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가 박정훈 대령에게 한 말 [편집국장의 편지]

차형석 기자 2023. 9. 11. 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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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던 해병대원 채 아무개 일병(상병 추서)이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9월4일 박 대령과 함께한 군 사망사건 유가족 중에는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도 있었다.

박정훈 대령은 법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한다.

윤승주 일병 사건, 이예람 중사 사건이 한국 사회를 조금씩 변화하게 만들었고, 그 바뀐 자리에 지금 박정훈 대령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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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시사IN〉 제작을 진두지휘하는 편집국장이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입니다. 우리 시대를 정직하게 기록하려는 편집국장의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9월4일 고 이예람 공군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왼쪽 악수하는 이)와 박정훈 대령(오른쪽).ⓒ시사IN 이은기

지난 7월19일 경북 예천에서 호우 피해 실종자를 찾던 해병대원 채 아무개 일병(상병 추서)이 급류에 휘말려 숨졌다. 구명조끼도 없이 해병대원들은 ‘인간 띠’를 만드는 수색 작업에 투입되었다. 현장에 도착한 채 상병의 아버지가 군 관계자에게 말했다. “구명조끼가 그렇게 비싼가요?” 안전대책도 없이 장병들을 수색 작업으로 내몬 군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때만 해도 이 비극적 사건이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수사 외압 논란으로 이어질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9월4일 박정훈 대령의 ‘보직해임 집행정지 신청’ 심문 출석길에 군 사망사건 유가족들이 동행했다. ‘윤 일병 사건’으로 알려진 고 윤승주 일병의 매형도 있었다. 2014년 4월, 육군은 구타로 인해 사망한 윤승주 일병의 사인을 ‘냉동만두를 먹다가 질식사한 것’(기도 폐쇄에 의한 뇌손상)으로 특정하고 공소장을 제출했다. 군검찰은 가해자들의 죄명을 상해치사로 적었다. 그해 7월 군인권센터의 폭로로 윤 일병의 사인이 선임들의 폭행 때문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사인이 ‘과다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좌멸증후군’으로 바뀌고, 적용 죄명도 살인으로 변경되었다. 군 수사에 대한 불신을 증폭시킨 사건이었다.

9월4일 박 대령과 함께한 군 사망사건 유가족 중에는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도 있었다. 이예람 중사는 공군 제20전투비행단의 부사관이었다. 2021년 3월2일, 군대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했고, 두 달 뒤 관사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성추행 가해자를 포함해 관련자 15명이 기소되었지만 부실 수사 의혹이 제기되었고, 결국 특검으로 이어졌다. 군에서 발생한 사망사건을 다룬 첫 특검이었다. 관련자 8명이 추가 기소되었고, 현재 재판 중이다. 이 사건 이후에 군사법원법이 개정되었다. 군 사망사건 중 범죄가 의심되는 경우 등 3대 범죄는 민간 경찰이 수사하고 민간 법원에서 재판하게 되었다. 바뀐 법에 따라 군은 조사 중 범죄 혐의를 인지하면 ‘지체 없이’ 사건을 이첩해야 한다. 박정훈 대령은 법에 따라 임무를 수행했다고 말한다. 이주완씨는 박 대령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

윤승주 일병 사건, 이예람 중사 사건이 한국 사회를 조금씩 변화하게 만들었고, 그 바뀐 자리에 지금 박정훈 대령이 서 있다. 이예람 중사 사건을 담당해 취재했던 정치팀의 이은기 기자가 요즘 박정훈 대령 사건을 쫓아다니고 있다. 이번 호에 실렸고, 다음 호에도 실릴 예정이다. 이 사건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독자분들도 주목해주길 청한다.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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