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 부진 속 법인세 급감에 ‘세수펑크’ 더 늘어나나 外 [한강로 경제브리핑]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전망치보다 60조원 안팎 부족할 것으로 예측된다. 반도체 업종을 비롯한 기업 실적 부진으로 법인세가 급감한 가운데 자산 관련 세수도 큰 폭으로 줄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1년과 2022년 큰 폭의 초과 세수 사태에 이어 올해에도 두 자릿수대 세수 오차율 발생이 예고되면서 세수 추계 관련 제도 개선의 필요성도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일보는 11일자 지면에서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제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대출 문턱은 점점 올라가고 있고, ‘불법 사금융’에 의한 피해 건수도 많아지면서 경기침체 속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취약계층의 현실과 명품가방 수입액이 4년새 258%나 늘어나고 있는 소식도 다루었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제실은 조만간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한다. 8월 말까지 기업들이 내야 하는 법인세 중간예납 실적까지 반영해 올해 세입 전망을 다시 추정해 공개하는 것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거치지 않고 이례적으로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는 건 올해 세수 ‘펑크’가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1∼7월 국세 수입은 217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조4000억원 줄었다. 기존 추세를 고려하면 세수 부족분이 50조원을 웃도는 상황을 피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정부 안팎에서는 세수 결손 규모가 60조원가량에 달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만약 약 60조원의 세입 공백이 생긴다면 올해 국세수입 전망치는 당초 올해 본예산에서 전망된 400조5000억원에서 340조원 선으로 하향 조정된다. 이렇게 되면 세입예산 기준 오차율은 약 15%에 달하게 된다. 큰 폭의 세수 결손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한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되지 않을 확률을 높여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예산에 대한 정부의 재량권을 키워 투명성도 악화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큰 폭의 세수 오차는 올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1년에는 본예산의 국세수입이 282조7000억원으로 전망됐지만 실제로는 344조1000억원이 걷혀 61조3000억원의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이듬해에도 본예산의 국세수입 전망치(343조4000억원)와 실제 국세수입(395조9000억원)의 차이가 52조5000억원에 달했다. 2021년과 2022년 세수오차율은 각각 21.7%, 15.3%로 나타났다. 올해까지 포함하면 3년 연속 두 자릿수 오차율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는 1988∼1990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세수 추계 방식이 전면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수입을 367조4000억원으로 전망하면서 법인세를 예측할 때 증권사 자료를 새롭게 활용하는 등 자체적으로 추계 방식을 개선했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초과세수 사태가 불거진 뒤 지난해 초 경제지표의 정확성을 높이고, 세수추계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세제 업무 개선 방안을 내놓았음에도 올해 역대급 세수 결손 사태가 불거진 만큼 발표 시기 등 절차적 측면은 물론 의사결정 과정, 정보공개 수준 등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세수오차 진단과 대책’ 토론회에서 “현재 세수추계가 6∼7월에 끝나는데 이후 예산을 심의하는 11월 그리고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다음해 1월 사이에는 상당한 시간이 있다”며 “현재 8월 말 예산안 제출 이후 국회 의결 시 1회 이상 (세수 전망을) 수정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부업계의 가계신용대출 신규 금액은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추세라면 올해 대부업계 가계대출 규모는 1조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가계대출규모가 4조1000억원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1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대출 공급액이 감소하는 셈이다.
서민들이 급한 자금 융통 통로로 자주 사용하는 저축은행 역시 올해 상반기 가계 신용대출 규모는 5조8000억원이었다. 하반기를 합쳐도 지난해 공급규모 17조2000억원에 비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대부업체와 저축은행은 돈을 빌려줄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을 우려해 대출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금리 상승으로 조달 비용이 급증했지만, 연 20%인 법정최고금리 규제로 수익성이 악화했기 때문이다. 연체·부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대출 문 자체를 걸어 잠근 이유다.
급전 통로가 닫히면서 서민들은 다른 길을 찾을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취약계층에 최대 100만원을 빌려주는 서민금융진흥원의 ‘소액생계비 대출’의 경우, 출시 한 달 만에 2만3000여명이 143억3000만원을 신청했다. 연 15.9%의 높은 금리에도 출시 초반 수요가 몰렸다.
이러다 보니 불법 사금융에 따른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금감원이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 불법 사금융 피해 신고센터에 상담·신고된 불법 사금융 피해 건수는 6784건이었다. 이는 상반기 기준 2019년 2459건, 2020년 3955건, 2021년 4926건, 2022년 5037건을 뛰어넘은 최근 5년간 가장 많은 수치다. 상반기 피해 상담·신고 건수 중엔 미등록 대부 관련 문제가 256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고금리(1734건), 채권추심(902건), 불법광고(791건), 유사수신(574건), 불법수수료(22건) 순이었다.
10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물품 신고 가격이 200만원을 초과하는 가방 수입액은 2018년 2211억원에서 지난해 7918억원으로 4년 만에 258.1% 증가했다. 관세청은 수입 신고 때 ‘명품 가방’을 별도의 품목으로 분류하지 않기 때문에 개별소비세법상 과세 대상인 ‘200만원 초과 고급 가방’ 수입액을 대신 집계했다.
고가 가방 수입액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18년에는 17.1%에 그쳤지만 2019년 33.8%, 2020년 33.0%, 2011년 44.9%, 지난해 38.9% 등을 기록하며 증가세에 있다. 수입 건수로 봐도 2018년 9716건에서 2019년 1만5436건, 2020년 2만1349건, 2021년 3만1569건, 2022년 3만7831건으로 4년 만에 289.4% 늘었다.
명품 가방 수입액이 증가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그간 해외여행 등이 제약된 상황에서 소비 욕구가 제한됐던 데다 소비 여력이 축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명품 가방 소비는 올해에도 지속되고 있다. 올해 1∼7월 고가 가방 수입액은 5727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4511억원)보다 27.0% 늘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수입액은 작년 규모(7918억원)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양 의원은 “고물가, 경기 둔화 상황에서도 고가의 명품 시장 성장세는 지속되는 등 양극화된 소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심화하는 소비 양극화가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 나가도록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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