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10억원 '생숙', 평생 이행강제금 연 1억씩 낼 판
[편집자주]아파트값 상승기에 고수익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끈 생활형숙박시설(생숙)이 고사 위기에 몰렸다. 생숙은 호텔, 레지던스와 유사한 숙박시설로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에 따른 법적 용어는 생활숙박시설이다. 숙박 용도로 인·허가를 받았지만 대출과 세금 등에서 규제가 약해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로 투자자들을 현혹했다. 현금부자들이 타깃이기도 했지만 적은 금액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로 소액 투자자들도 뛰어들었다. 높은 아파트값을 감당하기 힘든 서민·중산층 실수요자들이 주거가 가능한 시설로 속아 '집'으로 선택하기도 했다. 피해는 고스란히 계약자들에게 돌아가게 됐다. 관련업계가 추정하는 공급 규모만 10만실이 넘는다. 인·허가를 내준 지방자치단체들이 불법 주거를 하는 생숙 소유자에게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는 데드라인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1) 분양가 10억원 '생숙', 평생 이행강제금 연 1억씩 낼 판
(2) 생숙 인·허가 남발 지자체, 이제 와 "이행강제금 내라"
(3) [르포] 58만 청약 몰렸던 생숙… 1.5억 마피도 찬바람
#. 생활숙박시설 분양권 '급매'. 매매·임대 가능.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9000만원. 부가가치세 환급.
최근 수개월 새 인터넷 포털에는 생활숙박시설(이하 '생숙') 분양권의 매매·임대 광고 게시물이 우후죽순 등장했다. 서울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도심은 물론 인천 영종도, 강원 양양군 등 관광지에도 생숙 매물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중고물건 거래 사이트에서 생숙 매물 광고가 횡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생숙은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으로 취사와 세탁이 가능하도록 설계된 숙박시설이다.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아 장·단기 투숙만 할 수 있다. 하지만 30일 이상 주거용으로 사용했음을 입증한 경우 2021년까지는 예외를 인정해 전입신고를 허용했다.
무엇보다 청약통장 없이 분양받을 수 있고 전매 제한이 없다 보니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단기 매매'(단타)를 노린 투기수요가 몰렸다. 이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2021년 국토교통부는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 생숙의 주거 사용을 금지했다. 다만 2년 동안 주거형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하지 않는 유예기간을 뒀다. 유예기간 종료는 오는 10월14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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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숙은 이 같은 규제를 피할 수 있는 허점이 있었다. 아파트와 유사한 설계에 전매제한 규제가 없어 교육 인프라와 주차장 부족 문제 등이 있음에도 실수요자까지 뛰어들었다. 주거형 오피스텔과 비교해 생숙의 최대 메리트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으면서 전입신고가 가능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나 종합부동산세 중과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과밀학급 문제가 발생하고 주차난 등 주민 민원이 빗발침에 따라 정부는 생숙을 규제하기에 이르렀다. 2023년 10월14일 이후에도 생숙을 주거용으로 사용하다가 적발되면 건축법상 시가표준액(공시가격)의 10.0% 범위에서 위반 내용에 따라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공중위생관리법상 미신고 행위도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 된다.
종부세율(0.5~5.0%)보다 훨씬 높은 연 10.0%의 이행강제금을 평생 내게 된 꼴이다. 양도세율 역시 기본세율(6~45%·실거래가 기준)로 이행강제금이 매해 부과되는 점을 고려하면 더 많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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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국토부는 추후 정책 업무에 참고할 수 있으나 현재로선 구제 방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령 해석에 따라 다른 건축물 용도와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하고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법 지키는 사람은 다 바보냐'라는 근원적인 문제로 고민이 많다"면서 "다만 이행강제금은 평생 부과되는 것이므로 계약자들의 저항감을 이해하고 실거주 또는 실제 피해자에 가까운 분들에 대해 감경이나 구제 등 여러 접근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 소리를 마냥 외면할 수는 없다"면서 "거칠게 접근하기보다 다각도로 고민하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행강제금 면제나 감경이 인정되더라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일부 지자체가 생숙으로 전입을 장려하기까지 한 사실이 알려졌고 일부 사례를 제외하면 용도변경을 위해 주차장 확대와 소방 설비 등 건축기준 변경, 지구단위계획 변경이 필요해 정부가 처벌 소급 적용을 한 것은 정책 오류"라고 지적했다. 그는 "구제 방안이 마련돼 이행강제금을 피할 수 있다고 해도 앞으로 생숙은 불법 건축물로 낙인 찍혀 매매·임대 거래에 어려움이 생기고 대출 회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노향 기자 merr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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