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바흐, 김재열 IOC 위원 이례적 조기 낙점

권종오 기자 2023. 9. 1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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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ISU 회장 (사진=연합뉴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을 IOC 위원으로 조기 낙점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김재열 회장은 지난해 6월 비유럽인으로 처음으로 ISU 회장에 당선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당선이 아니라 예상을 깨고 압도적인 표 차이로 뽑히면서 그가 언제 IOC에 입성할 지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IOC 위원은 개인 자격(최대 70명),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 국제연맹(IF) 대표 자격, 선수 위원(최대 각 15명)으로 구성되며 이들은 똑같은 권한과 투표권을 행사합니다. 김재열 회장은 ISU 수장이 되면서 IF 대표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빨리 IOC 위원 추천을 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습니다. 국내 체육계가 대부분 이르면 내년 또는 2025년에 당선될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입니다. 김재열 회장 추천은 집행위원회가 했지만 사실상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의중이 절대적이었습니다.

SBS와 단독 인터뷰하는 바흐 위원장


저는 바흐 위원장과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단독 인터뷰를 했습니다. 그때 "김재열 회장을 언제 IOC 위원으로 추천할 것인가?"라고 물었지만 바흐 위원장은 미소만 지으며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습니다.

국제 스포츠계 사정에 정통한 A 씨는 김재열 회장이 추천을 받은 것에 대해 "정말 다행"이라며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2026년 2월에 밀라노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김재열 씨가 ISU 회장이기 때문에 그전에는 IOC 위원이 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늦게 될 경우 문제가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인 IOC 위원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유승민 IOC 선수위원인데 유승민 위원은 내년 파리올림픽 폐막과 동시에 8년 임기를 마친다. 이기흥 회장의 경우 만 70세 규정에 따라 2025년이면 IOC 위원 임기가 종료된다. 정년 이후에도 위원 중 최대 5명에 한해 IOC 총회 투표를 통해 연장할 수 있도록 예외 규정을 뒀지만 이기흥 회장이 임기를 더 늘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만약 내년 파리올림픽 때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한국 후보인 골프 스타 박인비 선수가 낙선하고 이기흥 회장이 임기 연장을 받지 못할 경우에는 한국인 IOC 위원이 1명도 없게 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한국 스포츠에는 재앙인 것이다."

김재열 회장이 ISU 회장이 된 지 1년 만에 IOC 위원이 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분석됩니다. 아주 오랫동안 ISU 수장으로 활동했던 오타비오 친콴타 전 회장이나 장 프랑코 카스퍼 전 국제스키연맹(FIS) 회장 같은 거물도 회장이 된 지 2년 뒤에 IOC 위원이 됐습니다. 이보 페리아니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회장은 6년 뒤에 위원이 됐습니다. 박용성 전 IOC 위원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1995년 국제유도연맹 회장에 당선됐지만 IOC 위원이 된 것은 7년 뒤인 2002년이었습니다.

바흐 위원장이 조기 낙점을 결정한 배경에는 물론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동계 종목에 대한 풍부한 경력과 전문성을 들 수 있습니다. 김 회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 2014 소치 동계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장, 2018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부위원장, 대한체육회 부회장,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IOC 조정위원회 위원, ISU 집행위원으로 활동했고 지난해 6월 ISU 회장 선거에서 당선됐습니다. IOC 위원이 되는데 충분한 이력입니다.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과 관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은 오는 2028년 LA올림픽까지 IOC와 공식 후원 계약을 맺었습니다. 김재열 회장은 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사위로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사장을 맡고 있습니다.

IOC는 지난 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집행위원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재열 회장을 비롯한 총 8명을 신임 위원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습니다. IOC는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인도 뭄바이에서 열리는 제141차 IOC 총회를 통해 여성 4명, 남성 4명 등 총 8명의 신임 IOC 위원을 뽑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김재열 회장의 IOC 위원 당선은 확실시됩니다. 집행위원회 추천을 받은 신규 회원 후보가 총회 투표에서 낙선한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김 회장은 이미 서류 심사, 윤리위원회 검증, 후보 추천위원회 등 3단계 전형을 모두 통과했기에 그가 총회에서 떨어질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김재열 회장이 당선되면 한국 IOC 현직 위원은 총 3명으로 늘어납니다. 한국 출신 IOC 위원 3명이 동시에 활동하는 것은 고 이건희 회장, 고 김운용 위원,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이 활동한 2000년대 초반 이후 처음입니다.

권종오 기자 kj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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