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배구 최초 대학생 지명' 이채은은 포기하지 않았다

강서구=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2023. 9. 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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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열린 프로배구 2023-2024 KOVO 여자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페퍼저축은행 수련선수로 뽑힌 이채은 선수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선수는 이번 드래프트에 유일하게 대학생 신분으로 참가했다. 연합뉴스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그렇지 못한 선수는 아쉬움을 삼켰다. 그런데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 눈물을 왈칵 쏟은 선수도 있었다.

바로 유일한 대학생 참가자 광주여대 리베로 이채은이다. 페퍼저축은행은 수련 선수 1순위로 이채은을 데려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채은은 어떻게 대학생 신분으로 드래프트에서 나오게 됐을까.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 메이필드 볼룸에서 열린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부터 4라운드 7순위까지 구단들은 각각 눈여겨본 신인 선수들을 지목했다.

'수련 선수' 지명 차례가 다가왔다. 수련 선수는 4라운드까지 지명되지 못한 선수 중 발전 가능성을 보고 각 구단에서 별도로 지목해 데려가는 선수들이다. 프로야구 육성 선수와 비슷한 '훈련생' 개념이다.

그러나 수련 선수로라도 일단 드래프트에서 지명되면 장점이 있다. 계약 중 잘못을 저질러 구단을 통해 임의 해지되지 않는 이상 방출 이후 FA(자유계약신분) 선수로 전환돼 다른 구단과 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련선수 1순위에 이름을 올린 이채은. KOVO 제공

4라운드까지 이름이 불리지 않은 선수들은 간절했다. 첫 번째로 수련 선수를 지목할 구단은 페퍼저축은행.

조 트린지 감독이 무대 앞으로 나와 "광주여대 이채은"을 불렀다. 이채은은 무대로 올라와 프로의 유니폼을 받고, 이내 눈물을 보였다. 이채은은 이때를 "마지막으로 페퍼 구단에서 저를 뽑아주셔서 정말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눈물만 난 것 같다"고 기억했다. 이어 "드래프트를 두 번째로 낸 건데, 정말 안 되는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다"면서 "작년에 지명을 받지 못해서 대학교로 가서 다시 준비를 했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들려줬다.

이채은은 지난해에도 신인 드래프트에도 도전했지만 지명받지 못했다. 이채은이 이후 선택한 길은 대학 진학이었다. 이채은은 광주여대 스포츠학과에 재학하며 배구부에서 운동했다. 그러면서도 드래프트의 끈을 놓지 않았다.

연합뉴스


이채은은 "광주여대에서 처음으로 드래프트에 도전을 했는데, 대학에선 드래프트에 도전 못 한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지원한 거고, 뽑힐 수 있다는 것도 꼭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후배들에게도 다시 한번 더 도전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광주여대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선 "(광주여대) 최성우 감독님께서 '이번이 끝이 아니다'라고 격려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이유로 감독님께서 다른 대학과 다르게 더 힘든 운동을 시키셨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이채은과 조 트린지 감독. KOVO 제공


조 트린지 감독은 이채은의 어느 면을 중요하게 봤을까. 트린지 감독은 "이채은 같은 경우엔 어제 진행한 테스트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안정적인 리시브를 보여줬고 전체적으로 훈련장에서 좋은 역할을 해줄 수 있을 선수라고 생각됐다"며 "활기찬 선수"라고 지명 이유를 밝혔다.

이채은도 "저는 일단 운동을 좋아해서 파이팅 있는 선수가 꿈이었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코트 안에선 기술이 아니어도 파이팅으로 돋보이고 싶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롤 모델을 묻자, 주저 없이 같은 팀 같은 포지션 선배가 될 오지영을 뽑았다. 이채은은 "제가 가게 되는 페퍼저축은행 오지영 선수가 롤 모델"이라며 "지영 언니가 파이팅 있는 모습이 저는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그 뒤를 잇고 싶은 마음"이라고 답했다.

드래프트 참가 선수들. KOVO 제공


프로배구 출범 뒤 여자부에서 대학생이 지명받은 사례는 한 번도 없었다. 이채은은 그래서 지명받지 못한 19명 선수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을 향해 "작년에 드래프트 지명이 되지 못했을 때는 정말 배구를 포기를 해야 되나 싶었다"면서도 "자신감으로 가지고 다시 지원하면 좋겠다"고 위로했다. 그러면서 "이번 드래프트가 끝이 아니고 기회는 계속 있으니까 될 때까지 지원을 했으면 좋겠다"고도 조언했다. 

강서구=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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