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폭염' 사망자 31명…20대도 쓰러지는데 고용부 '권고'만
20대 근로자조차 작업 중 사망...법은 '적절한 휴식' 규정
고용부 35도 이상시 15분 휴식 '권고'...현장에선 안지켜져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올해 여름 온열질환 추정 사망자가 무려 31명 발생했다. 최근 5년 사이에 가장 많은 숫자다. 60대 이상 노인들이 대다수지만 올해 폭염 속엔 20대 근로자가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법은 구체성이 떨어져 현장에서 잘 지켜지지 않는 데다 고용노동부의 가이드라인 역시 권고에 그쳐 관련 법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5월 20일부터 8월 31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 수는 모두 2682명이다. 지난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45.7%(841명) 늘었다. 온열질환자가 비교적 적었던 2020년(1078명)에 비해선 약 1.5배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온열질환자가 2000명을 넘어선 것도 처음이다.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 수는 올해 31명이다. 최근 5년 동안 가장 많은 온열질환자가 발생한 2019년과 비교해도 3배 정도 늘었다. 대다수가 열사병이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여름(6~8월) 전국 평균 기온은 24.7도로 평년(23.7도) 대비 1도 높았다. 각종 기상기록 기준점인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여름 4위에 올랐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폭염 탓이다. 올해 6~8월 전 세계 평균 기온은 16.77도를 기록했다. 지난 1940년 이래 가장 높은 온도다. 직전 전세계 여름 최고 기온을 기록한 2019년 16.48도보다 0.29도 높았다. 1990~2020년 평균치와 비교하면 0.66도 높았다.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열화가 시작됐다는 경고도 나온다.
이상기후가 지속될 경우 온열질환에 따른 사망자가 매년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특히 올해 사망자 31명 중 절반 정도인 15명이 80세 이상이었고, 70대가 6명, 60대가 5명이었다. 노인들이 무더위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폭염은 20대 젊은이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실제 지난 6월 19일 코스트코 하남점 주차장에서 카트와 주차 관리 업무를 하던 김동호(29)씨가 휴식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 김씨의 스마트폰 앱엔 사망 당일까지 사흘간 하루 평균 3만6000보(22㎞)를 걸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당시 경기 하남시엔 체감온도가 이틀 연속 35도가 넘어 폭염경보가 내려졌었다. 여름철 35도가 보통이 되면서 폭염은 일터에서 생명을 직접 위협하는 문제로 떠올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폭염을 가장 위험한 자연재해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 법이 폭염에 대처하기에 미비하다는 점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사업주가 고온 등에 의한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보건조치를 하지 않을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6조(휴식 등)는 근로자가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작업해 열사병 등의 우려가 있는 경우 적절히 휴식하도록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적절한 휴식’의 구체적 기준은 없다. 이 탓에 ‘지켜도 그만, 안 지켜도 그만’이라는 지적이 현장에서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라인’도 마찬가지다.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이면 시간당 10분, 35도 이상이면 15분씩 쉬도록 하라고 ‘권고’할 뿐이다. 이러다보니 폭염을 이유로 쉴 수 있는 근로자가 많지 않다. 민주노총 건설노조 설문에 따르면 토목건축 근로자 3206명 중 81.7%가 “폭염에도 별도 중단없이 일한다”고 답했다. 쿠팡 물류센터 근로자들은 체감온도 33도, 35도가 넘어도 고용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휴게시간이 없다며 지난달 1일 파업을 했다.
최근 5년간 일터에서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근로자는 23명에 달한다. 산재 승인을 받지 못했거나 신청도 못한 사례까지 더하면 훨씬 많다. 폭염에 목숨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작업중지권과 휴식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도록 ‘근로자의 작업중지권’ 등 법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플랫폼 배달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 등은 폭염 시 작업 중지를 ‘일시적 실업’으로 간주하고 통상 수입의 70%를 지급하는 ‘기후실업급여’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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