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 금융사고시 CEO까지 책임…지배구조法 개정 속도 붙나
책무구조도 제도 도입…CEO에 총괄 관리 의무 부여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은행 등 금융권에서 거액 횡령과 사적이익 추구 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중대 금융사고에 대해 최고경영자(CEO) 등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지배구조법 개정이 본격화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여당 간사인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사전감시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다.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회사 내부통제 제도개선 방안'을 담은 사실상의 당정 개정안이다. 금융위는 속도감 있는 처리를 위해 정부 입법 대신 의원 입법으로 개정안을 내기로 한 바 있다.
당정은 개정안 제안이유로 "금융회사의 책임성 있는 내부통제 제도의 운영과 임직원의 내부통제 인식 개선을 위해 내부통제에 관한 이사회의 감시역할을 강화하고 금융회사 개별 임원에게 소관 업무영역별로 내부통제 관리의무와 책임을 사전에 명확히 부여하는 방안을 도입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지배구조법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의 내부통제와 위험관리 준수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만 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 범위는 불명확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금융회사는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도 이를 준수하지 않았을 때의 제재 근거가 없다.
이런 가운데 최근 금융권에서 대규모 금융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현행 내부통제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게 당정의 설명이다.
개정안은 크게 ▲이사회의 내부통제 감역할 강화 ▲책무구조도 마련 및 제출의무 도입 ▲임원 및 대표이사 등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부여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시 제재조치 및 감면 근거 마련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우선 이사회 심의·의결 대상에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 정책 수립과 감독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고 내부통제 감시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이사회내 소위원회로 '내부통제위원회'를 신설한다.
내부통제위원회는 내부통제 기본방침·전략, 임직원 윤리·준법의식 제고를 위한 조직문화 정착방안 등을 심의·의결하고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업무에 대한 점검 및 개선요구 등을 수행한다.
개정안은 영국을 비롯한 다수 국가에서 개별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도입·운영 중인 책무구조도(responsibilities map) 제도도 국내에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금융회사 임원에 대해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의 효과적인 작동을 위한 관리조치 의무를 부여한다는 것이다.
CEO는 내부통제 관련 책무를 임원에게 중복 또는 누락 없이 배분한 책무구조도를 이사회 의결을 거쳐 마련해 금융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특히 CEO에게는 내부통제 전반의 최종 책임자로서 총괄적인 관리조치 의무를 부여했다. 회사 내에서 장기간, 반복적·조직적 또는 광범위한 문제가 발생하는 등 내부통제 시스템적 실패에 대해 책임을 명확히 한다는 취지다.
개정안은 금융위가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위반한 임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부과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했다. 위반행위의 발생경위와 정도 및 그 결과, 위반행위의 발생방지를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는지 여부 등의 요인을 고려해 제재의 수준을 결정한다.
만일 관리의무가 있는 임원들이 상당한 주의를 다해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해온 경우라면 금융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해당 임원에 대해 제재조치를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임원 제재시 해당 금융회사에 대한 제재조치도 가능하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된다. 금융위는 금융사별로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개정안 통과를 전제로 은행·금융지주는 공포 후 1년 이후, 대형·종합금융투자회사 및 대형보험사는 공포 후 1년 6개월 이후, 중소형 금융회사는 5년 이내의 범위에서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권에서는 대형 금융사고가 잇달아 터지면서 현행 지배구조법에 기반한 내부통제 체계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입법에 속도감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연내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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