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캐리어 에어컨’ 오텍 강성희의 은밀한 승계 시나리오

신성우 2023. 9. 1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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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진단] 오텍①
2011년 캐리어 인수 일약 중견그룹 반열
‘형제 경영’ 이어 신욱·신형과 ‘父子 경영’
감춰둔 지분 대물림 카드 SH글로발 흥미

‘백 리 길을 갈 사람은 세 끼 밥만 준비하면 되지만 만 리 길을 갈 사람은 석 달 양식을 마련해야 한다.’ 가업세습도 매한가지다. 호락호락하지 않다. ‘부자가 삼대(三代)를 못간다’는 말 달리 생겨난 게 아니다. 경영 승계도 중요하지만 지분 대(代)물림은 더욱 허투루할 수 없다. 

후계 승계의 준비성에 관한 한, ‘캐리어(Carrier) 에어컨’으로 잘 알려진 중견그룹 오텍(AUTECH)은 은밀하다. 한데, 소리 소문 없이 진행되는 대물림 작업이 최근 부쩍 예사롭지 않다.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 감춰둔 ‘히든카드’가 제대로 먹힐지 흥밋거리다. 묻어두기엔 아까운 얘기다.  

강성희 오텍그룹 회장

강성희의 성장전략 쉼 없는 M&A

오텍그룹의 오너 강성희(68) 회장은 한양대 사학과 출신이다. 기아차 협력사인 서울차체공업 영업이사, 포드차 한국딜러 사업부장 등을 지냈다. 영업맨으로 쌓은 노하우를 밑천 삼아 2000년 4월 사업에 뛰어들었다. 서울차제 특수자동차(특장차) 사업부문을 인수, 현 ㈜오텍을 창업한 게 이 때다. 45살 때다. 

기업 볼륨이 고만고만한 것 치고는 제법 잘나갔다. 매출이 2000년 206억원에서 2년 뒤에는 489억원으로 성장했다. 영업이익은 2억원에서 26억원을 벌어들였다. 이익률은 0.9%에서 5.3%로 뛰었다. 2003년 11월 주식시장 입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상장을 계기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무렵 사업 다각화에 눈을 돌렸다. 인수합병(M&A)에 필이 꽂혔다. 2007년 7월부터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터치패널 전문 제조업체 한국터치스크린(현 에프디시스)을 계열 편입했다. 

백미는 2011년 1월이었다. 항공우주 및 빌딩설비 다국적 기업 유나이티드테크놀로지스(UTC)로 부터 세계 최초 에어컨 캐리어의 한국법인(현 오텍캐리어)을 인수했다. 새우가 고래를 삼킨 격이었다. 당시 ㈜오텍(2010년 620억원)은 매출이 오텍캐리어((2390억원)에 비할 바 못됐다.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9월에는 UTC의 상업용 냉장·냉동설비 쇼케이스 업체 캐리어유한회사(현 오텍캐리어냉장)도 인수했다. .2016년 3월에 가서는 UTC 계열 엘리베이터업체 오티스 한국법인의 주차관리사업부(현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도 사들였다.  

오텍그룹 핵심 지배구조

사상 첫 적자 뒤엔 캐리어의 그늘

임팩트는 그 이상이었다. 일개 중소기업에서 중견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현재 오텍은 모태기업 ㈜오텍을 정점(頂點)으로 오텍캐리어, 오텍캐리어냉장,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 등 주요 사업계열사와 자산유동화법인 4곳, 중국·베트남 현지법인을 합해 1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총자산(㈜오텍 연결기준)은 2010년 706억원에서 올해 6월 말 686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불어났다. 매출은 해마다 거의 예외 없이 성장해 2021년 ‘1조 클럽’에 가입, 최근 2년연속 1조원대를 유지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영업이익이 2016~2019년 한 해 적게는 280억원, 많게는 364억원을 벌어들인 뒤로는 영 시원찮다. 100억원 밑으로 내리꽂히더니 급기야 작년에는 191억원 달하는 사상 첫 영업적자를 냈다. 

무엇보다 M&A 이후 그룹의 간판으로 부상한 오텍캐리어의 부진에 기인한다. 현재 오텍캐리어는 작년 매출(5690억원)이 오텍그룹 전체 매출의 55.8%(5690억원)에 이를 정도로 주력 중의 주력사다. 

벌이가 예년만 못하다. 2019년 영업이익 273억원울 찍은 뒤로 많아야 10억원밖에 안됐다. 2022년에는 무려 231억원 손실을 봤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와 내수경기 침체 등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M&A다, 사업 확장이다, 뭐다 해서 빚도 늘었다. 오텍그룹은 재무건전성 지표 또한 나빠지고 있다. 2010년 말 95억원에 머물던 순차입금이 올 6월 말 2170억원(총차입금 2890억원-현금성자산 723억원)으로 증가한 상태다. 부채비율은 89.4%에서 335.4%로 뛰었다.      

(주)오텍 재무실적

동생 대신하는 두 아들 강신욱·강신형

시간이 제법 흘렀다. 강 회장이 늦은 나이에 기업가로 변신해 경영자의 길을 걸은 지도 23년째다. 자신을 도와주던 동생 강창희(66) 전 ㈜오텍 부사장은 진즉에 회사를 떠났다. 개인회사를 차렸다. 

때 맞춰 2세들을 하나 둘 경영에 입문시켰다. 부인 이희숙(64)씨 사이의 두 아들 강신욱(38) 오텍그룹 미래전략본부 전무와 강신형(36) 상무다. ‘형제 경영’에서 ‘부자(父子) 경영’을 한지가 한참 됐다. 

계열 이사진의 면면만 보더라도 강 회장이 오텍캐리어를 비롯해 4개 핵심 사업 계열사의 대표로서 변함없이 절대적인 오너십을 가지고 있지만 2세들 또한 속속 이사회에 합류시켜 활동 반경을 넓혀주고 있다.  

선두주자는 강 전무다. 미국 일리노이대 어배나섐페인캠퍼스를 졸업했다. UTC 아시아본부에서 근무한 뒤 오텍그룹에 합류, 현재 ㈜오텍(선임 시기 2017년 3월), 오텍캐리어냉장(2022년 7월), 오텍오티스파킹시스템(2016년 5월)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이다. 강 상무는 오텍캐리어냉장(2021년 3월) 사내이사직을 가지고 있다. 오텍캐리어만 남겨놓고 있을 뿐이다.   

가업세습의 또 다른 한 축인 지분승계도 더디게 보이기는 해도 나름 공력(功力)을 들이고 있다. 후계승계의 ‘감초’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계열 지주사격인 ㈜오텍의 주주로 데뷔시킨 게 2017년 11월의 일이다. 여기에 히든카드도 준비돼 있다. 에스에이치글로발(SH GLOBAL)에 답이 있다. (▶ [거버넌스워치] 오텍 ②편으로 계속) 

(주)오텍 재무건전성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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