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픽 확률 1%' 우승팀이 전체 1번까지 품었다... 박정아 나비효과, 우승 판도 뒤흔들까
지난 시즌 우승팀이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번까지 품었다. FA로 인한 전력 이탈을 단숨에 채우자 김종민(49) 한국도로공사 감독도 함박웃음을 지었다.
한국도로공사는 10일 서울특별시 강서구 외발산동에 위치한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2024 한국배구연맹(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1순위로 김세빈(18)을 지명했다.
한봄고 미들블로커 김세빈은 시작 전부터 압도적 1픽이라 평가받던 선수다. 김철수 한국전력 단장과 여자배구 국가대표 출신 김남순 씨의 차녀로 키 187㎝의 우월한 신장을 보유했고 한봄고의 7관왕을 이끌면서 기량도 입증했다.
즉시전력감이라는 평가다. 김종민 감독은 드래프트 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김세빈이 고등학교 때 뛰는 모습을 직접 봤다. 우리 팀이 높이에서 조금 떨어지는데 그 부분을 채워줄 가장 적합한 선수라 평가했다"고 기뻐했다. 이어 "(새 시즌을 앞두고) 많이 고민했던 부분이 블로킹이었다. 블로킹이 좋아야 수비도 쉽게 할 수 있는데 (김세빈의 합류가) 많은 도움이 됐고 (드래프트 결과에) 아주 만족스럽다"며 "체력만 된다면 김세빈이 잘하건 못하건 기회를 주고 싶다"고 주전 기용의 가능성도 내비쳤다.
한국도로공사는 김세빈 지명으로 오프시즌 FA 엑소더스로 인한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을 상대로 기적적인 리버스 우승을 이룬 뒤 한국도로공사는 무려 5명의 FA 선수와 협상을 해야 했다. 그중 A등급이자 최대어 박정아(30)가 페퍼저축은행으로 향했고, 베테랑 미들블로커 정대영(42)도 GS칼텍스로 향하며 순식간에 전위가 헐거워졌다. 다행히 아포짓 스파이커 문정원(31), 미들블로커 배유나(34), 아웃사이드히터 전새얀(27)과 재계약에 성공했으나, 낮아진 높이는 보강이 필수였다.
하지만 박정아를 데려간 페퍼저축은행의 뜻밖의 선택으로 손쉽게 그 기회를 잡았다. 페퍼저축은행은 주전 세터 이고은(28)을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한국도로공사는 세터 중복에도 과감하게 이고은을 지목했고 당황한 페퍼저축은행은 최가은(22)과 함께 2024년 1라운드 지명권을 이고은, 2024년 2라운드 지명권과 맞바꿨다.
덕분에 우승으로 지명 순서 1번을 받을 확률이 1%에 지나지 않았던 한국도로공사는 큰 무리 없이 최대어를 품을 수 있게 됐다. 또한 본래 지명 순위인 1라운드 7순위에서는 아포짓스파이커 신은지(18·선명여고), 수련선수로 아웃사이드히터와 리베로가 소화 가능한 김미진(18·한봄고)을 추가하면서 뎁스도 보강했다. 김 감독은 "외국인 선수와 아시아 쿼터 선수 모두 아포짓 스파이커에 문정원도 있기 때문에 신은지는 아웃사이드 히터로 생각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중앙에 배유나, 최가은이 있는 상태에서 박정아의 공격력 공백이 걱정된다면 김세빈의 포지션 전환도 고민해볼 수 있다. 더욱이 김세빈은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키가 더 클 가능성이 남아있다. 김세빈은 드래프트 후 인터뷰에서 "190cm까진 컸으면 좋겠다"면서 "미들블로커가 아니라면 아웃사이드히터도 해보고 싶다. (토스를) 잘 받아서 공을 잘 때리는 것도 느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정아 이적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판도를 뒤흔들지도 관심사가 됐다. 올 시즌 여자부는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현대건설과 김연경(35)과 김수지(36)가 있는 흥국생명의 양강 구도로 점쳐졌으나, 우승팀 한국도로공사마저 큰 출혈 없이 전력 보강을 마치면서 우승 경쟁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물론 김세빈이 곧바로 주전으로 자리 잡았을 때의 일이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배구인 DNA에 기대를 걸고 있다. 김세빈은 "속공을 뜰 때 스탭이 빠르다. 롤모델은 배유나 선배님인데 블로킹 스킬과 블로킹 리딩 등 플레이 하나하나를 다 배우고 싶다"며 "부모님으로 인해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부담스럽긴 했는데 그것 또한 이겨내야 한다. 평소 부모님이 내 경기를 보고 잘 안된 점이나 보완할 점을 많이 이야기해 주시는데 엄마의 속공 공격과 아빠의 블로킹 감각을 닮고 싶다. 열심히 노력해서 경기에서 많이 뛰고 신인왕도 노려보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외발산동=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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