예요.”
■프로 스포츠에서 생활 체육으로
장 대표의 원래 꿈은 프로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가 되는 것이었다. 대형 스포츠 행사를 기획하고 운영하는 일이 재미있어 보였다. 서울대학교 체육교육학과에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이를 위해 경영학도 전공했다. 첫 회사도 LG 계열 광고회사인 HS애드에 들어갔다. 그러다 생각을 바꾼 건 헬스장 때문이었다.
영세한 헬스장을 보며 관심사를 프로 스포츠에서 생활 체육으로 바꾼 것이다.
대학 1학년 때부터 10년간 운영했던 체대입시학원 경험 때문인지도 모른다. 학원도 우연한 계기로 시작했다. 친동생이 자신과 같은 진로를 선택하는 바람에 한 명을 가르치는 것보다 친구들을 모아 가르치는 게 나을 것 같아 단체 과외를 하던 게 학원으로 발전했다. 이 경험이 ‘그룹 운동’이란 사업의 토대가 됐다.
장 대표는 청소년 시절부터 운동이라는 관심사를 놓아본 적이 없다. 주목되는 것은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우연을 잘 엮어내 살을 찌우는 재주가 있어 보인다는 점이다. 동생 과외가 학원으로 발전하고, 그 경험이 창업의 기틀이 되고, 코로나19 위기마저 기회로 삼아버리는 남다름을 보이고 있다.
피트니스 유니콘 기업은 그 남다름이 꾸는 꿈이다.
덧붙이는 말씀: 장민우 버핏서울 대표가 다음 인터뷰 대상으로 추천한 사람은 인공지능 기업 데이블의 백승국 대표입니다.
이균성 논설위원(seren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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