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속 백패킹] 잼버리 조직위에게… "한 여름 텐트는 이렇게"
지금 매스컴에서는 잼버리 이슈로 떠들썩하다. 제25회 세계 잼버리를 새만금에 유치했을 때만 해도 축배를 들며 과신했을 것이다. 하지만 8월, 습지에서의 야영이라니, 또 이때쯤 급변하는 날씨(태풍)를 고려하지 않다니! 지난 나의 혹서기 야영 경험과 비교했을 때 잼버리 대회장의 텐트들은 엉성했다. 그렇다면 한여름엔 어떤 방식으로 텐트를 치고 어떻게 야영을 해야 할까? 이번 기회에 정리해 봤다.
세계여행 할 때 남미에서 여름을 맞았다. 안데스는 고도가 높아 아침 저녁으로 침낭을 꽁꽁 싸매야 할 정도로 기온이 쌀쌀했다. 하지만 태양이 뜨면 텐트를 뛰쳐나와야 할 정도로 무더웠다. 그래서 야영지를 고르는 데 신중했다. 몇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 그늘진 곳을 찾았다. 추운 건 옷을 껴입으면 되지만, 아무리 안데스라고 해도 더우면 짜증지수가 높아졌다.
둘째는 바람이 적당히 드나드는 곳이어야 했다. 안데스를 트레킹하다 보면 수목 한계선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 큰 나무그늘이 없기 때문에 한여름 강렬한 태양을 고스란히 느껴야 한다. 이럴 때 부는 자연 바람은 실낱 같은 상쾌함을 선사했다. 다만 고산지대에서는 날씨가 급변해 돌풍을 맞닥뜨릴 수 있기 때문에 바람과 함께 사라지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선 완전히 개방된 능선은 피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에서 혹서기에 야영할 때 고려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1. 야영지 선택
야영지를 정할 때는 텐트가 받는 열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소가 좋다.
1 ) 기온과 표고차는 반비례한다.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표고가 100m 높아질수록 기온은 약 0.6℃ 낮아진다고 볼 수 있다. 지상의 기온이 34℃라면 해발 1,708m의 설악산 정상의 온도는 약 25℃ 전후가 되는 것이다. 가까운 나라 일본이나 그 외에 유럽 알프스나 남미 안데스처럼 해발 2,000m 이상의 고산지대라면 야영이 가능하겠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높은 산들이 국립공원으로 묶여 있어 이런 곳에서 야영은 불가능하다.
2)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을 선택한다. 일반적으로 풍속 1m/s로 체감온도가 약 1℃ 낮아진다고 한다. 이론상으로는 기온이 35℃인 장소에서도 풍속 10m/s라면 체감온도는 25℃까지 떨어진다는 얘기다. 그늘이 없는 경우 바람이 잘 통하는 장소를 고르는 것도 차선책으로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3) 간혹 물놀이 겸 그늘도 없는 해변가에 텐트를 치는 백패커들이 있는데, 모래해변에 반사되는 복사열로 인해 텐트가 한증막으로 변할 수 있고, 해충과 습기는 덤이니 삼가하는 것이 좋다.
2. 텐트 및 타프 선택과 설치 방법
선택지가 없는 땡볕 아래에서 텐트를 쳐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해진 환경조건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야영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자.
1) 텐트 선택 텐트에는 공기를 순환시키는 벤틸레이터(환기구)가 있다. 겨울용은 열 손실과 결로를 최소한으로 하기 위해 작게 나 있지만, 여름용은 메시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름용 메시 텐트에 양문형이라면 더욱 좋다. 통풍이 잘되어야 텐트 내부 온도가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블월Double Wall 텐트라면 플라이는 걷어버리자.
2) 타프 설치 아무리 바람이 잘 통하는 양문형 메시 텐트를 설치한다고 해도 그늘이 없는 곳에서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다. '메시 할아버지'가 와도 더울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혹서기에 나무그늘만큼의 시원함까지 바라는 건 무리가 있겠지만, 더위로 인한 불쾌지수를 낮추기 위해서는 타프가 필요하다. 요즘은 타프가 경량화되었기 때문에 악천후나 차양용으로 하나씩 구비해 두는 것이 좋다.
3) 타프의 종류 및 차양 효과 타프의 소재에 따라 차양 효과는 다르다. 면 혼방 타프 블랙코팅>폴리 블랙코팅>실타프 블랙코팅>면 혼방 타프>폴리 타프>실타프 순으로 효과가 좋다. 더위를 피하려면 무게를 감수하고, 무게를 피하려면 더위를 감수해야 한다.
(블랙코팅:윗면은 밝은 색으로 빛을 반사하고, 아래면은 블랙코팅으로 열을 흡수하는 효과)
4) 설영 및 철수 야영지에 도착하면 먼저 타프를 세워 그늘을 만들어 휴식을 취한다. 텐트는 해가 지고 기온이 좀 떨어진 후에 설영하는 것이 좋다. 텐트를 미리 세우면 낮 동안 내부의 공기가 가열되어 해가 지더라도 내부 공기가 빠져나가지 못해 뜨거울 수 있다.
3. 부대 장비 등을 이용한 냉감 대책
여름 캠핑에서 더위를 피하는 방법으로 부대 장비를 이용할 수 있다.
1) 휴대용 선풍기 휴대용 선풍기는 USB 충전도 가능하므로 사용이 편리하다.
Ex)크래모어 팬CLAYMORE FAN(6~7시간 충전으로 7~32시간 사용 가능)
2) 야전침대+보냉패드 다리가 있는 야전침대로 지열에서 멀어지고, 보냉패드로 잔열을 차단하면 체온을 시원하게 유지할 수 있다(체온을 약 3~4℃ 낮출 수 있다).
보냉패드 원리: 패드 안에 물을 넣으면 특수제작한 셀에 흡수되어 냉각된다. (기화열작용)
Ex)헬리녹스 코트원 컨버터블Helinox Cot One Convertible이 가볍고 대표적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면 저렴한 제품도 많이 나와 있다.
3) 단열 발포매트 야전침대가 없다면 단열 발포매트를 사용하는 것도 좋다. 단열 발포매트란 열을 차단하도록 한쪽 면에 은박 처리를 한 매트이다. 여기에 보냉패드를 추가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것이다.
Ex)써머레스트 지라이트 솔Thermarest Z Lite sole이 대표적이지만, 가격이 비싸다.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체온을 반사하도록 은색면을 몸 쪽으로 사용한다고 하니, 여름에는 은색면을 바닥으로 향하게 하는 게 지열을 차단하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4) 식자재 탈수를 방지하기 위해 수분이 많은 토마토, 오이 등을 이용한 요리를 준비하는 것도 좋다. 이뇨작용을 하는 커피나 차, 맥주 등은 피하고, 카페인이 없는 미네랄 음료나 이온음료로 식욕저하나 근육피로 등의 트러블을 방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정된 백팩의 공간과 무게 안에서 음식을 상하지 않게 유지하기 위해 물병을 얼려 아이스팩 대신 사용한다. 이때 물병을 손수건 등으로 감싸준다면 오랫동안 얼음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캠핑과 다르게 백패킹은 주어진 환경에서 취할 수 있는 장비와 도구가 많지 않다. 더울 때는 집에 있는 게 상책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나고 싶을 때는 올바른 장비 선택과 슬기로운 백패킹 활동으로 즐거움을 극대화시켜 보자.
월간산 9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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