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모로코 사망자 2100명 넘어···“마을 주민 200명 중 90명 시신으로”
여진도···군까지 동원해 구조 총력
북아프리카 모로코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2100명 이상 사망했다. 지진 발생 사흘째인 10일(현지시간)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72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필사의 생존자 구조·수색 작업이 이어지고 있지만 구조대가 아예 오지 않은 피해지역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로코 국영 일간지 ‘르 마탱’은 현지시각 이날 오후 4시까지 이번 지진으로 2122명이 숨지고 2421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고 보도했다.
진앙이 위치한 알하우즈 주에서 1351명이 사망했고 타루다트 주 492명, 치차우아 주 201명 등의 순으로 피해가 컸다. 내무부는 중환자의 수가 많은 데다 실종자 구조·수색 작업이 계속 진행되는 터라 사상자가 더 늘 것으로 내다봤다.
인명 구조의 ‘골든타임’으로 여겨지는 지진 발생 이후 72시간이 임박하면서 모로코 당국은 군까지 동원해 생존자 구조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제적십자사연맹의 글로벌 운영 책임자인 캐롤라인 홀트는 성명에서 “앞으로 24∼48시간이 생존자 구조에서 매우 중요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피해 지역의 험준한 산세와 취약한 도로 여건으로 구조작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진앙과 약 50㎞ 거리에 위치한 마라케시 인근 타페가그테 마을을 찾은 영국 BBC 방송은 마을 주민의 절반 이상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고 전했다. 전체 주민 200명 중 무려 90명이 숨진 채 발견됐고, 여태 소재가 파악되지 않은 사람의 수도 다수라는 것이다. 생존자들은 “이 마을 사람들은 모두 병원에 있거나 죽었다”고 말했다.
조용한 농촌이었던 타페가그테 마을은 거대한 잔해 더미로 바뀌어 있었다. BBC는 지난 8일 강진이 덮친 이후 사흘째인 이날 현재 잔해 주변에선 아무런 인기척도 들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잔해에 묻혔다가 간신히 빠져나왔다는 주민 하산은 “도망칠 기회가 없었다. 그들에겐 스스로를 구할 시간이 없었다”면서 자신의 삼촌이 아직도 잔해 아래 묻혀 있지만 파낼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매몰자 구조를 위한 중장비도, 외부 전문가도 오지 않았다면서 “우린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데 그들은 사람들을 도우러 오는데 매우 늦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취재진은 이곳뿐 아니라 아틀라스산맥 일대의 많은 마을에서 비슷한 참상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여진도 이어지고 있다. 유럽지중해지진센터(EMSC)에 따르면 휴일인 이날 오전 9시쯤 마라케시 서남쪽 83㎞ 지점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했다. 규모를 3.9로 추정한 USGS가 밝힌 진앙은 북위 30.99도, 서경 8.44도로 지난 8일 강진 진앙(북위 31.11도, 서경 8.44도)과 가깝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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