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진의 피치 리마인드] '과정'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마이데일리 = 최병진 기자]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이 새겨야 할 교훈이 있다.
최악의 스타트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 부임 후 클린스만 감독은 3무 2패를 기록, 아직까지 ‘1승’도 따내지 못했다.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은 거세졌고, 이제는 외신에서도 경질을 논하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 상황이 놀랍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클린스만 감독이 보여준 모습을 보면 이러한 결과는 예상이 됐다. 어느 하나 정상적인 ‘과정’이 없다.
‘재택근무’ 논란은 이미 축구팬이라면 모두가 알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전과 지도 방식이 달라졌다. 외국에 있더라도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며 스스로를 보호했다. 대표팀 감독으로서 가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의심을 지울 수 없는 발언이다.
한국 대표팀 감독의 해외 생활 반복은 전무후무한 사건의 발생으로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지난 8월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한국 미디어와 줌(ZOOM)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황당한 비대면 만남이다. 또한 이번 9월 A매치 소집도 ‘보도자료’로 퉁쳤다. 선수 선발과 관련해서 클린스만 감독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없었다. 이해가 불가능한 행태의 연속이다.
최근 대표팀의 코칭스태프 변동 상황도 마찬가지다. 유일하게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코치를 맡았던 마이클 김 코치가 9월 A매치를 앞두고 대표팀을 떠났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두리 어드바이저가 맡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마이클 김 코치에게 ‘스카우트’로 직책 변화를 요구했고 마이클 김 코치를 이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팀에서 스카우트는 쉽게 볼 수 없는 직책이다. 오히려 선수 영입이 중요한 프로 구단에 더 적합하다. 대표팀은 국가대항전에 나설 적절한 선수들을 뽑는 게 중요하고 그 일은 감독과 코치가 하면 된다.
마이클 킴 코치가 훈련과 함께 K리그 선수 파악에 주력한 상황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스카우트’로 역할을 제한했다. 이전부터 원했던 차두리 어드바이저를 코치진에 합류시키기 위한 움직임이 아니냐는 물음표는 계속됐고 대표팀의 혼란도 이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경기 내용과 승리가 가능할까. 공부를 하지 않고는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졸전 끝에 웨일즈와 0-0으로 비긴 후 “우리를 테스트할 수 있는 좋은 경기였다. 지금은 세대교체 중이고 스태프들이 계속해서 축구 스타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며 방어적인 태도를 취했다.
과정은 결과를 배신하지 않는다.
클린스만 감독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 클린스만 감독은 분명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고 있고, 이는 ‘역대 축구대표팀 최장 경기 무승 외국인 감독’이라는 역사로 증명됐다.
우리는 2022년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올바른 과정의 의미를 확인했다. 벤투 감독이 추구한 ‘능동적인 축구’는 항상 의심을 받았다. 경기력이 안 좋을 순간도 많았고 월드컵이라는 국제 대회에서의 경쟁력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가득했다. 선수 선발에 대한 논란도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대표팀에서 감독, 코칭스태프, 선수들 모두 자신들이 노력한 시간과 프로세스를 믿었고, 결과적으로 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 언제나 어려움은 있지만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클린스만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내년 1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을 외치고 있다. 글쎄.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대표팀 감독.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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