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잠’의 물꼬를 튼 썰[편파적인 디렉터스뷰]
1. 봉준호 감독이 ‘잠’ 제작 권유를?
2. 이선균·정유미 연기스타일, 전혀 달랐다?
3. 현실적인 신혼부부, 어디서 나왔나
영화 ‘잠’(감독 유재선)은 발칙하다. 이 작품으로 데뷔한 유재선 감독만의 펄떡이는 아이디어들과 이야기로 가득하다. 여기에 이선균, 정유미의 명연기가 더해지며, 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데뷔작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런데 ‘잠’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대한민국 대표 스타감독인 봉준호 감독의 힘이 컸단다. ‘옥자’ 연출부로 일하며 ‘봉준호 키즈’로 불린 유재선 감독에게 “봉준호 감독이 ‘잠’의 물꼬를 튼 썰”을 들어봤다.
■쟁점1. 봉준호 감독의 지지로, ‘잠’이 탄생했다?
이 시나리오는 유재선 감독이 연출을 준비하면서 써오던 일종의 ‘습작’이었다. 영화로 탄생할 수 있었던 건 봉준호 감독과 미팅에서 들은 한마디 때문이었다.
“봉준호 감독님이 자신의 스태프로 일하자고 제안하는 미팅이었어요. 그러다 이 시나리오를 한번 보여드렸는데, 그 이후 대화 주제가 완전히 바뀌었죠. 봉 감독님이 ‘이걸 해라. 지금 캐스팅 시나리오로 돌려도 손색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그동안은 막연하게 데뷔를 꿈꾸며 뜬구름 잡는 것 같았는데, 그 한마디에 ‘아, 나 이걸 할 수 있겠구나’란 확신과 자신감을 갖게 됐죠. 2019년 가을이었어요. 그때부터 다른 프로젝트로 돈을 벌기보다는 이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에 집중하게 됐고요.”
봉준호 감독은 캐스팅에도 힘을 실어줬다. 정유미에게 직접 전화해 ‘좋은 시나리오가 있으니 검토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제작사 대표님이 제게 ‘너가 원하는 캐스팅은 누구냐’라고 묻더라고요. 제가 이선균, 정유미를 원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어려울 것 같진 않네. 좋은 배우는 흥미로운 시나리오에 반응해’라고 하더라고요. 시나리오를 보냈고, 봉준호 감독님이 신인감독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던지 정유미에 전화해 ‘유재선 감독 정말 잘한다’고 낯뜨거운 칭찬도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감사한 마음이 들었죠.”
■쟁점2. 이선균·정유미와 작업한 소감은?
꿈에 그리던 캐스팅에 성공한 그는 현장에서 늘 행복했다고. 신인 감독으로서 주눅이 들 수 있었음에도 두 사람 덕분에 굉장히 큰 자신감을 얻었다는 그다.
“신인 감독은 경험이 없으니, 그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거든요. 떳떳하고 의젓한 감독으로 배우들이 대해줄까 걱정했는데, 촬영 첫째날 그런 걱정이 무색했을 만큼 배우들이 협업에 적극적이었고 아이디어도 많이 내줬어요. 이선균과 정유미는 연기 스타일이 극명히 다른데요. 그래서 더 재밌었어요. 이선균은 열심히 공부해서 오는 스타일이라면, 정유미는 제가 하나부터 열까지 질문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이선균이 만든 ‘현수’에 감탄하기도 했고, 정유미와 ‘수진’을 만들어가는 작업도 즐거웠죠. 배우와 모든 스태프가 이 프로젝트를 사랑해줘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를 던져줬는데, 제가 복 받은 거라고 생각해요.”
■쟁점3. 신혼부부 이야기, 경험에서 나왔다?
극 중 현수와 수진은 신혼부부로, 현수의 몽유병 증세 때문에 갈등을 겪는다. 그 묘사가 현실적이라 몰입감이 더욱 높아진다.
“시나리오 썼을 당시에 부부의 얘기라서 아내와 ‘너라면 어땠을까’란 얘기를 자주 했어요. 그래서 두 캐릭터 속에 나와 제 아내가 녹여졌나봐요. 사실 저도 결혼 전엔 ‘현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고 아내는 ‘부부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해결한다’는 ‘수진’의 결혼관을 갖고 있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생각해보니, 부부관계란 이런저런 변수 때문에 틀어질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또 실제로 결혼 생활을 해보니 부부끼리 함께 하는 마음가짐을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고요. 극 안에 결혼생활을 제대로 그린 것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어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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