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우주기업만 140여개…미-중-러 우주전쟁서 게임체인저?
달 남극 착륙 성공으로 투자 붐 이어질듯
인류 최초로 달 남극 착륙에 성공한 인도가 ‘뉴스페이스’를 엔진으로 우주 강국으로서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뉴스페이스란 정부가 이끌던 과거 우주산업(올드스페이스)에서 벗어나 민간기업이 우주산업을 이끄는 것을 말한다.
뉴욕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인도에는 현재 140여개의 우주기술 신생기업이 있으며, 벤처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분야 중 하나가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인 2020년 우주기업이 5개사였던 것과 비교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2017년까지 누적 3800만달러(약 500억원)에 그쳤던 우주부문 스타트업 투자는 2022년 한 해에만 1억1900만달러(약 1600억원)로 늘었다.
로이터 통신은 분석가들의 말을 빌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도 민간기업의 로켓을 개발이 지지부진한 유럽 발사체의 대안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에 우주기업 창업 바람이 불게 된 건 2020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우주산업 전 부문을 민간 기업에도 개방하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인도판 뉴스페이스 선언이었던 셈이다. 인도 정부는 민간 우주기업 로켓 개발을 지원하는 ‘뉴스페이스 인디아’라는 별도의 국영기업도 출범시켰다.
우주 강국을 향한 모디 총리의 의지가 뉴스페이스 시대를 여는 원동력이었다는 게 현지 언론들의 평가다. 당시 모디 총리는 기업인들과의 화상회의에서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인도가 이룬 성과를 우주에서도 달성하자”고 말했다.
뉴스페이스 선언 2년 만에 성과 가시화
인도의 뉴스페이스 열기에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은 미국의 뉴스페이스 정책이다.
미국은 21세기 들어 민간의 우주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정부는 이를 구매해 쓰는 쪽으로 우주산업 정책의 방향을 바꿨다. 스페이스엑스가 세계 최대 우주발사체 기업으로 발돋움한 데는 미 항공우주국(나사)과 맺은 수십억달러 규모의 발사 계약이 단단한 뒷받침이 됐다.
우주굴기에 고심해 온 중국도 이를 따라 2010년대 중반 ‘민간 우주 인프라를 위한 중장기 발전 계획’(2015~2025)을 세우고 민간 우주기업 육성에 나섰다. 이에 힘입어 몇몇 기업이 이미 위성 발사에 성공했고, 올해 들어서는 세계 처음으로 메탄 엔진 로켓을 궤도에 올린 기업이 나왔다.
인도도 뉴스페이스 선언 2년 만인 2022년 말 첫 성과가 나왔다. 스카이루트 에어로스페이스(Skyroot Aerospace)란 우주기업이 민간 기업에선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로켓을 준궤도에 올려 놓는 데 성공했다. 인도우주연구기구 출신 과학자들이 소형 발사체 시장을 겨냥해 2018년에 설립한 이 회사는 올해 3분기 중 우주 발사체 비크람 1호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 회사 공동설립차 파완 찬다나는 로이터에 “발사와 정책 변경이 모두 제때 이뤄지고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마감시한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큰 놀라움이었다”며 “정책적인 문제로 인해 일정이 지연된 것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가치는 벌써 1억6300만달러로 평가받고 있다.
아그니쿨 코스모스(Agnikul Cosmos)란 기업은 3D 프린팅 기술로 로켓 엔진을 만들었다. 이 엔진을 탑재한 액체연료 1단 로켓의 첫 준궤도 발사를 앞두고 있다.
인도 정부는 뉴스페이스에 힘입어 2030년까지 세계 우주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 2%의 5배인 10%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전 세계 우주산업의 규모는 4400억달러에 이른다. 인도는 목표 달성을 위해 우주 부문에서의 외국인 투자 개방도 검토하고 있다.
달에 세차례, 화성에 한 차례 우주선 보내
사실 인도는 일찌감치 1960년대부터 우주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 전통의 우주강국이다.
1960년대 초반의 인도국립우주연구위원회를 모태로 1969년 출범한 인도우주연구기구(ISRO, 이스로)는 1975년 인도 최초의 위성 아리야바타를 쏘아 올렸다. 당시엔 소련 로켓에 실어 올려보냈지만 5년 후인 1980년에는 자체 개발한 로켓 SLV-3에 위성을 실어 발사했다. 자력으로 궤도 발사 능력을 갖춘 세계 6번째 우주강국이다. 찬드라얀 3호 이전에 이미 두차례 달 궤도에 우주선을 올려보냈고, 2014년엔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에 이어 세계 4번째로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인도 로켓은 발사 성공률 95%로 세계에서 가장 신뢰성이 높은 로켓 가운데 하나다. 영국의 우주인터넷기업 원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소유스 로켓을 사용할 수 없게 되자,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 두차례에 걸쳐 인도의 로켓으로 위성을 쏘아올렸다.
인도의 우주 부문은 20세기 후반 정책 순위에서 정보기술 부문에 밀려나는 듯했으나 모디 총리 집권 이후 다시 활력을 찾고 있다.
비동맹 외교노선으로 지정학적 위상 높여
인도의 우주기술이 더욱 주목받는 건 인도의 지정학적 위상 때문이다. 인도는 미-소 냉전시대에 비동맹그룹을 이끈 주역으로 미국과 소련 진영 어느 한 쪽에도 속하지 않는 외교노선을 걸어왔다. 이는 결과적으로 오늘날 국제사회에서 인도의 입지를 넓혀주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우주 부문에선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로켓의 공백을 메꾸고,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미국의 입장에선 중국과의 우주 경쟁 또는 대결 구도에서 중국에 대한 대항마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모디 총리가 지난 7월 미국 국빈방문 때 바이든 미 대통령과 우주산업 전 부문에 걸친 기업 협력 강화를 약속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우주탐사 국제협력 프로그램 ‘아르테미스협정’에 서명한 것은 인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적극 활용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인도는 그동안 러시아에 맡겼던 우주비행사 훈련도 미 항공우주국에 맡기기로 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로켓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인도의 우주기술과 산업이 활동할 공간은 더욱 넓어지고 있다.
인도는 달 남극 착륙선 찬드라얀 3호의 성공으로 우주강국의 면모를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는 국제 우주협력에서 인도 우주기업에 더욱 많은 기회를 마련해 주고, 인도 우주기술에 대한 국제사회의 투자를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는 이제 첫 걸음을 뗀 데 불과하다. 위성데이터 분석업체 새추어의 공동설립자 프라티프 바수는 로이터에 “매우 좋은 기업들이 있지만 현재로선 미국이나 중국 기업들에 비하면 크게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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