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 강진 사망 2100명 넘어… "골든타임 온다" 필사 구조

김희원 2023. 9. 11.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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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만의 최강 지진…사망자 1만명 이를 수도
붕괴 위험에 주민들 노숙…정부 구호요청 소극적

모로코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100명을 훌쩍 넘어섰다.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고 있어 당국은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에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지난8일(현지시간) 오후 11시 11분쯤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 지점에서 관측된 규모 6.8의 지진은 지난 120여년간 이 주변에서 발생한 가장 강력한 지진이었다.
강진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외곽의 한 산악 마을에서 9일(현지시간) 주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10일 내무부가 이날 오후 4시 현재까지 이번 지진으로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351명이 사망해 가장 피해가 컸고, 타루다트주 492명, 치차우아 주 201명 등의 순이었다.

중세 고도(古都) 마라케시에서도 17명이 희생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USGS도 이번 모로코 강진의 인명피해 추정치 평가를 이날 지진 발생 직후 내린 기존의 ‘황색경보’에서 ‘적색경보’로 두 단계 상향했다.

USBS는 이번 재해로 인한 사망자가 1000∼1만명일 가능성이 35%로 가장 높다고 봤다. 그러나 1만∼10만명에 이를 가능성도 21%로 전망했고, 6%의 확률로 10만명 이상이 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번 지진으로 30만명 이상이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다.
강진으로 큰 피해를 본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서남부의한 산악 마을에서 주민들이 9일(현지시간) 지진 잔해에 갇혀 있던 당나귀를 구조하고 있다. 전날 밤 마라케시 서남쪽 약 71km 지점에서 규모 6.8의 강진이 발생해 구조대의 접근이 어려운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AFP연합뉴스
국제적십자사연맹의 글로벌 운영 책임자인 캐롤라인 홀트는 성명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생존자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이 구조대의 발목을 잡으면서 곳곳에서 가족을 잃은 생존자들이 절규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구조대는 구불구불한 산악 도로를 따라 피해 지역에 접근해야 하지만 지진이 산을 뒤흔들면서 떨어져 나온 암석이 도로 곳곳을 막아놓았다고 물라이 브라힘 지방정부는 전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에게 여진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10일(현지시간) 강진이 발생한 북아프리카 모로코 마라케시 아미즈미즈 인근의 한 마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시신을 수습하자 유가족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실제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휴일인 이날 오전 9시쯤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많은 주민들이 여진이나 금이 간 건물의 추가 붕괴를 우려해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노숙에 나섰다.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이 모여있는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 제마 엘프나 광장은 이들의 피난처가 됐다.

가족들과 함께 이틀째 광장에서 밤을 지낸 무하마드 아야트 엘하즈는 로이터 통신에 “전문가를 불러 집에서 지내도 안전한지를 알아보는 중”이라며 “위험하다고 하면 집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9일(현지시간) 모로코 우아르자자트에서 지진이 발생한 후 주민들이 광장으로 대피해 있다. 8일 밤 모로코를 강타한 강력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으며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신화뉴시스
모로코를 돕기 위한 전 세계 지원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모로코로부터 공식 지원 요청을 받은 스페인이 군 긴급구조대(UME) 56명을 현지에 파견했다.

튀니지에서는 전날 구조팀 50여명이 모로코로 향했고, 카타르에서도 87명의 인력과 구조견 5마리가 현지에 도착해 구조 활동을 편다. 알제리도 모로코와 단교 이후 2년간 폐쇄했던 영공을 인도적 지원과 부상자 이송을 위한 항공편에 개방했다.

그러나 모로코 당국의 공식적인 지원 요청이 없어 도움을 주려는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에서는 모로코 정부가 이번 재난을 스스로 헤쳐 나갈 역량이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해외 지원을 받는 데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모로코가 공식 지원을 요청한 나라는 스페인, 튀니지, 카타르, 요르단 등 4개국이 전부라고 보도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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