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58만 청약 몰렸던 생숙… 1.5억 마피도 찬바람
[편집자주]아파트값 상승기에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끈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생숙은 호텔, 레지던스와 유사한 숙박시설로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법적 용어는 생활숙박시설이다. 숙박 용도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대출과 세금 등에서 규제가 약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현금부자들이 타깃이기도 했지만 적은 금액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로 소액 투자자들도 뛰어들었다. 높은 아파트값을 감당하기 힘든 서민·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주거가 가능한 시설로 속아 '집'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관련업계가 추정하는 공급 규모만 10만실이 넘는다. 인·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들이 불법 주거를 하는 생숙 소유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드라인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 분양가 10억원 '생숙', 평생 이행강제금 연 1억씩 낼 판
(2) 생숙 인·허가 남발 지자체, 이제 와 "이행강제금 내라"
(3) [르포] 58만 청약 몰렸던 생숙… 1.5억 마피도 찬바람
#. 회사원 김모씨는 2년여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생활숙박시설을 분양받았다. 계약한 물건은 분양 면적 180.96㎡이며 전용 면적은 88.12㎡로 전용률은 49%에 그친다. 계약 당시 분양가는 분양 면적 기준으로 3.3㎡(평)당 2800만원이 넘는 15억원대였고 김씨는 최근 계약금(10%)을 포기한 채 1억5000만원 이상 낮은 13억원대 후반에 매물로 내놓았다. 하지만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이 가격엔 입질도 없다고 귀띔했다. 최초 계약 당시만 해도 분양 담당자가 1억~2억원이 넘는 웃돈이 기대된다고 했던 터여서 상실감이 매우 크다.
정부가 오는 10월15일부터 숙박시설로 사용하지 않는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에 대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방침이어서 전국적으로 10만여실에 달하는 생숙 소유자나 계약자들에게 비상에 걸렸다. 생숙은 일반 아파트 청약과는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재당첨제한, 거주의무 기간, 전매제한 등에서 자유롭다. 특별한 규제가 없다 보니 실수요자부터 투자자까지 생숙 청약시장에 너도나도 모여들었다. 시행업자들은 규제를 피해 오피스텔과 함께 생숙으로 눈을 돌리면서 공급도 크게 늘었다.
롯데건설이 2021년 8월 서울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롯데캐슬 르웨스트'는 10억~20억원대의 고분양가임에도 876실 모집에 57만5950건의 청약이 접수돼 최고 6049대 1, 평균 657대 1의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하지만 정부가 같은 해 10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의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고 주거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정부는 계약자들의 반발을 의식, 생숙을 집처럼 사용하고 있는 거주자에게 부과하는 이행강제금을 2년간 유예했다. 유예기간 종료는 오는 10월14일로 생숙 소유주들은 앞으로 한 달 뒤 이행강제금이란 폭탄을 맞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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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을 비롯한 온라인 상에도 '마피' 매물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수요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자 추가적인 가격 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귀띔했다. 해당 물건을 올린 중개업소들은 "계약자와 상의해 현재 나와 있는 매물가격보다 더 싼 값에 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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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라고도 불린 생숙은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 적용을 받아 장기 투숙객들의 수요에 맞춰 취사와 세탁 시설을 갖춘 숙박시설이다. 공급 주체는 숙박시설임에도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집은 아니기에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폭탄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유혹했다. 이처럼 특별한 규제가 없어 숙박업소가 아닌 주택으로 쓰인 경우도 많은 만큼 변종 주택으로 불렸다.
특히 집값 상승기인 2020~2021년 당시 '주거시설'로 홍보되면서 생숙 청약 열풍이 불기도 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생숙은 계약자들에게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한때 10억원 넘는 생숙을 분양받으려고 했다는 이모씨는 "마피 매물이 나오는 현 시점이 투자의 적기라고 홍보하지만 2~3년 전보다 금리가 대폭 오른 점을 감안하면 투자성이 있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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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 소유자나 계약자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는 건축법 시행령 개정안을 이미 분양했거나 준공한 곳까지 소급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건물가액의 10% 수준의 이행강제금은 소유자들에겐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공시가격 10억원짜리 생숙의 경우 연간 이행강제금이 1억원에 달한다.
이행강제금을 내지 않으려면 생숙을 오피스텔이나 주택으로 용도변경을 해야 하지만 난제가 많다. 무엇보다 개별 계약자가 아닌 건물 전체가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거주자들의 생존권을 위해선 무조건적인 규제 강화보다는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는 항변도 나온다.
한 생숙 계약자는 "규정 개정 전에 이뤄진 계약마저 소급 적용하면서 애당초 상황을 알 수 없었던 수많은 수요자들이 애꿎게 피해를 입게 됐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오피스텔로의 용도변경은 지구단위계획 변경, 주차장 대수에 관한 조례 변경, 학교의 배치 조정 등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이행강제금 부여 시 소유자들은 매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사를 갈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역시 국민 주거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고시원은 주택이 아님에도 주거 용도로 살 수 있는 반면 거주 환경이 양호한 생숙의 주거를 막는 것은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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