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은 밀리언셀러, 음원은 90위대… 5세대 아이돌 명과 암

안진용 기자 2023. 9. 1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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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선이 다른 5세대 K-팝 그룹이 베일을 벗었다.

K-팝 황금기에 등장한 보이그룹 라이즈와 제로베이스원 등은 데뷔앨범부터 100만 장 넘게 판매하며 단박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최근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K-팝 기획사들의 전략 변화, 시장 확장, 팬덤 경쟁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결국 5세대 그룹들이 선배 K-팝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자생력을 갖추려면 팬덤에 기댄 앨범 판매량만 좇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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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뷔앨범부터 100만장… 신인 K - 팝 그룹의 과제
‘제로베이스원’ 멜론차트 93위, ‘라이즈’는 90위에 머물러
전문가 “마니아 위주로는 생명 짧아… 대중성 함께 갖춰야”
지난 4일 SM엔터테인먼트가 선보인 보이그룹 라이즈는 데뷔 앨범 선주문량 103만 장을 기록하며 등장과 동시에 ‘밀리언셀러’로 등극했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출발선이 다른 5세대 K-팝 그룹이 베일을 벗었다. K-팝 황금기에 등장한 보이그룹 라이즈와 제로베이스원 등은 데뷔앨범부터 100만 장 넘게 판매하며 단박에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하지만 “팬덤과 대중성의 괴리는 더 커졌다”는 우려와 함께 여전히 건재한 3·4세대 K-팝 그룹과의 경쟁에서 자생력을 갖춰야 한다는 충고가 나오고 있다.

K-팝 시장은 약 30년 만에 5세대에 접어들었다. HOT·SES(1세대), 동방신기·빅뱅(2세대), 방탄소년단(3세대), NCT·스트레이키즈(4세대)를 거쳐 최근 라이즈, 제로베이스원 등이 배턴을 이어받았다.

이들은 팽창한 K-팝 시장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지난 4일 데뷔한 SM엔터테인먼트의 막내 라이즈의 데뷔 싱글 ‘Get A Guitar(겟 어 기타)’의 선주문량은 103만 장이다. 앞서 7월 데뷔한 제로베이스원(작은 사진)의 첫 번째 미니앨범 ‘YOUTH IN THE SHADE(유스 인 더 셰이드)’는 발매 첫 일주일 동안 총 182만 장이 넘게 팔렸다.

최근 가수들의 앨범 판매량이 급증한 것은 K-팝 기획사들의 전략 변화, 시장 확장, 팬덤 경쟁 등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기획사들은 데뷔 전부터 이미 단단한 팬덤을 구축한 후 첫 삽을 뜬다. 라이즈는 그룹 NCT 멤버로 활동하던 쇼타로와 성찬을 영입하는 ‘강수’를 뒀다. 그 결과 적잖은 NCT 팬덤이 라이즈로 자연스럽게 유입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Mnet ‘보이즈 플래닛’을 통해 결성된 제로베이스원은 오디션 과정에서 184개국 시청자들의 투표를 받으면서 글로벌 팬덤이 형성됐다. 또 한국인(6명), 중국인(2명), 캐나다인(1명)으로 구성돼 팬층도 다양화됐다.

초동(발매 첫 주 앨범 판매량) 기록은 팬덤의 자존심 경쟁이 됐다. ‘오빠’들의 기록을 위해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앨범에 각 멤버의 포토카드를 무작위로 넣는 것도 앨범 판매량을 높이는 전략이다. 그리고 이 기록은 데뷔 시점에 대대적으로 기사화돼 그들을 알리는 수단이 된다. 통상 앨범 100만 장이 팔리면 150억 원 이상의 매출이 발생한다. 이런 측면에서 앨범 판매량은 팬덤의 크기인 동시에 K-팝 산업의 덩치를 키우는 기반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앨범 판매 인플레이션’이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팬덤 화력을 보여주는 척도인 앨범 판매량과 대중적 인지도가 비례하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즈의 신곡 ‘겟 어 기타’와 제로베이스원의 신곡 ‘인 블룸’의 멜론 차트 순위(8일 기준)는 각각 90위, 93위다. “대중적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5세대 그룹들이 빠르게 뿌리내릴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만든 3∼4세대 그룹들은 팬덤과 대중성을 적절히 배합하며 K-팝의 위상을 끌어올렸다. 현재도 멜론 톱30에는 방탄소년단, 세븐틴, (여자)아이들, 에스파, 있지(ITZY) 등의 노래가 올라와 있다. 결국 5세대 그룹들이 선배 K-팝 그룹들과의 경쟁에서 자생력을 갖추려면 팬덤에 기댄 앨범 판매량만 좇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박기수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급증한 앨범 판매량은 ‘팬덤 과잉’이라 볼 수 있다. 팬들이 좋아하면 대중도 따라 좋아할 것이라는 일종의 밴드왜건 효과를 노리지만 ‘시장의 반영’인 음원 성적이 뒷받침되는 않는다는 면에서 팬덤과 대중성의 괴리가 발생한다”면서 “결국 답은 시장에서 찾아야 한다. 마니아 팬덤 위주로는 생명력을 길게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에 대중의 눈높이를 고려해 균형을 맞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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