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주 수입원은 유상증자예요...” 여름철 개미 울린 유증 폭탄, 연말까지 계속된다
유가 상승에 물가 꿈틀… 채권시장 동요
금리 부담에 유증 택하는 기업 늘어
“주가 악영향 어쩌나” 주주는 불안
하반기 들어 유상증자(신주를 발행해 자본금을 늘리는 것)로 운영 자금을 확보하려는 기업이 늘었다. 치솟는 국제유가가 채권 금리 상승을 부추겨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을 키운 탓이다. 앞으로가 더 우려된다. 주요 산유국이 감산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유상증자를 택하는 기업이 당분간 늘어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상증자가 주가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우려하고 있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8월 공모 방식의 유상증자를 진행한 상장 기업은 총 25곳이다. 특정 주주를 대상으로 한 제3자 배정 방식은 제외한 수치다. 같은 기간 기업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은 2조2732억원으로 집계됐다.
유상증자는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활발했다. 25개 기업 가운데 10개사(40%)가 7~8월 두 달간 유상증자를 마쳤다. 대기업의 조(兆) 단위 유상증자도 늘었다. CJ CGV와 SK이노베이션이 각각 1조200억원,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도 2조원대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9월 들어서도 유상증자 열기는 뜨겁다. 현대지에프홀딩스가 유상증자로 33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들어 유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총 22곳에 이른다.
이런 분위기는 높아진 채권 금리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8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795%, 10년물 금리는 3.895%를 기록했다. 금리가 높아지면 기업은 채권을 통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채권 금리 상승은 국제유가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0.67달러(0.8%) 떨어진 배럴당 86.8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상승세를 유지하다 10거래일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는 11월물 브렌트유 선물 종가도 전장 대비 0.68달러(0.75%) 내린 89.92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단기간에 유가가 급등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조정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사우디·러시아 등 산유국이 연말까지 감산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유가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
당분간 채권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유가가 오르면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고, 채권 시장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아직은 자본시장 내 유동성이 풍부해 자금 조달을 원하는 기업의 유상증자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유상증자 기업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가 주가에는 단기 악재로 여겨져서다. 유상증자로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의 지분 가치는 그만큼 희석된다. 지난 6월 CJ CGV는 유상증자 공시를 결정한 이후 주가가 일주일 동안 33.86% 떨어졌다. SK이노베이션 주가도 유상증자 결정 이후 일주일간 13.20% 내렸다.
전문가들은 유상증자가 주주에게 불리하게만 작용하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증자로 조달한 자금의 쓰임새에 따라 향후 주가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투자 목적이라면 해당 기업의 사업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일 뿐이고, 대부분 증자 폭탄을 떨구면 기업 가치가 떨어진다. 채무 상환이나 운영 자금 용도일 때는 주가 하락 폭이 더 크다. 회사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과 CJ CGV 주가가 떨어진 배경에도 채무 상환이 있었다. 두 회사는 채무 상환에 각각 3500억원, 3800억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혀 투자자의 원성을 샀다.
강민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기업이 부채 때문에 유상증자를 한다면 주가가 떨어지겠지만, 신규 설비 투자나 공장 신설 등이 목적이라면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올라가기도 한다”며 “개인 투자자는 유상증자의 목적을 반드시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했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5년 전 알테오젠이 맺은 계약 가치 알아봤다면… 지금 증권가는 바이오 공부 삼매경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
- 반도체 업계, 트럼프 재집권에 中 ‘엑소더스’ 가속… 베트남에는 투자 러시
- [단독] 中企 수수료 더 받았다가 시정명령… 불복한 홈앤쇼핑, 과기부 행정訴 패소
- 고려아연이 꺼낸 ‘소수주주 과반결의제’, 영풍·MBK 견제 가능할까
- 무비자에 급 높인 주한대사, 정상회담까지… 한국에 공들이는 中, 속내는
- 역대급 모금에도 수백억 원 빚… 선거 후폭풍 직면한 해리스
- 금투세 폐지시킨 개미들... “이번엔 민주당 지지해야겠다”는 이유는
- ‘머스크 시대’ 올 것 알았나… 스페이스X에 4000억 베팅한 박현주 선구안
- [단독] 김가네 김용만 회장 성범죄·횡령 혐의, 그의 아내가 고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