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mRNA 백신처럼…원하는곳 특급배달, K-반도체 성과

나노종합기술원, 반도체 공정기술 활용…국내 바이오기업 '케이런' 장비 상용화

모더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 사진=뉴스1

국내 연구진이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원하는 지점에 배달할 수 있는 '약물 전달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단순 R&D(연구개발)에 그치지 않고 관련 기술을 국내 기업에 이전해 제조장비까지 만들었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은 국내 바이오기업 케이런과 공동으로 'mRNA 전달 나노입자 제조장비'를 상용화했다고 11일 밝혔다. mRNA 백신은 유전정보가 담긴 물질을 이용해 우리 몸이 항체를 형성하도록 한다. 글로벌 바이오기업 모더나와 화이자가 시장을 독점 중이다.

mRNA는 몸에 들어가면 체내 분해효소에 의해 쉽게 분해돼 성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한계를 지닌다. 이에 국내외 연구자들은 mRNA를 원형 그대로 보호하고 배달할 수 있는 기술개발에 매진했다. 나노종기원 연구팀은 지질 나노입자(LNP) 기술에 주목했다. LNP는 지질로 이뤄진 약 100㎚(나노미터) 크기 입자로, 그 입자 안에 mRNA를 넣고 봉하는 기술이다.

LNP가 보호막을 형성하고 있어 mRNA는 체내 분해효소와 만나도 분해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몸속 원하는 지점에 약물을 어디든 보낼 수 있다. LNP 기술은 일종의 플랫폼 기술로, mRNA뿐만 아니라 어느 약물이든 몸속 원하는 지점으로 전달할 수 있어 가치가 크다.

나노종기원과 케이런 공동연구팀은 지난달 초 LNP를 만들 수 있는 장비를 상용화했다. 특히 장비 상용화 과정에서 나노종기원이 보유한 '반도체 공정기술을 적용한 미세유체 제어기술'이 활용됐다. 이를 통해 고균질·초고속 약물 탑재가 가능한 LNP 제조장비를 상용화했다.

한청수 케이런 대표는 "해외 기업이 독점하는 약물 전달, 백신 제조 시장 등을 적극 공략할 것"이라며 "앞으로 상용화 장비는 신변종 감염병 대응과 유전자 기반 암 치료 등에 폭넓게 활용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박흥수 나노종기원장은 "이번 성과는 반도체 나노기술과 바이오기술을 융합해 상용화까지 이뤄낸 사례"라면서 "향후 나노종기원은 반도체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국가전략기술 개발과 상용화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나노종합기술원이 반도체 공정기술을 활용해 'mRNA(메신저 리보핵산) 전달 나노입자 제조장비'를 상용화했다. / 사진=나노종합기술원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