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 '인상자제' 공감하지만"…식품·외식업계 '속앓이'
원유 인상에 배달앱·올리브유 쇼크…"생산자물가 관리 필요"
(서울=뉴스1) 서미선 기자 = 식품·외식업계가 추석을 앞두고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요청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표했다. 물가안정 기조에는 동참한다는 얘기다.
다만 흰우유 재료인 원유(原乳) 가격 인상에 올리브유, 생닭 등 원재료 가격 상승, 배달앱 플랫폼 비용 증가 등 이미 가격 압박 요인이 쌓여 있어 고심이 깊은 분위기다.
11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한훈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8일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식품·외식업계 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최근 발표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보면 가공식품은 6.3%, 외식은 5.3%로 전체 3.4%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간담회엔 김상익 CJ제일제당(097950) 총괄, 황성만 오뚜기(007310) 대표이사, 이병학 농심(004370) 대표이사, 김성용 동원F&B 대표이사, 황종현 SPC삼립 대표이사, 김광수 동서식품 대표이사 등 식품사 12곳이 참석했다. 외식업계에선 윤진호 교촌에프앤비(339770) 대표이사, 이재욱 피자알볼로 대표이사 등 10개 업체가 참여했다.
식품·외식업계는 하반기 가격인상을 하지 않거나, 하더라도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등 협조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기업들이 얼마나 감내할 수 있을지가 문제다.
유업계는 출산율 저하와 우유 소비 감소 등 영향에 흰우유 가격 인상을 자제해달라는 정부 요청이 더해지며 하반기 실적에 경고등이 들어왔다.
원유의 올해 기본 가격은 L당 88원 오른 1084원으로 최종 결정됐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10월부터 흰우유 1L 제품 출고가를 대형할인점 기준 3% 인상하기로 했다. 원윳값 상승률은 8%대지만 출고가 인상폭은 최소화한 것이다.
업계 점유율 1위 서울우유가 이처럼 결정하며 다른 유업체도 흰우유 1L 가격이 3000원을 넘지 않는 선에서 출고가를 결정할 전망이다. 이같은 가격이 적용되면 4분기(10~12월) 수익성은 하락할 수 있다.
외식업계에선 원재료비 및 배달비 부담 증가를 호소하고 있다.
올여름 최악의 가뭄으로 세계 올리브유 생산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스페인에서 올리브유 가격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튀르키예 정부는 자국에서 생산한 올리브유 수출을 11월까지 3개월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 외식업체 관계자는 "톤당 2500~3000유로에 사오던 올리브유가 공급물량 감소로 4배 넘게 올라 원료비 급상승 부담에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외식 부문 최종소비자가격을 낮추려면 정부의 생산자물가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생산자물가지수는 전월대비 4~6월 3개월 연속 내리다 7월 0.3% 올라 상승전환했다.
치킨업계는 치킨값을 낮추려면 닭고기 가격부터 안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치킨 원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은 닭고기가 차지한다. 최근 사룟값 안정에도 ㎏당 1500~1700원이었던 닭고기는 3200원선까지 올랐다고 한 치킨업체는 전했다.
가맹점 사업자의 경우 배달 플랫폼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체 매출에서 배달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잖은데 플랫폼에 드는 비용이 많아질수록 수익성은 낮아져 가맹점 사업자가 본사에 가격 인상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자물가가 인상되면 가맹점 공급가를 올리기 어려워 그 영향을 본사가 감내하게 되는데 생산자물가는 잡지 않고 외식물가만 잡으려는 것 같다"며 "가맹점주가 가격인상을 요구하는데 본사가 계속 거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고 했다.
농식품부는 간담회에서 '업계 팔 비틀기'는 아니라며 일단 선을 그었다. 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업계 관계자는 "인상 요인이 있으면 인상하되, 가격이 오르면 안 사게 되는 현상이 있으니 잘 판단해 적절하게 인상하는 게 맞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오고 갔다고 전했다.
또 한 차관이 기획재정부 출신인 만큼 정책적인 부분에서 소통할 역량이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정부는 기업의 원가부담 완화를 위해 필요시 할당관세 품목을 확대하고 면세농산물 등에 대한 의제매입세액 공제한도 상향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smit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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