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한의학도 국제공동연구를 한다고?

손미주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전략부 연구기획팀장 2023. 9.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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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정부 R&D 제도 혁신방안이 공개됐다.

한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20여 년 전부터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를 넘어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포함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우리나라 한의학이 그 역사적 가치와 함께 미래 가치까지 인정받고, 세계적인 의료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지속적인 국제공동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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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주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전략부 연구기획팀장

최근 정부 R&D 제도 혁신방안이 공개됐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R&D'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세계적인 연구그룹과의 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우수한 연구성과를 창출하며, 세계시장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취지인 듯하다.

한의학 분야에서도 국제공동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언급하면 주변에서 의아해하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한의학은 아시아 전통 의학 아니야?" "국제공동연구를 한다면 주로 중국과 하겠지?"라는 등, 한의학과 국제공동연구는 매우 이질적인 조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다. 아마 전통의학 분야는 동아시아가 종주국이라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

전통의학이 동아시아가 종주국인 건 맞지만, 연구 측면에서는 오히려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과학적 방법론을 활용해 한약, 침, 뜸 등 전통 의료법에 대한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국립대체·통합의학센터(NCCIH)를 설치해 대체·보완 의료분야에 대한 기초 및 임상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NCCIH에서 지원받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기관으로는 하버드대와 메릴랜드대 등 유수의 대학 및 연구기관이 포함돼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이다. 노르웨이는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소(NAFKAM)를 설치해 보완대체의학 연구 및 정책, 국제 협력 등을 수행하고 있다. WHO 협력기관이기도 한 노르웨이 국립보완대체의학연구소는 노르웨이 대학교가 함께 침 치료의 효과를 임상적으로 확인하고, 정책 반영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EUROCAM이라는 유럽 내 대체·보완 의학 단체와 협회의 연합체를 구성해 연구, 교육, 홍보 및 정책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NCCIH에서 최근 TARA (Topological Atlas and Repository for Acupoint Research)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경혈(acupoint)에 대해 과학적으로 밝히고자 하는 연구로, 경혈의 체표 위치뿐만 아니라, 피부조직-근막-결합조직-근육을 아우르는 경혈의 해부학적, 생리학적 구조와 기능에 대해 연구하고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향후 침구 연구의 기반을 구축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한편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20여 년 전부터 중국,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를 넘어서 미국과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까지 포함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해 국제공동연구를 진행해 왔다. 하버드대학과 함께 fMRI를 이용해 침구치료 효능 및 뇌과학적 기전 규명을 진행해 오고 있으며, 국제표준화기구(ISO) 전통의학 분야에서 국제표준화 활동을 주도했다.

전통의학 분야만큼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분야도 드물 것이다. 우리나라 한의학이 그 역사적 가치와 함께 미래 가치까지 인정받고, 세계적인 의료분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지속적인 국제공동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우리 한의학 분야가 세계적인 리더로 발돋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손미주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전략부 연구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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