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망치는 ‘몹쓸병·몹쓸車’ 욕하지만…못사면 죽을맛, 美친 케미 [최기성의 허브車]

최기성 매경닷컴 기자(gistar@mk.co.kr) 2023. 9. 1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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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하만, 환상의 케미
막귀도 득음, ID7·하만카돈
ID7, ‘바퀴달린 사랑방’으로
하만카돈 시스템을 장착해 이(耳)맛을 강화한 폭스바겐 ID.7 [뮌헨=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자동차, 오디오, 카메라.

남자 망치는 3대 취미라고 부릅니다. 이 중 자동차와 오디오만 따로 떼어내 ‘가산 탕진’ 양대 산맥이라고도 하죠. 취미도 병이라며 ‘남자 망치는 몹쓸 병’의 대명사가 됐죠.

‘수박 겉핥기’ 수준이라면 저렴하게 살 수 있지만 제대로 즐기려면 ‘천만’ 단위를 넘어 ‘억’ 소리가 날 정도로 돈이 많이 들기 때문입니다. 기둥뿌리가 빠질 정도죠.

돈 값은 합니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려울 정도로 매력적인 취미활동이 됩니다.

‘동병상련’일까요. 남자를 망치는 몹쓸 병이라고 싸잡아 욕먹던 자동차와 오디오가 한 몸이 됐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자동차가 오디오를 품어줬죠.

카오디오 “이(耳) 맛이 끝내줘요”
하만 퀀텀로직 사운드 [사진제공=하만]
사실 자동차는 오디오와 찰떡궁합입니다. 소음을 잡는 기술 덕분에 음악을 듣기 좋은 공간으로 진화해서죠.

일반 가정집 내 평균 생활소음은 50데시벨(㏈) 수준이지만 일반적으로 달리는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내부 소음은 70㏈ 정도입니다. 소음 차단 기술로 자동차 내부 소음은 도서관 수준인 40㏈ 수준으로 낮아졌습니다.

단, 조용한 것만으로는 2% 부족합니다. 자동차용 사운드 시스템은 홈 오디오 시스템보다 설계하기 어렵습니다. 집과 달리 온도 변화가 큰 데다 진동과 외부 소음이 유입되기 때문이죠.

좁은 자동차 내부에서 소리가 난반사되는 데다 스피커를 움직일 수 있는 홈 오디오 시스템과 달리 스피커를 고정된 상태로 놔둬야 한다는 점도 좋은 음질을 만드는 데 방해가 됩니다.

‘오감 만족’을 추구하던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는 브랜드 전용 사운드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세계적인 오디오 회사들과 협업을 선택했습니다.

하만 오디오 및 커뮤니케이션 솔루션 [사진출처=하만]
자동차를 ‘바퀴달린 스마트폰’으로 만든 전기차가 대세가 되고 성능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UX)과 감성이 구매결정에 영향을 주는 자율주행 시대가 다가오면서 자동차와 오디오의 만남은 더욱 가속화됐습니다.

손발이 편해진 운전자에게 소리나 음악으로 쾌감을 추구하는 ‘귀르가즘’(귀+오르가즘)은 중요한 선택 포인트가 됐기 때문이죠. 귀르가즘을 추구한 자동차는 ‘바퀴달린 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사실, 귀르가즘을 유발하는 청각은 요즘 산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각입니다. 청각은 세상과 사물을 판단하는 인간의 오감(五感) 중 가장 일찍 발달하고 영향력도 크죠.

태아는 20주가 되면 고막을 가지고 32주가 되면 엄마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죽을 때 가장 늦게까지 남아 있는 감각도 청각이라고 하죠.

청각은 시각, 촉각, 후각보다 사람 간 전달이나 전파가 쉽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소리’라는 매개체 덕분이죠.

먹방(먹는 방송)이나 광고에서 자율감각 쾌락반응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를 활용하는 것도 소리가 지닌 우수한 전파력 때문이죠.

ID.7과 하만, 귀르가즘 찰떡궁합
ID.7에 적용된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뮌헨=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현재 카오디오 업계 거인은 삼성전자가 인수한 하만(HARMAN) 인터내셔널입니다. 하만 산하 카오디오 브랜드에는 하만카돈, 뱅앤올룹슨, 바우어스앤윌킨스(B&W), 렉시콘, 인피니티, 레벨, AKG, JBL 등이 있습니다.

하만 카오디오 대표주자는 하만카돈입니다. 1992년 랜드로버의 레인지로버를 시작으로 BMW, 벤츠, 알파로메오, 마세라티, 볼보, MINI, 폴스타, 현대차, 기아 등에 채택됐습니다.

수준 높은 사운드, 우아한 디자인, 사용자에 대한 배려 등으로 운전자와 브랜드를 사로잡은 덕분입니다.

아이코닉한 하만카돈의 사운드스틱(SOUNDSTICKS)은 뉴욕현대미술관(MoMA, Museum of Modern Art)의 영구 컬렉션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뮌헨 시내에 마련 하만카돈 플래그십 스토어 [뮌헨=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하만카돈은 유럽 최대의 모터쇼로 독일 뮌헨에서 5일(현지시간) 개막한 IAA 모빌리티에서도 ‘귀르가즘’ 선봉장으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이번 파트너는 폭스바겐그룹입니다. 하만은 뮌헨 시내에 있는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IAA 모빌리티 관람객들을 대상으로 폭스바겐 플래그십 전기차인 ID.7와 하만카돈의 ‘찰떡궁합’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폭스바겐과 하만카돈은 ID.7에 최적화된 사운드를 찾기 위해 튜닝작업에 공들였습니다.

ID.7의 최첨단 음향기술인 프라운호퍼 소나믹 파노라마 알고리즘(Fraunhofer Sonamic Panorama algorithm)를 채택했습니다.

스테레오 레코딩의 개별 음원을 분리해 차량 내 모든 승객들을 감싸고 몰입시키는 유자(U)형 사운드 스테이지에 균일하게 분배해주는 최첨단 기술이죠.

사운드 모드는 순수(Pure), 휴식(Relax), 대화(Speech), 생생한(Vibrant) 4가지로 구성됐습니다.

ID.7에 적용된 하만카돈 사운드 시스템 [뮌헨=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지난 6일 하만카돈 뮌헨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아 직접 들어봤습니다.

노래는 중독성 강하고 펑키한 비트가 결합된 메가 히트곡 ‘겟 럭키’(Get Lucky)입니다. TV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2’에서도 연주돼 인기를 끌었던 신나는 곡이죠.

순수 모드에서는 몸을 들썩이게 하는 사운드가 차량 실내를 꽉 채운 듯했죠. 휴식 모드에서는 같은 곡이지만 좀 더 긴장이 완화되고 가볍게 흥얼거리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화 모드에서는 가수 다프트 펑크의 목소리가 귀에 쏙쏙 들어왔습니다. 바로 옆에서 노래를 하는 기분이랄까요.

생생한 모드를 선택하면 서브우퍼와 센터 스피커를 포함해 총 14개 스피커가 라이브 콘서트에 온 것 같은 서라운드 음향을 선사합니다.

‘막귀’이지만 각 모드별 차이가 ‘작지만 크게’ 다가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도로 상태가 거칠거나 바람이 세게 불 때도 노면소음과 풍절음을 차단·상쇄해 탑승자들이 몰입할 수 있는 사운드를 들려준다고 합니다.

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등에 앉아있는 운전자나 탑승자에 ‘맞춤 사운드’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ID.7과 한 몸이 된 하만카돈 프리미엄 카오디오 사운드 시스템은 막귀도 득음(得音)하게 만듭니다. 자동차와 오디오 분야에서 플래그십 모델들이 ‘미(美)친 케미’를 들려줍니다.

플래그십 ID.7, 8000만원대 판매
폭스바겐그룹 나이트에서 공개된 ID.7 [사진제공=폭스바겐그룹]
한편, ID.7은 아테온 급의 플래그십 전기세단입니다. 길이가 5m에 육박하고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970mm에 달합니다.

전기차는 공간 활용성이 뛰어나 같은 크기의 내연기관보다 실내공간을 더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ID.7은 ▲새로운 콘셉트의 디스플레이 ▲증강현실 헤드업 디스플레이 ▲15인치 스크린 ▲조명효과를 탑재한 터치 슬라이더 등과 같은 혁신기술을 기본 적용했습니다.

ID.7 프로는 ID.4처럼 77kWh 배터리를 채택했습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유럽 국제표준시험방식(WLTP) 기준으로 385마일(620km)입니다. 유럽 판매 가격은 5만6995유로(8141만원)입니다.

향후 출시될 86kWh 배터리 장착 모델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435마일(700km)에 달합니다.

올 가을 유럽을 시작으로 북미에서도 판매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국내 출시는 미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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