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캐리어 에어컨’ 오텍 강성희의 은밀한 승계 시나리오
2011년 캐리어 인수 일약 중견그룹 반열
‘형제 경영’ 이어 신욱·신형과 ‘父子 경영’
감춰둔 지분 대물림 카드 SH글로발 흥미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 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세습도 매한가지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자가 삼대(三代)를 못간다’는 말 달리 생겨난 게 아니다. 경영 승계도 중요하지만 지분 대(代)물림은 더욱 허투루할 수 없다.
후계 승계의 준비성에 관한 한, ‘캐리어(Carrier) 에어컨’으로 잘 알려진 중견그룹 오텍(AUTECH)은 은밀하다. 한데,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는 대물림 작업이 최근 부쩍 예사롭지 않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 감춰둔 ‘히든카드’가 제대로 먹힐지 흥밋거리다. 묻어두기엔 아까운 얘기다.
강성희의 성장전략 쉼 없는 M&A
오텍그룹의 오너 강성희(68) 회장은 한양대 사학과 출신이다. 기아차 협력사인 서울차체공업 영업이사, 포드차 한국딜러 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영업맨으로 쌓은 노하우를 밑천 삼아 2000년 4월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차제 특수자동차(특장차) 사업부문을 인수, 현 ㈜오텍을 창업한 게 이 때다. 45살 때다.
기업 볼륨이 고만고만한 것 치고는 제법 잘나갔다. 매출이 2000년 206억원에서 2년 뒤에는 489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억원에서 2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0.9%에서 5.3%로 뛰었다. 2003년 11월 주식시장 입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상장을 계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무렵 사업 다각화에 눈을 돌렸다. 인수합병(M&A)에 필이 꽂혔다. 2007년 7월부터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터치패널 전문 제조업체 한국터치스크린(현 에프디시스)을 계열 편입했다.
백미는 2011년 1월이었다. 항공우주 및 빌딩설비 다국적 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로 부터 세계 최초 에어컨 캐리어의 한국법인(현 오텍캐리어)을 인수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었다. 당시 ㈜오텍(2010년 620억원)은 매출이 오텍캐리어((2390억원)에 비할 바 못됐다.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9월에는 UTC의 상업용 냉장·냉동설비 쇼케이스 업체 캐리어유한회사(현 오텍캐리어냉장)도 인수했다. .2016년 3월에 가서는 UTC 계열 엘리베이터업체 오티스 한국법인의 주차관리사업부(현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도 사들였다.
사상 첫 적자 뒤엔 캐리어의 그늘
임팩트는 그 이상이었다. 일개 중소기업에서 중견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현재 오텍은 모태기업 ㈜오텍을 정점(頂點)으로 오텍캐리어, 오텍캐리어냉장,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 등 주요 사업계열사와 자산유동화법인 4곳, 중국·베트남 현지법인을 합해 1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총자산(㈜오텍 연결기준)은 2010년 70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86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매출은 해마다 거의 예외 없이 성장해 2021년 ‘1조 클럽’에 가입, 최근 2년연속 1조원대를 유지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영업이익이 2016~2019년 한 해 적게는 280억원, 많게는 364억원을 벌어들인 뒤로는 영 시원찮다. 100억원 밑으로 내리꽂히더니 급기야 작년에는 191억원 달하는 사상 첫 영업적자를 냈다.
무엇보다 M&A 이후 그룹의 간판으로 부상한 오텍캐리어의 부진에 기인한다. 현재 오텍캐리어는 작년 매출(5690억원)이 오텍그룹 전체 매출의 55.8%(5690억원)에 이를 정도로 주력 중의 주력사다.
벌이가 예년만 못하다. 2019년 영업이익 273억원울 찍은 뒤로 많아야 10억원밖에 안됐다. 2022년에는 무려 231억원 손실을 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와 내수경기 침체 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M&A다, 사업 확장이다, 뭐다 해서 빚도 늘었다. 오텍그룹은 재무건전성 지표 또한 나빠지고 있다. 2010년 말 95억원에 머물던 순차입금이 올 6월 말 2170억원(총차입금 2890억원-현금성자산 723억원)으로 증가한 상태다. 부채비율은 89.4%에서 335.4%로 뛰었다.
동생 대신하는 두 아들 강신욱·강신형
시간이 제법 흘렀다. 강 회장이 늦은 나이에 기업가로 변신해 경영자의 길을 걸은 지도 23년째다. 자신을 도와주던 동생 강창희(66) 전 ㈜오텍 부사장은 진즉에 회사를 떠났다. 개인회사를 차렸다.
때 맞춰 2세들을 하나 둘 경영에 입문시켰다. 부인 이희숙(64)씨 사이의 두 아들 강신욱(38) 오텍그룹 미래전략본부 전무와 강신형(36) 상무다. ‘형제 경영’에서 ‘부자(父子) 경영’을 한지가 한참 됐다.
계열 이사진의 면면만 보더라도 강 회장이 오텍캐리어를 비롯해 4개 핵심 사업 계열사의 대표로서 변함없이 절대적인 오너십을 가지고 있지만 2세들 또한 속속 이사회에 합류시켜 활동 반경을 넓혀주고 있다.
선두주자는 강 전무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섐페인캠퍼스를 졸업했다. UTC 아시아본부에서 근무한 뒤 오텍그룹에 합류, 현재 ㈜오텍(선임 시기 2017년 3월), 오텍캐리어냉장(2022년 7월),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2016년 5월)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강 상무는 오텍캐리어냉장(2021년 3월) 사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오텍캐리어만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가업세습의 또 다른 한 축인 지분승계도 더디게 보이기는 해도 나름 공력(功力)을 들이고 있다. 후계승계의 ‘감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계열 지주사격인 ㈜오텍의 주주로 데뷔시킨 게 2017년 11월의 일이다. 여기에 히든카드도 준비돼 있다. 에스에이치글로발(SH GLOBAL)에 답이 있다. (▶ [거버넌스워치] 오텍 ②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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