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진짜 '금융 수퍼앱' 없는 이유는

이경남 2023. 9. 11.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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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송금에서 시작한 금융앱, 계좌관리 까지
차별성 사라진 금융앱…자산관리 기능이 '핵심'
올인원 금융앱 등장 위해선 '법 개정' 필요

요즘 금융앱은 참 편합니다. 하나의 앱에서 주요 거래 금융기관의 계좌 현황 및 결제 내역, 송금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모든 기능이 모여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금융회사는 '금융 수퍼 앱' 이라면서 하나의 앱에서 모든 금융생활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까지 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분명합니다. '알아서 척척' 해주는 똑똑한 기능은 도입되고 있지 않아서입니다. 일부 금융 소비자들은 금융앱에 가장 원하는 부분으로 알아서 자산관리를 해주는 기능을 꼽기도 했습니다.

점점 편해지고 똑똑해지는 금융앱, 그러나 진짜 금융소비자들이 원하는 이런 기능이 탑재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단순한 기술적인 문제만은 아닙니다. 이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간편송금에서 계좌관리까지 진화하는 금융앱

금융권 관계자들은 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이 크게 바뀌게 된 계기중 하나로 간편송금의 등장을 꼽습니다. 굳이 은행을 방문하지 않거나 인터넷 뱅킹, 모바일 뱅킹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쉽게 송금이 된다는 사실에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환호했습니다.

이제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 곳곳에 뿌리를 내린 '토스'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간편송금으로 시작해 '편하다'는 입소문을 타고 고객을 끌어모은 것이 결정적이었습니다. 토스 측은 올해 6월 기준 월간활성화 이용자 수(MAU)가 1510만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금융권에서 가장 압도적인 숫자입니다. 가장 대중적인 금융앱이 됐다는 얘기입니다.

토스의 성장을 눈여겨 본 금융권은 굳게 닫혀있던 금융권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시했습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금융권의 규제 장벽을 서서히 철폐했고, 민간 금융회사는 적극적인 투자로 '편리한 금융생활'을 위한 금융앱을 내놓기 시작했습니다. 규제 해소와 민간 회사의 투자가 서로 시너지를 내면서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 환경은 크게 변화했습니다. 

화룡점정은 정부가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한 '금융권 마이데이터 산업'입니다. 금융.소비자가 금융정보의 주권을 갖고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 내 금융정보를 관련 사업자들이 조회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에 따라서 금융소비자는 자주 사용하는 금융앱에서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계좌 내역, 대출 내역, 결제 내역 등 금융정보를 한 번에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차별성' 희석된 금융앱 

최근 금융앱을 쓰다보면 사용자 인터페이스나 활용 경험이 몇년전에 비해 매우 편해졌다는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겁니다. 하지만 여러 금융앱을 쓰다보면 회사별 특색을 느끼기는 힘들겁니다.

예를 들어 현재 주요 은행들의 앱이나 빅테크 기업의 앱을 사용하다보면 제공하는 서비스가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울 겁니다. 실제 대부분의 금융 앱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는 전 금융권 계좌조회, 간편송금, 타사 금융상품 가입 등 대동소이 합니다. 

자연스럽게 금융소비자는 익숙했던 자주 사용하는 앱만을 사용할 겁니다. 금융회사들이 제공하는 자산관리 서비스가 특색이 없다보니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 겁니다.'금융 수퍼앱' 등장에 필요한건 '법 개정'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서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눈에 띄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린 세대들이 금융앱을 결정할 때 '신경쓰지 않아도 자동으로 관리되는 기능'을 가장 선호한다는 조사 내용입니다. 

이 조사결과는 1020세대가 주요 사용하는 '유스금융앱'에 한정된 조사결과지만 금융권에서는 연령대를 높여 조사한다 하더라도 자산관리를 알아서 해주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내 자산 정보'를 모두 조회할 수 있도록 하는 권한을 줬으니 이를 '잘 굴려주는 기능'에 대한 수요는 분명하다는 겁니다.

금융회사들 역시 이러한 기능을 하루라도 빨리 추가하고 싶어합니다. 그리고 얼마나 안정적으로 자산을 관리해 주느냐는 그 회사의 경쟁력과 차별성으로도 나타날 수 있고 고객을 더욱 끌어모을 수 있으니 관련 기술 개발에도 매진할 태세입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이 포함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 '법'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자산 투자를 온전하게 맡기는 '투자일임'에 대한 경계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령에 따르면 투자일임업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투자자문사, 선물회사 등만 가능하도록 해놨습니다.

즉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은행 앱이나 빅테크 앱에서 투자를 맡기는 기능은 법적으로 엄격하게 금지돼 있습니다.

이같은 법은 금융업 환경 변화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로보어드바이저로 불리우는 인공지능 투자 서비스 입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기업은 투자일임업이 가능한 기업뿐 입니다. 고객의 자산을 위임 받아 투자를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막 태동했을때 관련 기업들은 모두 은행과의 제휴를 바탕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길 희망했지만, 법의 규제에 막혀 증권사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핵심 금융업권인 은행권이 아닌 증권업계에서 활발하게 사용되는 이유입니다.

금융당국 역시 이같은 점을 인지하고 은행 등에게도 투자일임업을 허용해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좀처럼 쉽사리 결론은 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증권업계 등이 투자일임업의 허들을 내리면 '생존'이 힘들다고 내걸면서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는 것이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단순히 현재 투자일임업을 펼치고 있는 업계와 그렇지 않은 업권과의 밥그릇 싸움이라고 봐서는 안됩니다. 규제가 완화되면 금융소비자 보호가 느슨해진다거나 우리나라 금융산업의 근간인 전업주의가 무너지는 계기가 되어 금융산업 전체가 혼란에 빠질 가능성도 있어서 입니다.

금융소비자들의 편리한 금융생활이냐 금융업의 질서유지냐 라는 딜레마에서 올바른 해답은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하는 시점입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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