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시간 속으로', 어쩌다 '상견니' 골수팬들을 화나게 만들었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9. 1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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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시간 속으로’, 원작 본 사람과 안 본 사람 반응 극과 극인 이유

[엔터미디어=정덕현] '허광한이 한국어 배워서 다시 찍는 게 낫겠다.' 넷플릭스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에 이 드라마의 원작인 '상견니' 팬들은 하나 같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가장 많이 나오는 비판 의견은 원작과 주인공 역할 배우의 이미지 차이가 너무 많이 난다는 것이다. 고교시절 남자주인공인 허광한이 한 역할은 풋풋하고 통통 튀는 모습이 이 작품의 핵심이었는데, 리메이크작인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 이 역할을 한 안효섭은 너무 이미지가 다르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일 많이 쏟아진 비판은 남자주인공이 나이 들어 등장했을 때의 비주얼이다. 머리를 장발로 기른 채 등장한 그 모습에 원작 팬들은 왜 굳이 이렇게 거지 같은 모습으로 추레하게 주인공을 만들어놨느냐는 불만을 터트렸다. 그래서 인터넷 게시판에서는 '상견니' 팬들은 절대 리메이크작인 '너의 시간 속으로'를 보지 말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명작 드라마의 리메이크가 갖는 한계일까.

물론 '너의 시간 속으로'의 반응이 이처럼 비판으로만 점철되어 있는 건 아니다. 원작을 보지 않은 시청자들은 "재밌다"는 반응이 나온다. 비주얼적인 것도 보다 보면 익숙해지고 연기도 괜찮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실제로 그렇다. 원작과 비교하지 않는다면(물론 원작을 본 이들은 비교 안 할 수가 없겠지만) 남자주인공 역할을 한 안효섭의 연기도 그리 나쁘다 보기 어렵고 특히 여자주인공 역할을 한 전여빈은 극 중 권민주와 한준희를 오가며 다른 성격을 잘 표현했다 여겨진다. 즉 원작과의 비교점은 '너의 시간 속으로'의 호불호를 가르는 가장 큰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워낙 '상견니'가 큰 인기를 끌었고, 그래서 이른바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성 팬들까지 만들어졌다. 이 팬들은 드라마의 촬영지인 대만을 찾아 투어를 하고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 SNS에 인증하는 일이 흔한 일이 되어 있을 정도다. 그러니 원작에 아우라가 생긴 건 당연한 일이다. 어찌 보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애초 기획 단계부터 원작과의 비교라는 무거운 짐을 안고 시작할 수밖에 없었다고 보인다.

하지만 '너의 시간 속으로'가 의도적으로 '상견니'라는 원작을 훼손할 리는 없다. 다만 리메이크작으로서 이 명작을 뛰어넘는 건 어쩌면 애초에 불가능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리메이크작의 가치는 어떻게 봐야할까. '너의 시간 속으로'는 아예 대놓고 리메이크로서의 위치를 전면에 내세웠다고 보인다. 즉 리메이크는 기본적으로 원작에 대한 예우를 밑그림으로 깔기 마련이다.

이런 점에 드러나는 건 이 작품에서 특히 중요한 OST 부분에서다. 원작도 그렇지만 이 작품은 음악이 중요하다. 음악이 매개가 되어 타임슬립을 하게 되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너의 시간 속으로'는 의도적으로 OST를 리메이크곡으로 채웠다. 부활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김민석의 리메이크로 담았고, 브라운 아이즈의 '벌써 일년'을 림킴의 리메이크로, 김종서의 '아름다운 구속'을 뉴진스의 리메이크로 담았다.

리메이크는 어떤 면에서는 우리의 기억을 닮았다. 과거를 우리는 있는 그대로 기억하는 게 아니라 현재의 상황 속에서 채색한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다고 그 기억을 훼손하려는 채색이 아니다. 그 아련한 기억을 잊지 않고 때론 아픈 것들조차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려는 채색이다. '너의 시간 속으로'가 보여준 채색이 원작을 본 이들에게는 마음에 차지 않을 수 있을 게다. 하지만 그 채색의 의도가 분명 원작에 대한 존중이라는 사실은 분명하지 않을까. 리메이크를 본 이들이 도대체 원작은 어떨까가 궁금해진다면 그걸로 충분한 일 아닐까. 리메이크를 듣고 원작 노래를 찾아 듣게 되는 것처럼.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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