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까지 있다' '123년 만에 첫 감독 경질' 플릭과 결별한 독일, 후임 후보에 지단-클롭-나겔스만 등 '초호화 라인업'
[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독일 축구가 결국 칼을 빼들었다.
독일축구협회는 11일(한국시각) 공식채널을 통해 한지 플릭 감독의 경질을 발표했다. 플릭 감독은 독일축구 123년 역사상 처음으로 경질되는 지도자가 됐다. 말그대로 불명예 퇴진이다. 독일은 1926년 정식 감독 체제가 생긴 뒤 10명의 전임 감독을 선임했는데, 모두 임기를 채웠다. 한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역시 2006년 독일월드컵 3위를 달성한 후 스스로 물러났다.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협회장은 "최근 실망스러운 남자 대표팀에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선수권대회를 앞두고 낙천주의와 자신감이 필요했다. 임기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플릭과 코치들을 한 명의 사람으로 소중히 생각했다. 하지만 협회는 성과를 우선해야 하고, 그래서 경질은 불가피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루디 �O러 협회 스포츠디렉터는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상황을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모든 걸 바쳤다. 하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일본전은 우리가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어 "난 지난 2월에 연맹에 합류해 플릭 감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수단을 동원해 그를 지원했기에 이는 쉬운 순간이 아니었다. 난 그가 대표팀을 정상 궤도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며 "하지만 이제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기에, 우린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에서 우리 모두가 바라고 있는 도전적이고 야심찬 주최국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일 팬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시급한 과제는 우리 팀을 신속하게 재정비하고 내년에 열리는 유로를 준비할 대표팀 코치를 고용하는 것"이라며 "우리 모두 이를 통해 독일 축구와 나라 전체에 긍정적인 자극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면 장기적으로 대표팀을 우리가 알고 있고, 기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독일은 12일 프랑스와 2번째 친선전은 �O러, 하네스 울프, 산드로 바그너 등 스탭들의 대행 체제로 치를 예정으로, 이른 시일 내에 정식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다. �O러는 2005년 이후 무려 18년만에 현장에 복귀한다.
역시 일본전 대패가 결정적이었다. 독일은 10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일본과 A매치 친선전에서 1대4 참패했다. 10개월 만의 '리턴 매치'였다. 독일과 일본은 지난해 11월 23일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E조 1차전에서 맞닥뜨렸다. 독일,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한 조에 속한 일본의 '죽음의 조'에 포진해 전망이 어두웠다. 그러나 독일에 2대1로 역전승하며 '도하의 기적'을 연출했다. 독일이 전반 귄도안이 페널티킥 골로 기선을 잡았지만 후반 방심한 틈을 타 일본이 교체카드로 역전에 성공했다. 도안 리츠와 아사노 다쿠마가 릴레이골을 터트렸다.
독일은 설욕을 다짐했다. 카이 하베르츠(아스널) 세르쥬 그나브리, 요슈아 키미히(이상 바이에른 뮌헨) 일카이 귄도안, 마르크 안드레 데어 슈테겐(이상 FC바르셀로나), 안토니오 뤼디거(레알 마드리드) 등 최정예를 총출동시켰다. 하지만 100% 전력에 나선 독일은 그것도 안방에서 무려 4골이나 얻어맞으며 완패를 당했다.
전반 11분 만에 이토 준야(랭스)에게 선제골로 내준 독일은 전반 19분 르로이 사네가 동점골을 넣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3분 뒤 우에다 아야세(페예노르트)가 다시 리드를 잡는 골을 허용하며 전반을 1-2로 마친 독일은 후반 막판 연이어 득점을 내주며 자존심을 구겼다. 일본은 후반 45분 역습 상황에서 아사노 다쿠마(보훔)가 쐐기골을 넣었고, 추가시간 다나카 아오(뒤셀도르프)의 헤더 마무리 골까지 터지며 독일을 침몰시켰다.
이날 독일은 11개의 슈팅 중 단 3개만을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한 골이라도 넣은게 다행이었다. 반대로 일본에 무려 유효슈팅 11개를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0대7로 패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정도로, 일본에 모든 면에서 완벽하게 패했던 경기였다.
A매치 3연패, 지난 월드컵에 이어 일본전 2연패.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플릭 감독은 경기 후 "난 내가 여전히 독일 감독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다이내믹한 스포츠다.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단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프랑스전을 앞두고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플릭 감독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잘 준비하고 있다.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나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한 준비에 자신이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플릭 감독의 자신감과는 달리 팬들은 일찌감치 등을 돌렸다. 독일 스카이스포츠는 '한지 플릭, 과연 그가 국대 감독에 어울리는가'하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무려 89%의 팬들이 아니라고 했다. 독일 언론 역시 플릭 감독이 조만간 경질될 수 있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협회의 생각도 같았다. 일요일 훈련을 마친 뒤 경질 통보를 내렸다. 유럽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있는 독일은 한번도 걷지 않은 감독 경질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상황 반전에 나섰다.
플릭 감독은 결국 역사에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게 됐다. 요아힘 뢰브 전 감독 시절 독일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았다. 세부전술을 모두 맡았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서 수석코치로 활약하며 독일을 우승으로 이끈 플릭 감독까지 숨은 공로자로 평가받았다. 그는 이후 독일축구협회 디렉터로 활동하다 2019년 바이에른 뮌헨 코치로 합류했다. 2019년 말 당시 바이에른을 맡고 있던 니코 코바치 감독이 성적 부진으로 사임한 뒤 갑작스럽게 바이에른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플릭 감독은 그동안 쌓은 내공을 폭발시켰다. 플릭 감독은 시즌 도중 바이에른이라는 거함의 지휘봉을 잡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 유럽챔피언스리그(UCL)까지 모두 싹쓸이 하며 첫 시즌에 트레블을 이끌었다. 플릭 감독은 단숨에 명장 반열에 올랐다. 다음 시즌까지 바이에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플릭 감독은 2021년 뢰브 감독의 뒤를 이어 독일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표팀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바이에른에서 능력을 입증한 플릭 감독에 대한 기대는 하늘을 찔렀다. 하지만 행보는 기대 이하였다.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했다. 직전 러시아 대회에서 한국에 패하며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던 독일은 카타르에서 절치부심을 노렸지만, 또 한번 조별리그 탈락의 굴욕을 맛봤다. 1승1무1패, 특히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충격의 역전패를 당하게 컸다.
유럽축구연맹(UEFA) 네이션스리그(UNL)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경기력이 도통 올라오지 않았다. 평가전 경기력도 좋지 않았다. 결국 일본전 대패가 트리거가 됐고, 플릭 감독과 대표팀의 인연도 끝이 났다.
이제 관심은 후임자로 모아진다. 독일 빌트는 플릭 감독의 후임 후보 10명을 거론했다.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O러, 위르겐 클롭, 마티아스 잠머, 클린스만, 루이 판 할, 로타어 마테우스, 지네딘 지단, 율리안 나겔스만이다. 마테우스는 일찌감치 감독을 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전한만큼, 가능성이 없다. 그는 잠머 감독을 추천했다. 잠머는 현역 시절 명리베로로 발롱도르까지 수상했으며, 감독 생활을 이어오다 현재는 도르트문트에서 고문직으로 활약하고 있다.
눈에 띄는 것은 역시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현재 한국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다. 그는 부임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하루가 다르게 이슈를 생산하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것은 없다. 외유 논란으로 시작한 클린스만 감독의 논란은 K리거 외면, 유럽파 중시 등으로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K리그는 지켜보지도 않으면서 외국에서 리오넬 메시, 해리 케인 등을 분석하는 '직업 윤리'가 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내 언론사와 온라인 인터뷰로 방향을 틀려고 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되는 모습이다.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없애버리면서 또 한번의 논란을 자초했고, 웨일스전을 통해 정점에 오르는 모습이다. 경기는 최악의 경기력 끝에 0대0으로 마무리됐다. 경기 중 손을 놓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또 한번 질타를 받았던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후 아들의 부탁을 받고 애런 램지의 유니폼을 교환하려했다는 인터뷰로 다시 한번 도마 위에 올랐고, 첼시와 바이에른 뮌헨의 레전드 매치 참가 문제로 또 다시 논란을 만들었다. 결국 불참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은 '훈련 시간 외였는데 왜?'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독일 내부에서도 클린스만 감독의 행보에 대한 불신이 높은만큼, 감독이 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클린스만 감독은 2006년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 3위에 올랐지만, 당시에도 여러 구설에 올랐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독일에 머물지 않고 미국으로 자주 날아가며, 현지 레전드들의 혹평을 받았다. 당시 독일대표팀의 전술은 뢰브 전술코치가 짰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후 바이에른의 지휘봉을 잡았는데, 여기서도 이렇다할 지도력을 보이지 못한채 결국 경질됐다. 독일대표팀의 전설 필립 람은 과거 2008~2009시즌 바이에른 뮌헨 시절에 클린스만의 지도를 받았다. 그의 과거 발언이 화제가 되고 있다. 람은 2015년 "우리는 클린스만 밑에서 체력훈련만 했다. 전술훈련은 거의 없었다. 경기 전에 선수들끼리 따로 모여서 어떻게 뛰어야 할지 의논해야 했다"고 폭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후 미국 대표팀을 거쳐 독일의 헤르타 베를린을 통해 독일 무대에 복귀했다. 하지만 10주만에 사고를 쳤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단 10주 만에 감독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헤르타 이사회 임원직에 남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헤르타의 투자자 랄스 빈트호르스트가 그의 퇴진 방식이 "용납할 수 없다"며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결국 이사회 임원직에 남지 못했다. 이같은 계속된 기행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독일 내 이미지가 좋지 못하다. 그렇다고 능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독일축구협회가 한국과 관계를 척지면서까지 클린스만 감독을 데려올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오히려 주목해야할 부분은 외국인 감독이다. 독일은 지금껏 감독만큼은 순혈주의를 고집했다. 1대 감독이었던 네르츠 감독부터 플릭 감독까지 모두 독일 출신 감독이었다. 그래서 판 할 감독과 지단 감독이 이름을 올린 것이 눈에 띈다. 위르겐 클롭이 가장 팬들이 원하는 이름이겠지만, 그는 리버풀과의 계약기간이 남아 있다. 당장 대표팀 감독으로 들어오기 어렵다. 다른 독일 출신 후보들은 크고 작은 문제가 있다.
때문에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판 할 감독은 설명이 필요없는 최고의 명장 중 하나다. 그는 지난 월드컵에서도 네덜란드를 이끌고 8강에 올랐다. 가는 팀마다 성적을 내는 감독이다. 바이에른 감독직을 맡으며 독일 축구와도 인연을 맺었다. 판 할 감독은 현재 건강문제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워낙 고령이라 오랜기간 팀을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또 각종 설화에 자주 오르는 편이다. 그는 최근에도 "카타르월드컵은 메시의 우승을 위해 조작됐다"는 말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지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후 오랜 기간 야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사상 초유의 유럽챔피언스리그 3연패라는 대업을 달성한 후, 계속해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파리생제르맹, 프랑스 대표팀 등에 계속 거론되고 있지만, 정작 아직까지 감독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현재 1순위는 나겔스만 감독이 거론되고 있다. 1987년생, 천재 감독으로 불리고 있는 나겔스만 감독은 일찌감치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6년 호펜하임 지휘봉을 잡아 구단 창단 첫 유럽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이끈 나겔스만 감독은 이어 라이프치히에서도 팀을 창단 첫 유럽챔피언스리그 4강으로 이끄는 등 승승장구했다. 선수보다 어린 감독으로 유명했던 그는 최신 데이터와 스터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차세대 명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결국 거함 바이에른의 레이더망에 걸렸고, 2021년 바이에른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는 스타 선수들과 갈등을 빚으며,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바이에른은 예상과 달리 도르트문트와 치열한 선두 경쟁을 이어갔고, 경기력은 계속 바닥을 쳤다. 결국 중도에 경질됐다. 대신 토마스 투헬 감독이 소방수로 나서, 가까스로 리그 우승을 마무리했다. 성공만을 이어오던 나겔스만 감독의 커리어에 첫 실패였다.
하지만 나겔스만 감독은 토트넘, 첼시, 파리생제르맹 등과 계속해서 연결되는 등 여전히 재능을 인정받고 있다.
과연 독일이 누구를 통해 위기 탈출에 나설지, 지켜볼 일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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