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데서 자면 진짜 입 돌아갈까? ‘안면마비’ 원인과 치료법

2023. 9. 11.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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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청주자생한방병원 이희범 원장

전국이 무더위로 고생하면서 선풍기와 에어컨을 틀고 자는 날이 많아졌다. 옛날 어르신들은 찬 데서 자면 입이 돌아간다고 하여 그렇게 못하도록 했는데, 안면마비가 발생하여 내원한 환자들도 종종 그런 얘기를 한다. 안면마비는 정말 찬데서 자서 생긴 것일까. 안면마비는 의외로 많은 사람에게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안면마비의 원인과 종류, 증상, 치료법에 대하여 알아보도록 하겠다.

먼저 용어 정리부터 하는 것이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 말한 ‘안면마비’는 얼굴 근육이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굉장히 넓은 의미이다. 어떠한 원인이든 얼굴 근육이 움직이지 않으면 안면마비이다. 얼굴 근육은 크기는 작지만 상당히 많아서 각각의 역할이 구분되어 있는데, 눈꺼풀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면 눈이 완전히 감기지 않고, 입을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면 음식을 씹거나 표정을 짓는 데에 문제가 생긴다. ‘구안와사’라는 단어도 자주 쓰이는데 안면마비와 같은 의미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口), 안(眼), 즉 입과 눈이 와사(喎斜)했다는 것인데, 와사는 비뚤어졌다는 뜻이다. 한쪽 얼굴 근육이 마비되면서 균형이 맞지 않으니 비뚤어져 보이는 것이다.

안면마비는 뇌에서부터 얼굴 근육까지 이어진 신경경로 상 어디에서 문제가 생겼는지에 따라 중추성 안면마비와 말초성 안면마비로 구분한다. 중추성 안면마비는 뇌경색, 뇌출혈, 뇌종양 등 뇌의 병변으로 인하여 안면마비가 생기는 경우를 말하고, 말초성 안면마비는 안면신경핵 이하의 신경분지들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

말초성 안면마비를 세부적으로 구분하면 벨마비, 람세이헌트증후군, 안면신경이나 청신경의 종양 등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대부분의 환자는 벨마비에 해당한다. 쉽게 정리하면 뇌에 문제가 있으면 중추성 안면마비, 뇌에는 문제가 없고 뇌에서 나온 신경 어디엔가 문제가 있으면 ‘말초성 안면마비’라고 생각하면 된다.

벨마비는 벨(Bell)이라는 스코틀랜드의 외과의사 이름에서 따온 병명이다. 중추성 안면마비와 다르게 한쪽 얼굴 근육이 전부 마비되기 때문에 눈을 감기가 불편해서 눈물이 많이 나고 눈을 위로 치켜 뜨기 어려우므로 이마에 주름을 지을 수 없다. 입주변의 근육과 볼의 근육이 움직이지 않으므로 음식을 씹을 때 부자연스럽고 액체류를 먹으면 한쪽으로 새기 마련이다. 양치질을 하는 것도 상당한 제한이 있다.

벨마비는 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바이러스 질환은 보통 몸이 약해져 있는 상황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원인을 특정해서 무엇때문에 바이러스가 침입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몸과 마음이 많이 힘들 때, 컨디션이 떨어져 있을 때 생긴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찬데서 자는 경우에는 몸이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힘이 떨어지기 떄문에 벨마비가 발생할 확률이 아주 약간 높아질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청주자생한방병원 이희범 원장

마비가 발생하고 초기 2주간은 신경 손상이 더 진행이 되므로 마비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치료를 하는데도 그렇다. 그럼에도 초기부터 집중적으로 치료하면 마비가 진행하는 것을 억제하고 몸의 회복력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훨씬 좋은 결과를 보인다. 벨마비의 치료법은 다음과 같다. 안면부 무저항요법은 한의사가 환자의 얼굴에 시행하는 수기치료로 안면부 근육을 정상위치로 잡아주는 신경근육 재훈련이다. 약침치료는 신경의 염증제거를 통하여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환자의 몸 상태에 맞추어 몸의 균형을 바로잡으면서 신경 손상으로 나타난 탈수초 현상을 개선하여 신경을 재생하는 한약을 처방한다.

초기에는 눈이 잘 감기지 않으므로 눈물이 많이 나고 숙면을 취하기 어렵다. 안대를 차면 한결 편안할 것이다. 풍선을 자주 불고 껌을 씹는 것도 입 주변 근육이 뻣뻣해지는 것을 방지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치료를 받으면서 푹 쉬면서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걱정스럽고 불안하겠지만 잠시 내려놓고 열심히 치료받으면 충분히 좋아질 수 있는 질환이다.

청주자생한방병원 이희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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