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채로워진 키아프·프리즈 서울…양극화 극복 과제도
프리즈 나흘간 7만 명 방문…한국작가 소개 해외갤러리 늘어 고무적
주최측에 따르면 9일 폐막한 프리즈 서울은 나흘간 지난해와 비슷한 7만 명이 다녀갔고 10일 막을 내린 키아프는 닷새간 작년보다 15% 늘어난 8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아트페어는 미술품을 사고 파는 장터이지만 '키아프·프리즈 서울'은 다양한 관람객층이 즐기는 축제의 성격이 짙어 경제 불황의 영향을 덜 받았다는 분석이다.
올해 행사는 한층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던 지난해와 달리 첫날 VIP 관람 때 입장 가능 인원을 시간대별로 분산하고 일명 '포토스팟'으로 붐비는 갤러리에 입장할 때 관람객이 줄을 서게 하는 등 운영을 보완한 덕분이다.
관람객의 태도 역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행사장에서 만난 벨기에 악셀 베르보르트 갤러리 관계자는 "전시장을 휙 둘러보고 가는 게 아니라 특정 작품에 관심을 갖고 집중하는 관람객이 많아진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일반 관람객뿐 아니라 컬렉터의 수준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닉 시무노비치 '가고시안' 아시아 시니어 디렉터는 "한국 컬렉터는 대단히 높은 식견을 갖고 있다. 서울의 미술계는 분명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오시네 '스프루스 마거스' 시니어 디렉터 겸 아시아 총괄은 "컬렉터의 질문이 더욱 진지해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즐겁고 보람됐다"고 했다.
특히 엔데믹으로 입국 규제가 완화된 중국을 비롯 아시아 컬렉터의 발걸음이 부쩍 늘었다. 실제 행사장 곳곳에는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부스를 이동하는 외국인 단체 컬렉터들의 모습이 심심찮게 보였다. 행사장에서 만난 국제갤러리 직원은 "작년에 비해 중국, 홍콩 등 아시아권 컬렉터가 눈에 띄게 많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의 방문은 작품 구매로 이어졌다. 준준 차이 '데이비드 고단스키' 갤러리 디렉터는 "프리즈 서울이 오프닝한 지 몇 시간 만에 메리 웨더포드 작품 대부분이 한국과 아시아의 기관과 개인 컬렉터의 소장품 목록에 올랐다"고 전했다.
스푸르스 마거스는 130만 유로(18억 6천만원)인 로즈마리 트로켈의 '더 블루스'와 80만 달러(10억 7천만원)인 조지 콘도의 조각 작품을 아시아 컬렉터와 기관에 팔았다.
행사기간 두 아트페어의 매출 성적표가 공개됐다. 프리즈 서울에서는 데이비드 즈워너가 구사마 야요이의 회화 '붉은 신의 호박'을 580만 달러(77억원)에 판매했다. 하우저앤워스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을 125만 달러(16억 7천만원), 라시드 존슨의 회화 작품을 97만 5천 달러(13억원)에 팔았다.
국제갤러리는 박서보의 작품을 49만~59만 달러(6억 5천만~7억 8천만원), 하종현의 작품을 22만 3천~26만 8천 달러(3억~3억 5천만원)에 판매했다. 갤러리현대는 이성자의 작품 2점을 40만~45만 달러(5억~6억 원)에 팔았고 학고재 갤러리는 변월룡과 하인두의 작품을 각각 1억원에 판매했다.
키아프에서는 젊은 작가와 갤러리의 작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 신진 갤러리 옵스큐라는 VIP 프리뷰 날 배병우의 작품을 2억원에 팔았고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에브리데이몬데이, 이아, 갤러리 스탠, 디스위켄드룸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키아프에 참여한 심선영 그림손 갤러리 디렉터는 "단색화나 유명한 작가의 작품을 주로 찾는 중장년층 컬렉터와 달리 아트페어의 주고객인 젊은 컬렉터는 단색화 이후 세대나 유망한 작가의 작품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다양성이 돋보였다는 평이 많다. 두 아트페어는 단색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김구림 ·성능경 등 한국 실험미술과 박래현·박생광 등 한국 전통 채색화, 미디어 아트까지 다채롭게 선보였다.
한국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해외 갤러리도 많아졌다. 도형태 갤러리현대 대표는 "올해 프리즈 마스터스 섹션에 참여한 부스들이 작년보다 많은 한국 작가를 선보였다는 점에 고무됐다"고 말했다.
다만 출품작의 수준과 부스 큐레이팅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갤러리 규모에 따른 작품 수준과 매출의 양극화가 심해졌다. 관점과 안목이 불분명한 국내 갤러리의 부스 큐레이팅도 아쉬운 대목"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이 되려면 시간이 필요하지만 행사기간을 전후해 내한한 해외 미술계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한국 미술 작가를 알리는 데는 더 없이 좋은 기회였다.
제이슨 함 '제이슨 함' 갤러리 설립자는 "전 세계에서 모인 새로운 미술관과 컬렉터를 많이 만났고 이는 대단한 경험이었다"며 "페어 기간 진지한 판매와 대화가 이어져 매우 흥미로웠다. 프리즈가 서울에서 개최돼 더욱 글로벌한 방식으로 새로운 기회의 창을 열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에 분관을 연 영국계 갤러리 화이트 큐브는 "이번 아트페어를 통해 서울이 그 어느 곳보다 수준 높은 아트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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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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