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열매 말랐네…충북 보은 축제 한 달 남았는데 어쩌나[현장에서]
“이런 흉작 처음 겪어” 농가 시름
4년 만에 열리는 지역축제도 비상
“15년 넘게 대추 농사를 해왔는데 이런 적은 처음입니다. 올해가 최악이에요.”
지난 7일 오후 충북 보은군 수한면 발산리에서 대추농사를 하는 이광배씨(74)는 자신의 대추 과수원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2007년부터 4958.6㎡ 규모의 과수원에서 600그루의 대추나무를 키우고 있다. 그는 평소 6t 정도의 생대추를 수확해왔다. 하지만 올해 예상수확량은 3.6t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는 풍작이라고 좋아했었는데...” 이씨는 앙상한 가지만 남은 대추나무를 보며 말했다. 그는 “5~6월에는 날씨가 좋아 꽃도 피고 열매가 열리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7월부터 잦은 비가 내리더니 꽃도 열매도 다 떨어져버렸다”고 했다. 이어 “흉작이 여러번 있었지만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류재철 보은황토대추연합회 회장(70)의 과수원도 마찬가지다. 류 회장은 수한면 성리 3305㎡ 규모 과수원에서 450그루의 대추나무를 키우고 있다.
이날 찾은 류 회장 과수원 대추나무들은 앙상했다. 열매가 맺히지 않아서다. 일부 열매가 맺힌 대추나무도 있었지만 한 가지당 20~30여개에 불과했다. 과수원 바닥에는 수개월 전 나무에서 떨어진 손톱만 한 대추 열매가 말라가고 있었다.
류 회장은 “평소라면 가지 하나당 70~80개의 대추 열매가 열리고, 한 그루당 40㎏ 정도의 생대추를 수확해야 한다”며 “올해는 이상 기후 등으로 생대추 예상 생산량이 평년의 1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고 말했다.
생대추 생산량 급감으로 보은대추축제를 한 달 앞둔 보은군의 고민도 깊다. 보은대추축제는 2007년 시작된 지역 대표 축제다. 올해는 10월13~22일 보은읍 뱃들공원에서 열린다.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대면 축제여서 농민들과 지역 주민들의 기대가 크다.
보은군은 보은대추축제의 판매 대책 등을 마련하기 위해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지역 농가들을 대상으로 생대추 예상 수확량을 조사한다. 보은군이 예상한 올해 생대추 수확량은 994t다. 흉작으로 생대추 생산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1147t, 2017년 1596t, 2020년 1658t보다 크게 줄어든 수치다. 평작이었던 2021년 생대추 예상 수확량(2468t)과 비교하면 59.7%(1474t)나 줄어든 셈이다.
보은군은 이상 고온과 개화 시기에 겹친 장마 등으로 작황이 부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에 따르면 개화시기인 지난 7월 보은에는 무려 800㎜의 비가 내렸다. 7월 7~18일 12일 간 내린 비의 양은 629㎜나 된다. 습도도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88% 수준으로 조사됐다. 습도가 높으면 대추 열매가 제대로 맺히지 않는다는 것이 보은군의 설명이다.
보은군은 유례없는 흉작에 대책 마련을 두고 고심 중이다. 보은군은 행사장에 판매부스를 줄이는 대신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행사를 선보일 계획이다.
류 회장은 “보은 대추축제를 원활하게 개최할 수 있도록 농가들은 생대추 생산량 대부분을 축제장에서 판매할 계획”이라며 “아울러 향후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태양광을 대신할 LED 등과 환기장치를 설치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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