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서 ‘간디 스카프’ 선물한 모디...국내에선 “이중적이다” 비판 직면

2023. 9. 11.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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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독립의 상징 카디 스카프, 외교적 도구 삼아
간디가 주장한 세속주의는 배제
1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앞줄 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앞줄 오른쪽)가 다른 세계 지도자들과 함께 뉴델리 라즈가트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 기념관에 입장하고 있다.[AF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20국(G20) 정상회의에서 인도 독립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마하트마 간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였다. 간디가 생전 착용했던 ‘카디(Khadi)’ 스카프를 각국 정상에 선물함으로써 200여년의 식민지 과거를 청산하려는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다진 것에 더해 인도의 세계적인 영향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겠다는 의도가 읽혔다.

하지만 정작 인도 내에서는 세속주의를 주창한 간디와 달리 모디 총리의 인도인민당(BJP)은 극단적인 힌두 근본주의를 표방하고 있기에 이중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10일(현지시간) 모디 총리가 뉴델리의 간디 라즈가트 기념관에 들어갈 때 G20 정상들에게 손으로 짠 카디 스카프를 선물했다. 카디 스카프는 간디의 비폭력 저항 캠페인의 핵심 상징으로, 영국 식민통치 시기 인도인의 손으로 직접 만들 수 있는 의류 품목이라는 점에서 영국으로부터 자립해 산업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북돋아준 품목이다.

실제 간디는 생전에 조국의 정치·경제적 해방을 상징하는 현지산 물레 ‘차르카’로 직조한 카디 스카프를 종종 입고 다녔다고 한다.

과거 인도를 식민지로 삼았던 영국의 리시 수낵 총리도 이날 카디 스카프를 착용, 모디 총리 등과 함께 사진을 촬영해 눈길을 끌었다고 CNN은 보도했다.

모디 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다양한 국가들이 융합하면서 시대를 초월했던 간디의 이상은 우리의 조화롭고 포용적이며 번영하는 세계의 미래에 대한 공동의 비전을 이끌고 있다”고 썼다.

하지만 야당 정치인을 중심으로 인도 내부에서는 모디 총리가 G20에서 간디를 이용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간디는 인도를 평등하고 세속적인 국가로 만들고자 노력했다. 반면 모디 총리의 BJP는 힌두 국수주의 단체 민족봉사단(RSS)에 뿌리를 두고 있는 우익 세력이다. RSS는 힌두교 근본주의 이념인 ‘힌두트바’(Hindutva)를 고수하며 무슬림을 적대시하고 최하층 카스트인 달리트를 공격한다. 뿐만 아니라 간디 암살범이 RSS 회원 나투람 고드세라는 점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 4월 BJP는 인도에서 새롭게 도입되는 고등학교 정치·역사 교과서에서 간디의 암살에 관한 내용을 삭제했다.

기존 교과서에는 힌두·무슬림 간 통합을 꾸준히 추구하던 간디의 노력이 힌두 극단주의자들을 자극했고 이 극단주의자들이 여러 차례 간디에 대한 암살 시도를 했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 간디가 1948년 나투람 고드세에게 암살된 후 RSS의 활동이 1년간 금지됐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모두 새 교과서에선 자취를 감췄다.

뿐만 아니라 모디 총리는 이번 G20 초대장에서부터 인도 대신 ‘바라트(Bharat)’라는 국명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고대 산스크리트어 단어인 바라트는 힌디어로 인도를 의미한다. BJP는 인도(India)라는 명칭이 영국 식민시대 유산이라며 바라트를 사용할 것을 주장한다.

BJP의 국명 변경 시도는 보다 근본적으로 내년 4월 총선과 연관돼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BJP가 인도 14억명 인구의 80%를 점하는 힌두교도의 표로 총선에서 압승하기 위해 힌두 민족주의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곧 열릴 의회 특별회기에서 국명을 바라트로 바꾸려는 시도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모디 총리의 국명 변경 시도에 대해 야당은 긴장하고 있다.

샤시 타루르 제1야당 국회의원·전 외교관은 “헤아릴 수 없는 브랜드 가치를 쌓아온 ‘인도’를 정부가 완전히 버릴 정도로 어리석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개인 SNS를 통해 밝혔다.

또다른 야당 의원인 라그하브 차다는 “우리의 국가 정체성은 변덕이나 공상에 따라 수정할 수 있는 BJP의 개인 재산이 아니다”라고 CNN과의 인터뷰에서 강조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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