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숙 인·허가 남발 지자체, 이제 와 "이행강제금 내라"
[편집자주]아파트값 상승기에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끈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생숙은 호텔, 레지던스와 유사한 숙박시설로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법적 용어는 생활숙박시설이다. 숙박 용도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대출과 세금 등에서 규제가 약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현금부자들이 타깃이기도 했지만 적은 금액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로 소액 투자자들도 뛰어들었다. 높은 아파트값을 감당하기 힘든 서민·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주거가 가능한 시설로 속아 '집'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관련업계가 추정하는 공급 규모만 10만실이 넘는다. 인·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들이 불법 주거를 하는 생숙 소유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드라인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 분양가 10억원 '생숙', 평생 이행강제금 연 1억씩 낼 판
(2) 생숙 인·허가 남발 지자체, 이제 와 "이행강제금 내라"
(3) [르포] 58만 청약 몰렸던 생숙… 1.5억 마피도 찬바람
정부는 2021년 10월15일부터 2023년 10월14일까지 2년 동안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에 대해 주거형 오피스텔로의 용도 전환을 허용, 투자자들의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줬다. 특히 바닥난방 설치 기준도 대폭 완화해 줬다. 즉 주거형 오피스텔의 경우 전용면적 85㎡ 이하에만 바닥난방을 설치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용도를 바꾸는 생숙에 대해선 그 이상 면적도 바닥난방을 허용한 것이다.
주거형 오피스텔로 전환한 생숙은 이행강제금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구분 소유자(건물 한 동의 일부만 소유함) 모두 건물 전체 공용 부분의 용도변경에 동의해야 한다. 따라서 각각 분양을 받아 개별등기로 돼 있는 생숙의 특성상 쉽지 않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지구단위계획 변경 등 지방자치단체의 허가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지자체별로 주차 대수 규정도 다르기 때문에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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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은 국제공항 출입국 수요와 송도국제도시의 부동산 폭등으로 생숙 공급이 활발한 지역으로 꼽힌다. 인천시의 조사 결과 송도국제도시 4522실을 비롯해 총 1만4000여실의 생숙이 건축됐다. 이 중 용도변경을 완료한 사례는 아직 없다. 부동산 업계 한 관계자는 "서울 도심과 인천, 관광지가 있는 부산과 강원 양양군 등에 생숙 공급이 많았다"며 "관광수요가 늘어난 서울 명동과 부산 해운대, 광안리 등에는 정식으로 숙박업을 신고해 수익을 내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 여행 비수기의 공실 문제가 발생하고 운영업체와 분쟁을 겪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생숙 건축을 이유로 사업비 대출 보증이 이뤄지지 않아 난관에 봉착한 사례도 있다. 서울 성북구 '신월곡 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아파트 2244가구, 오피스텔 498실, 생활숙박시설 198가구 등을 짓는 주상복합으로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음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비주거시설 비율이 전체 공급금액 대비 20%를 초과한다는 이유로 사업비 대출 보증 심사에서 내부 규정에 따라 사업부지 신탁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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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자체가 사후의 불법 주거를 제재하더라도 실효성 있는 단속이 이뤄지기는 힘들다. 소유주의 실거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지만 지자체 공무원의 현장 방문이나 공과금과 카드 사용 내역 등의 입증 방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민 신고 등을 받고 신고된 주소로 방문해 불법 주거 여부를 조사해야 하는데 거주자가 고의로 응답하지 않거나 사람이 살지 않는 척 위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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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전세자금대출과 전세보증보험 등 전세보호제도의 혜택을 받을 수 없어 당장의 비용 절감을 위해 선택했음에도 전세사기 피해자가 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리스크를 안고 계약을 하다 보니 임대인 입장에선 시세 대비 낮은 가격으로 거래를 유인하는 셈이다.
생숙 분양 계약자가 시행사를 상대로 계약 취소와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사례도 있다. 법무법인 일신 강남분사무소에 따르면 인천의 생숙 분양 계약자 A씨 등은 각각 1000만원의 보증금을 내고 중도금 지급 일자가 지난 후 허위 광고와 하자 사실을 발견했다. 분양 광고에서 '복층'으로 소개된 공간이 실제론 '다락'으로 시공됐고 준공 승인이 당초 예정보다 5개월 지연됨에 따라 무리한 공사를 진행, 누수와 균열 등 하자가 발생한 것이다. A씨 등은 분양계약 취소와 계약금 지급 이후의 지연손해금에 대해 부당이득 반환을 요청해 계약 취소가 인정됐고 계약금 중 각각 74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었다.
하재섭 법무법인 일신 강남분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A씨 등 7명의 의뢰인은 해당 생숙에 입주를 계획했지만 분양계약 당시에 안내받은 내용과 상이해 사실상 입주가 불가한 상태였다"면서 "분양자(시행사)는 중도금 납입일이 지났다는 이유로 계약 파기의 책임이 계약자에게 있다고 주장했으나 이는 민법상 채무불이행을 사유로 계약 해제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법원의 판단으로 전원 조정 결정에 의해 분양계약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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