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 잔] 문익점이 될 필요 없다. 그리고 K리그 감독들 알현받을 생각이었나?
(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해명을 위한 자리였겠지만 더 큰 논란을 낳고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이야기다. 대표팀 감독의 자리와 임무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10일(한국 시간) 런던 브렌트포드에서 현지에 머물고 있는 한국 취재진과 만나 와이드 인터뷰를 가졌다. 이전 사령탑에게서는 볼 수 없었던 이례적인 직무 태만 논란의 중심에 선 클린스만 감독은 화려한 언변으로 스스로를 '도메스틱'이 아닌 '인터내셔널'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포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해외에 머물며 일해야 할 이유로 '선진 축구 전술 트렌드'를 배워 한국 선수들과 한국 축구계에 전수하기 위함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여 서울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 혹은 한국에서 일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향후에도 이런 식의 활동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자리였다.
납득할 수 없다. 선진 축구 트렌드를 따라가야 할 노력은 당연히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대표팀 감독의 막중한 소임이라고는 볼 수 없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그러한 테크니컬 파트는 존재한다. 대표팀 감독이 그러한 시스템의 수혜를 볼 수 있으나, 본인이 체계를 만들어가면서까지 그러한 것에 노력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과거 20~30년 전처럼 유럽 혹은 남미와 물리적 혹은 지식적 거리가 멀리 이격된 것도 아니다. 지금 한국 축구계는 세계와 상당히 가까이 있고, 현재 중심에서 활약하는 선수, 지도자, 행정가들이 상당히 많다. 클린스만 감독이 목화씨를 숨기고 들어왔다는 문익점이 되어야 할 이유는 하등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울리 슈틸리케 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면피성 답변이 떠오른다. 슈틸리케 감독은 팀이 부진에 빠지자, 한국 축구의 기반인 유소년층의 육성 문제가 대표팀 부진의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그때도 대표팀 감독이 그런 것에 핑계거리를 찾아서는 안 된다는 반박이 있었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대한 선수를 발굴하고, 그 틀에서 A매치에서 승리하는 법을 찾는 게 지상과제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세계 축구 트렌드를 쫓아가서 한국 축구의 질적 발전을 이루는데 일익을 담당하겠다고 했는데, 그런 건 굳이 안 해도 된다. 클린스만 감독에게 지상과제는 당면한 사우디아라비아전 승리, 그리고 다가올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과 2026 FIFA 월드컵 유나이티드에서 최대한의 성적을 내는데 골몰해야 한다.
또 한 가지, 많은 사람들을 만나 세계 축구 트렌드를 쫓아가야 한다는데 그의 지난 두 달간 동선을 살피면 전혀 그런 노력을 살필 수 없다. 클린스만 감독이 지난 두 달 동안 가장 오랫동안 머물렀던 곳은 LA 캘리포니아와 아일랜드 더블린이었다. 그리고 그가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머플러가 걸려 있던 그의 자택 서재였다. 그곳에는 펩 과르디올라 감독도, 위르겐 클롭 감독도,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도 없었다. 말은 화려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K리그 올스타전 언급은 굉장히 부적절했다. 애당초 이벤트 매치였고, 그 시기 각 팀 감독들은 휴식기를 맞아 팀을 정비해야 했다. K리그1도 안 보는 감독에게 이러한 지적이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K리그2는 아예 리그 일정이 진행중인 상태였다.
올스타전이라는 이벤트를 계기로 K리그 감독들이 상국에 조공을 바치듯 클린스만 감독을 알현해야 하는지도 의문이지만, 클린스만 감독이 당시 한국 축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파악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멘트였다. 그러한 정보를 알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부지런히 K리그를 돌아다니며 현장 스킨십을 해야 한다. 그러라고 한국에 머물며 일을 하라는 이야기다.
지금까지는 당연한 일이 전혀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갑갑하다. 문화 차이, 이견 차이가 아니라 전 세계 모두가 당연히 가져야 할 워크 에식이자 상식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름을 언급하며 이걸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아니다. 이건 틀렸다.
클린스만 감독은 구성원들과 합의 없는 업무 처리 방식으로 일을 하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운이 없었다고 자조하며 떠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으나, 클린스만 감독이 떠난 자리에 있어야 할 한국 축구가 감당해야 할 상처는 크다. 그래서 외부에서 사명감을 가지고 업무 정위치하라는 것이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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