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에서 살고 있어” 조코비치, US오픈 제패…메이저 최다 24회 우승 달성
전인미답 2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女 전설 코트와 역대 1위
“노바크, 당신은 대체 언제쯤 속도를 늦출 생각인가요?”
통산 4번째 US오픈 및 2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남자 테니스 세계 2위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의 메이저 대회 사냥은 멈추지 않는다. 다닐 메드베데프(27·러시아·3위)마저 이런 말을 하며 혀를 내둘렀다.
조코비치는 11일 미국 뉴욕 아서 애시 스타디움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자신보다 9살 아래인 메드베데프를 3시간 17분 만에 세트스코어 3대0(6-3 7-6<7-5> 6-3)으로 완파했다. 준결승에선 15살, 8강에선 10살 아래의 선수들을 돌려세우는 막강함을 과시했다.
2018년 이후 5년 만에 US오픈 정상에 복귀한 조코비치는 개인 통산 4번째 US오픈 및 2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조코비치는 메드베데프와의 2021년 결승 패배를 설욕하고, 역대 전적에선 10승5패 우위를 점했다.
1세트에서 조코비치는 메드베데프의 첫 서브 게임부터 브레이크(break)하며 순조롭게 시작했다. 이후 착실하게 본인의 서브 게임도 지켜내며 손쉽게 1세트를 따냈다.
2세트에선 팽팽한 기싸움이 이어졌다. 메드베데프는 키 198㎝ 이점을 살린 타점 높은 강서브로 자신의 서브 게임을 쉽게 지켰고, 역동적인 포즈로 파워 스트로크를 퍼부으며 랠리 싸움을 주도해나갔다. 한 차례 브레이크도 없이 2세트는 타이 브레이크로 흘러갔다. 그러나 베테랑의 관록은 타이브레이크 끝에 2세트를 가져가도록 이끌었다. 조코비치는 5-5에서 2점을 연속 득점하며 포효했다.
3세트에서 조코비치는 메드베데프의 경기 운영 방식을 읽어낸 듯 날아다녔다. 그리고 승부처인 7번째 게임에서 내리 4득점을 꽂아 넣어 5-2로 앞서 나가며 승세를 굳혔다. 챔피언십 게임에 접어든 5-3에서 조코비치는 본인의 서브 게임을 지켜내며 3시간 16분 접전에 마침표를 찍었다. 메드베데프의 포핸드 스트로크가 네트에 걸리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조코비치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환호했다. 메드베데프와 포옹하며 덕담을 주고받은 뒤엔 한동안 코트에 주저앉아 흐느꼈다. 관중석으로 달려가 가족과 코치진 품에도 안겼다.
조코비치는 이날 서브에이스(4-6)에선 밀렸지만, 공격 성공 횟수인 위너(38-32)에선 앞서고 실책(35-38)을 줄이는 탄탄한 플레이로 메드베데프를 따돌렸다.
2023년은 조코비치의 해였다. 조코비치는 올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그리고 US오픈을 휩쓸며 ‘라이벌’ 라파엘 나달(37·스페인·139위·22회)을 제치고 테니스에서 가장 권위 있는 4대 메이저 대회(호주오픈·프랑스오픈·윔블던·US오픈) 최다 우승 기록(24회)을 세웠다. 윔블던에서도 결승까지 올랐지만 ‘신성’ 카를로스 알카라스(20·스페인·1위)에게 져 준우승했다. 조코비치가 4대 메이저 대회 결승에 모두 오른 것은 2015년과 2021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에는 프랑스오픈, 2021년에는 US오픈에서 준우승했다. 나달은 계속된 엉덩이·허리 부상에 신음하며 올해 프랑스오픈, 윔블던, US오픈에도 불참했다.
이로써 조코비치는 여자 테니스의 마거릿 코트(81·호주·은퇴)가 세운 남녀 메이저 대회 단식 최다 우승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공교롭게도 코트 역시 50년 전인 1973년 US오픈에서 24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 대기록을 채웠다. 조코비치와 코트가 24번씩 우승했고, 세리나 윌리엄스(42·미국·은퇴)가 23회로 2위다. 다만 프로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출전이 허용된 1968년 오픈 시대(Open Era·프로선수가 메이저 대회 등의 주요 대회에 출전하도록 허용된 시기) 이후에만 24회 우승한 것은 조코비치가 역사상 유일하다.
특히 조코비치는 2년 만에 US오픈에 나섰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우승 열망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 백신 접종을 개인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그는 백신을 맞지 않은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 중 하나인데, 미국 방역 당국이 2022년에 백신 미접종 외국인의 입국을 불허해 미국에서 열린 대회에 아예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다 미국 방역 당국이 지난 5월 코로나 백신 접종을 받지 않은 외국인도 입국할 수 있도록 방역 방침을 완화하면서 올해 US오픈을 포함한 각종 미국 대회에서 뛸 수 있게 됐다. US오픈은 이번에 조코비치를 맞이할 때 “Welcome back(다시 돌아와 환영한다)”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다.
조코비치는 조만간 발표될 세계 랭킹에서 1위에 복귀한다. 그는 이미 역대 최장 기간(390주) 세계 1위, 통산 상금 수입 1위 등 전리품도 화려하다. 큰 부상이 없는 한 향후 2~3년은 건재할 것으로 보인다.
숫자 ‘24′가 적힌 유니폼을 입고 시상식에 나선 조코비치는 “저는 7·8살 때 세계 최고의 테니스 선수가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가졌습니다. 이 꿈을 위해 목표를 세우고 달성해 나갔어요. 조국이 전쟁을 겪는 등 어려운 환경 속에서 참 끈질기게 했습니다. 여기까지 올 수 있게 한 부모님께 무엇보다 감사드립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저는 제가 테니스 역사에 도전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어요. 자주 말하지만, 저는 제 어릴 적 꿈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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