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쭉한 물건만 봐도 겁나요"…잇단 범죄에 1인 점포 자구책 비상

김예원 기자 윤주영 기자 2023. 9. 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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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걸음만 비틀거려도, 긴 물건만 들고 있어도 떨려요."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김모씨는 최근 주머니에 작은 호신용 무기를 넣고 일하는 습관이 생겼다.

경기 화성에서 아내와 교대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3)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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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노래방 등 흉기난동 기승…호신용 무기 적극 구매
경찰 정당방위 인정에 소극적…"그저 달래 보내는 수밖에"
서울의 한 편의점에 손님들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2023.5.17/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윤주영 기자 = "손님이 걸음만 비틀거려도, 긴 물건만 들고 있어도 떨려요."

서울 강서구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20대 김모씨는 최근 주머니에 작은 호신용 무기를 넣고 일하는 습관이 생겼다. 소규모 점포에서 흉기 난동이 잇따르자 스스로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에서다.

김씨는 "막상 무슨 일이 생기면 무기를 꺼낼 틈도 없을 것 같다"면서도 "밤에 일하니 술 취한 사람, 욕설 퍼붓는 사람과 마주할 일이 많은데 주머니에 호신용 무기가 있는 것만으로도 약간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편의점, 식당 등 소규모 점포에서 흉기 난동이 잇따르자 자영업자나 직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일 저녁 경기 시흥의 한 식당에서 40대 주인이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6일 서울 서초구의 편의점에선 너클을 끼고 유리창을 두드리는 식으로 점원을 협박한 50대 남성이 붙잡히기도 했다.

경기 화성에서 아내와 교대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모씨(43)도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아내가 근무하던 시간대에 취객이 흉기를 흔들며 위협해 겨우 돌려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다행히 내가 곧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손님을 내보냈지만 큰일 나는 줄 알았다"면서 "외국처럼 카운터에 손님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해야 하나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강모씨(44)는 "침대 시트를 가는 등 혼자 방을 왔다 갔다 할 때가 많다"며 "카운터가 유리로 막혀 있지만 그래도 여기서 갑자기 칼부림이 생기면 어떡하나 겁이 나서 비상벨 설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잭나이프와 방검복을 사는 등 더욱 적극적으로 대비하는 자영업자도 많다. 자영업자들이 많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스프레이, 비상벨부터 보디캠, 방검복 등의 사용 후기를 공유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대한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오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서울 종로구 먹자골목의 모습. 2022.5.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하지만 이런 시도에 실효성이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흉기를 든 상대를 향해 호신용품을 사용했다가 도리어 폭행 등 피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전 동구에서는 흉기를 들고 달려든 70대 남성을 발로 차 제압한 편의점주에게 경찰이 피의자로 소환하겠다고 통보했다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정당방위를 인정해 불기소 처분했다.

자칫하면 피해자가 피의자로 둔갑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부 자영업자는 이도 저도 할 수 없다고 난감해한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강모씨(60)는 "손님이 행패를 부려도 함부로 대응하면 안 된다"며 "그저 달래 보내는 수밖에 없다"고 혀를 찼다.

홍성길 대한편의점주협의회 정책국장은 "돈을 뺏기면 보험 처리라도 되지만 흉기를 휘두르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며 "비상벨 등 대책이 있어도 사후 처방일 뿐 예방책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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