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사망 2100명 넘어… "골든타임 온다" 필사 구조
붕괴 위험에 주민들 노숙…정부 구호요청 소극적
모로코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당국은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주 492명, 치차우아 주 201명 등의 순이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서도 17명이 희생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USGS도 이번 모로코 강진의 인명피해 추정치 평가를 이날 지진 발생 직후 내린 기존의 ‘황색경보’에서 ‘적색경보’로 두 단계 상향했다.
USBS는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000∼1만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그러나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로 전망했고, 6%의 확률로 10만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많은 주민들이 여진이나 금이 간 건물의 추가 붕괴를 우려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노숙에 나섰다.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이 모여있는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 제마 엘프나 광장은 이들의 피난처가 됐다.
튀니지에서는 전날 구조팀 50여명이 모로코로 향했고,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가 현지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편다. 알제리도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그러나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려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해외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모로코가 공식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 등 4개국이 전부라고 보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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