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진한 삼성파운드리 '하반기 관전 포인트는…'
내년 갤럭시S24 '엑시노스 부활' 기대감도 솔솔
올 2분기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에서 업계 1위 대만 TSMC와의 격차를 줄이면서 긍정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올 하반기 다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삼성파운드리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따라잡겠다는 전략이다. 내년 출시될 플래그십 스마트폰인 갤럭시S24에 '엑시노스2400'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삼성파운드리에 희소식이다.
좁혀지는 격차…하반기도?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파운드리 매출은 32억34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17.3% 증가했다. 상위 5위권 업체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시장 점유율은 전 분기 9.9% 대비 1.8%p(포인트) 증가한 11.7%로 10%대를 회복했다.
이에 따라 1위인 TSMC와의 격차는 전 분기 50.3%p에서 44.7%p까지 좁혀졌다. 같은 기간 TSMC의 매출이 6.4% 감소한 156억5600만달러를 기록해 시장 점유율도 전 분기(60.2%)보다 3.8%p 떨어진 탓이다.
3분기부터 다시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예견도 있다. 2분기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TV 등에서 부품 재고 감소가 나타나 삼성파운드리에 주문량이 증가했지만, 3분기부터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애플을 고객사로 둔 TSMC의 경우 이달 이후 아이폰 신제품 출시에 따른 호조가 예상된다.
하지만 전체 파운드리 시장으로 보면 터널을 통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렌드포스는 "세계 10대 파운드리 기업 매출은 3분기 최저점을 기록한 뒤 반등해 점진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근거는 AI(인공지능) 효과다. 고급 고성능 컴퓨팅(HPC)용 AI 칩 주문 증가는 고부가가치 제조 공정에 탄력을 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향후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 경쟁력이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3분기부터는 파운드리 사업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속된 경기 불황 장기화로 수요 약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점진적으로 수요가 늘며 정상화 기조에 접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올해 반기보고서를 통해서도 "파운드리 시장은 AI 관련 고성능 컴퓨팅 수요, 응용처 확대 및 스마트폰 수요 증가 등의 수요 진작과 공급망 정상화에 따라 3분기부터 점진적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침체된 시황을 극복하고, 성장 국면으로 전환될 시장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사업 전 영역에서 대응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AA 기술 원조의 자신감
삼성전자의 자신감은 선단 공정에서의 '초격차' 기술력에서 나온다. 삼성전자가 업계 처음으로 3㎚(나노미터) 공정에 도입한 차세대 트랜지스터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이다.
반도체 구성단위인 트랜지스터는 전류가 흐르는 '채널'과 채널을 제어하는 '게이트'로 이뤄진다. GAA는 채널과 게이트가 4면에서 맞닿게 하는 기술이라면, 기존 핀펫(FinFET) 방식은 접촉면이 3면이다. 접촉면이 많을수록 전류 흐름이 활성화돼 성능이 개선된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기반으로 4나노 이하 공정에서 수율(제조품 중 양품 비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이 50%대에서 현재 75% 수준까지 올라온 것으로 보고 있다.
반기보고서에서 삼성전자는 "3나노 GAA 1세대 공정은 안정적인 수율 기반으로 양산 중이며, 이후 2세대 공정도 계획한 일정에 맞춰 차질 없이 개발 중"이라며 "4나노 2세대 제품 또한 안정적인 수율로 양산 중이며, 3세대 제품은 4분기 양산을 앞두고 목표 달성이 전망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사장)도 지난 5일 서울대에서 강연에서 "우리는 20년 동안 GAA 기술을 준비해 온 창조자이므로, 경쟁사를 앞서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율 향상에 따라 고객사도 빠르게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AI 솔루션 혁신기업 '그로크(Groq)'를 4나노 공정 고객사로 확보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 AMD 등과도 협력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높게 점치고 있다.
'엑시노스' 부활 기대감
해외 고객사뿐 아니라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문으로부터의 수주 확보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삼성전자가 시스템LSI 사업부에서 설계하는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엑시노스 2400'을 내년 출시될 갤럭시S24 시리즈에 높은 비율로 탑재하는 방안을 유력 검토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2에 엑시노스 2200을 탑재했지만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으로 난항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올해 출시한 갤럭시S23 시리즈에는 엑시노스를 제외하고 미국 퀄컴의 '스냅드래곤8 2세대' 칩이 전량 탑재됐다.
엑시노스를 생산하는 삼성파운드리 역시 이에 타격을 입었다. 작년에는 엑시노스 2200의 성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이유가 삼성파운드리가 4나노 미세공정에서 수율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풍문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삼성파운드리의 4나노 수율이 급격히 올라감에 따라 엑시노스2400 성능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내년 출시될 갤럭시S24에 엑시노스2400가 탑재되면 제품을 설계한 LSI사업부뿐 아니라 파운드리사업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생산 비중을 밝히지는 않지만 파운드리는 생산능력(케파)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객이 많아지면 그만큼 가격이 높아진다"며 "많은 고객을 확보할수록 가격 협상 측면에서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백유진 (byj@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LG화학·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이 고민하는 이유
- 포스코 사상 첫 '파업' 먹구름…노조 요구안 보니
- [단독]큐텐, 이천에 자사 최대 물류센터…쿠팡과 맞짱?
- '이달 청약통장 써볼까'…문정동 '분상제' 단지 등 서울 10곳
- [대장아파트 바뀐다]④대장 없던 '개포'…주공1단지 대장 꿰찰까
- [공모주달력]조단위 몸값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
- [공시줍줍]영화표 1장 값이면 CGV주식 3주(feat.유상증자)
- [산업 리그테이블]⑤'배터리' LG 중심으로 떴다
- [산업 리그테이블]③현대차그룹, 가속도 붙었다
- '거의 공짜' 구형 아이폰…15 시리즈 앞두고 지원금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