亞 컬렉터 홀린 ‘블루칩’ 작품들… 움츠린 아트페어에 새 숨결
알짜작품 위주 선보인 프리즈
‘붉은 신의 호박’ 77억 최고가
박서보·이건용 작품 높은 관심
국내 신진작가 무대된 키아프
해외 수집가들에게 ‘눈도장’
“프리즈보다 질 낮다”지적도
“미술 시장이 불황이라고 말하지만, 그런 때일수록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재빠르게 움직이는 ‘진짜 미술애호가’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입니다. 서울에서 만난 컬렉터들은 대단히 높은 식견을 갖고 있었습니다.”
서울에서 벌어진 ‘소문난 잔치’에 움츠려 있던 미술판이 간만에 활기를 되찾았다. 전 세계 ‘큰손’들이 주목한 아트페어 ‘키아프 서울’(Kiaf SEOUL)과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며 막을 내렸다. ‘블루칩’ 작품을 마주한 컬렉터들은 지갑을 열어 ‘판매 완료’ 딱지를 붙였고, 미술을 주제로 교류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의 열기를 확인한 미술계 인사들은 서울이 ‘아시아 미술 수도’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동시 개막한 키아프와 프리즈는 330여 개의 내로라 하는 화랑들이 모셔 온 걸작들을 보기 위한 관람객으로 연일 붐볐다. 10일 마무리된 키아프엔 지난해보다 15%가량 늘어난 8만여 명이 다녀갔고, 이보다 하루 앞서 폐막한 프리즈 방문객도 7만 명을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 아시아 미술 시장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싱가포르와 일본에서 올해 열린 ‘아트SG’(4만3000여 명), ‘겐다이 도쿄’(2만여 명) 관람객 수를 압도했고, 아시아 미술 패권을 쥔 ‘아트바젤 홍콩’(8만6000여 명)과 견줘도 밀리지 않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여파로 미술 시장 전반이 숨 고르기에 들어간 터라 흥행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당초 미술계 안팎의 예상이 빗나갔다. 세계 최정상급 화랑 타데우스 로팍 설립자인 타데우스 로팍은 “아시아 전역에서 많은 컬렉터가 발걸음했고, 한국 관람객도 늘었다”면서 “이는 한국 미술계가 대단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프리즈에 참여한 국내 대형 화랑 대표도 “미국에서 열린 ‘프리즈 LA’보다 작품의 질이나 전반적인 운영 등 모든 게 뛰어났다”고 말했다.
올해 프리즈는 기대와 달리 한 점에 수백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은 없었다. 대신 화랑들은 가격 부담을 낮추되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유망 작가들의 알짜 작품으로 부스를 채워 10억∼50억 원대 작품을 잇따라 판매하며 실속을 챙겼다. 미국의 대형 화랑 데이비드 즈워너가 출품한 구사마 야요이(草間彌生)의 ‘붉은 신의 호박’이 580만 달러(약 77억 원)에 팔리며 최고가 기록을 썼고, 스위스 기반의 대형 화랑 하우저앤드워스는 소속 작가 라시드 존슨과 조지 콘도 작품을 97만5000달러(약 13억 원), 80만 달러(약 10억7000만 원)에 각각 거래했다. 한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영국 화랑 화이트 큐브가 단색화 거장 박서보의 작품을 49만9000파운드(약 8억3000만 원)에 팔았고, 리안갤러리는 실험미술 거장 이건용의 작품을 45만 달러(약 6억 원)에 판매했다.
지난해 ‘프리즈 쏠림’으로 체면을 구겼던 키아프도 선전했다. 국제갤러리가 우고 론디노네 단독 부스를 마련해 신작 회화를 3억 원에 판매하는 등 전체적으로 무난한 판매 실적을 올렸다. 키아프가 한국화랑협회를 주축으로 국내 화랑들이 대거 부스를 꾸린 만큼 국내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많이 걸렸는데, 작년과 달리 키아프에도 해외 컬렉터들이 방문하며 ‘눈도장’을 찍는 쇼케이스 무대가 됐단 평가다. 다만 프리즈와 비교해 화랑 간 수준이나 작품 편차가 크단 지적도 나왔다. 한 국내 화랑 관계자는 “키아프에 참여한 화랑이 너무 많다 보니 어수선하고 작품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도 보였다”고 말했다.
‘한 지붕 두 페어’를 내세운 키아프리즈의 흥행에도 지속가능성에 대해선 물음표가 여전하다. 최근 프리즈가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아트페어 ‘아모리 쇼(The Armory Show)’를 인수하면서 서울에서 발을 빼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프리즈 서울과 아모리쇼 개최 시기가 겹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사이먼 폭스 프리즈 CEO는 “키아프와 프리즈의 파트너십을 ‘장기적인 결혼’으로 보고 있다”며 “프리즈 서울은 아시아에 초점을 맞추는 고유의 성격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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