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이 독일 감독 후보에…'초유의 사태’ 독일, 일본전 대패→123년 만에 감독 경질
[포포투=김환]
독일 대표팀의 차기 감독 후보로 오른 인물들 가운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있어서 주목받고 있다.
독일축구연맹(DFB)는 10일(한국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베른트 노이엔도르프 협회장의 제안에 따라 DFB의 주주총회와 감독위원회는 오늘 국가대표팀 감독인 플릭 감독과 두 명의 코치들을 즉시 해임하기로 결정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노이엔도르프 협회장은 “위원회는 최근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인 남자 대표팀에 새로운 추진력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는 자국에서 열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유럽선수권대회(유로)에 대한 자신감이 필요하다. 이번 결정은 지금까지 임기 중 가장 어려운 결정이었다. 나는 플릭 감독과 그의 코치들을 축구 전문가이자 사람으로 소중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DFB의 최우선 과제는 성공이다. 따라서 이번 결정은 불가피했다”라며 플릭 감독과 플릭 감독의 사단을 경질한 이유를 밝혔다.
DFB는 프랑스와의 A매치에서는 루디 펠러, 하네스 볼프, 산드로 바그너가 대표팀을 맡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장 있는 친선경기는 대행을 두고 플릭 감독의 대체자를 빠르게 찾겠다는 게 DFB의 계획이다.
갑작스럽게 감독 대행을 맡게 된 펠러는 “플릭 감독은 지난 몇 달 동안 지쳤다. 그와 그의 스태프들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탈락한 뒤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불행히도 오늘 우리는 우리가 성공하지 못했다고 말해야 한다. 일본전은 우리가 더 이상 이 상황에서 발전할 수 없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줬다. 난 지난 2월 DFB에 합류한 뒤 플릭 감독을 위해 모든 걸 지원했기 때문에 지금은 쉬운 순간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펠러는 “하지만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하며, 우리 모두가 바라는 대회에서 개최국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무언가를 바꿔야 한다. 그것이 바로 독일 팬들이 우리에게 기대하는 바다. 따라서 나는 볼프, 바그너와 함께 프랑스전 한 경기를 일시적으로 맡을 것이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팀을 신속하게 재정비하고, 대회를 준비할 감독을 데려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이를 통해 독일 축구와 국가 전체에 긍정적인 자극을 줄 수 있길 바란다. 장기적으로 국가대표팀을 우리가 알고 있고, 기대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국가대표팀 감독을 선임하려 한다”라고 덧붙였다.
플릭 감독은 요아힘 뢰브 전 감독 시절 독일 대표팀의 수석코치를 맡았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던 인물이다.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까지 수석코치로 지내다 물러난 플릭 감독은 이후 DFB의 디렉터로 활동하다 2019년 바이에른 뮌헨에 코치로 합류했다. 이후 2019년 말 당시 뮌헨을 맡고 있던 니코 코바치 감독이 사임한 뒤 갑작스럽게 뮌헨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플릭 감독의 지도력이 발휘된 시즌이었다. 플릭 감독은 시즌 도중 뮌헨이라는 거함의 사령탑에 앉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와 DFB 포칼, 그리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첫 시즌에 트레블을 달성했다. 이어진 시즌까지 뮌헨을 맡았던 플릭 감독은 지난 2021년 뢰브 감독의 뒤를 이어 독일 대표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독일 대표팀에서의 커리어는 좋지 않았다. 특히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이 최악이었다.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과 예선을 통과하는 과정은 좋았지만, 본선을 앞두고 경기력과 결과를 모두 챙기지 못한 독일은 카타르 월드컵에서 1승 1무 1패를 거두며 조별 탈락했다.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이후 두 대회 연속 조별예선 탈락. 일본을 상대로 굴욕적인 역전패를 당한 게 치명적이었다.
UEFA 네이션스리그(UNL)를 치르는 과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결과는 어느 정도 챙기지만, 경기력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플릭 감독을 괴롭혔다. 유럽 외 국가들과 치른 평가전도 마찬가지였고, 독일 현지에서는 자국에서 열리는 유로 2024를 앞두고 하루빨리 플릭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결정타는 일본전 대패였다. 독일은 9월 A매치 주간 동안 열린 일본과의 친선경기에서 1-4 참패를 당했다. 일본에 선제골을 허용한 독일은 동점으로 균형을 맞췄지만, 이후 내리 세 골을 실점하며 또다시 굴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이번 경기는 심지어 독일의 홈에서 열린 경기였고, 독일이 처음으로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3점 차 패배를 당한 경기였다. 또한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 이어 일본에 두 경기 연속 패배했다는 점도 이번 패배를 더욱 쓰라리게 만들었다.
경기도 카타르 월드컵 때와 비슷했다. 독일은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지 못한 반면, 일본의 날카로운 역습에 고전하며 힘든 경기를 펼쳤다. 독일은 전반 11분 만에 이토 준야에게 선제골을 허용해 끌려가기 시작했다. 전반 19분 르로이 사네의 동점골이 터지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이 득점이 독일의 마지막 득점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독일은 동점골 이후 3분 만에 우에다 아야세에게 두 번째 실점과 함께 일본에 다시 리드를 허용했다.
독일은 교체카드를 활용해 변화를 주려고 했으나, 독일의 용병술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특히 공격에 예리함이 부족했다. 이날 독일은 11개의 슈팅 중 단 3개만을 유효슈팅으로 연결했다. 한 번의 득점이 터진 게 다행일 정도였다. 반대로 일본에 무려 유효슈팅 11개를 허용하며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결국 독일은 후반 45분 아사노 타쿠마에게 사실상 쐐기골을, 후반 추가시간 다나카 아오에게 추가골까지 헌납하며 1-4 대패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패배 직후 독일에서는 플릭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동안의 경기력과 결과도 챙기지 못했던 모습에 생긴 부정적인 여론에 일본전 대패가 기름을 부은 것이다. 독일 현지 언론들은 앞다퉈 플릭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빌트’는 플릭 감독의 경질이 발표되기도 전부터 플릭 감독의 대체자를 나열했다. 그 중에는 현재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클린스만 감독도 있었다.
아무래도 클린스만 감독에게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 클린스만 감독은 올해 3월부터 파울루 벤투 감독에 이어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부임 당시 클린스만 감독은 자신이 공격수 출신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축구를 선호한다며 공격적인 축구를 기반으로 한 전술적인 색채를 입히겠다고 선언했지만, 부임 반 년 정도가 지난 지금 정작 뚜렷한 색깔 없이 팀을 이끄는 중이다.
논란도 많다. 부임 이후 6개월에 가까운 시간 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정작 한국에 머무른 기간은 두 달 정도다. 클린스만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 일보다 ‘ESPN’의 패널로 등장해 토트넘 훗스퍼와 인터 마이애미의 경기를 분석하거나, 해리 케인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내는 등 다른 업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 추첨식에 등장해 의문을 남겼다. 국가대표팀 감독으로서 9월 A매치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왜 국가대표팀 경기와 관련 없는 행사에 참석하는지가 주된 이유였다. 정작 웨일스전은 무승부로 마쳤는데, 첼시와 뮌헨의 레전드 매치 참가 명단에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어 또다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때문에 클린스만 감독이 독일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 후보에 이름을 올리자 많은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다만 클린스만 감독은 아직 한국과의 계약 기간이 많이 남아 있고, 이전에 독일 대표팀을 맡을 때와 헤르타 베를린 시절 독일 축구계와 팬들의 신뢰를 잃어 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직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게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플릭 감독은 지휘봉을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다. 플릭 감독은 일본전 이후 현지 매체들과의 인터뷰에서 “난 내가 여전히 독일 감독에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축구는 다이내믹한 스포츠다. 미래에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코칭스태프들은 선수단을 완벽하게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전을 앞두고 완벽하게 준비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플릭 감독은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우리는 잘 준비하고 있다. 설명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나 우리는 계속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우리가 한 준비에 자신이 있다”라며 패배 후에도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플릭 감독의 자신감과는 달리 플릭 감독은 결국 경질됐다.
경질은 DFB 123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독일 ‘스카이 스포츠’는 플릭 감독의 경질에 앞서 “플릭 감독은 일본과의 불명예스러운 경기 이후 퇴출 위기에 놓였다. 국가대표팀 감독직에서 경질되는 건 DFB 123년 역사상 처음이다. 전임자 10명 중 누구도 DFB에 의해 경질된 감독은 없다”라고 설명했다.
매체의 설명에 의하면, 1927년 DFB가 선발한 첫 번째 감독이었던 오토 네르츠 감독부터 최근 사임한 뢰브 감독까지 모두 자진 사임했다. 자신의 의지로 지휘봉을 내려놓은 것이다. 플릭 감독은 처음으로 DFB가 직접 경질한 감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안게 됐다.
플릭 감독의 후임이 누가 될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빌트’가 나열한 독일 사령탑 후보들은 올리버 글라스너, 미로슬라프 클로제, 펠러, 위르겐 클롭, 마티아스 잠머, 클린스만, 루이스 반 할, 로타어 마테우스, 지네딘 지단, 율리안 나겔스만이다. 대부분 독일의 전직 레전드 출신이거나 독일 국적의 뛰어난 감독, 그 외에는 독일인이 아니지만 명장으로 여겨지는 인물들이다.
독일 대표팀 역대 감독들 중 독일 국적이 아닌 인물은 없었다. DFB는 1대 감독이었던 네르츠 감독부터 플릭 감독까지 모두 독일 감독으로 선임해 전통을 이어갔다. 이런 점에서 명성과는 별개로 반 할 감독이나 지단 감독이 후보에 오른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개 축구 강국들은 자신들의 축구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히 강한 편인데, 이웃 국가이자 경쟁자인 네덜란드와 프랑스 출신의 감독들이 후보에 오른 것이다.
당장 반 할 감독은 지난 월드컵에서 네덜란드를 이끌고 8강까지 올랐다. 하지만 반 할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이후로 감독직에서 물러났고, 현재 건강 문제로 인해 지도자 생활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중이다. 또한 반 할 감독이 고령이기 때문에 오랜 기간 대표팀을 이끌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지단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를 떠난 후 오랜 기간 야인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레알에서 UCL 3회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업적을 세웠지만, 그 이후에는 다른 팀으로 부임할 가능성만 거론될 뿐 정작 특정 팀에 부임하지는 않았다. 가장 최근에는 디디에 데샹 감독의 뒤를 이어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이끌 것이라는 예상이 등장했지만 프랑스축구협회(FFF)는 데샹 감독과 재계약을 체결하며 이 루머를 일축했다.
현직 독일 감독들 중 가장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리버풀의 클롭 감독도 좋은 후보다. 하지만 클롭 감독은 리버풀과의 계약 기간이 남아 있고, 현재 프리미어리그(PL)가 개막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리버풀이 쉽게 클롭 감독을 놓아줄 것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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