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부터 웹드라마까지… 유튜브로 ‘잘파세대’ 공략하는 은행

김수정 기자 2023. 9.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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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 웹드라마 조회수 3000만회
행원 토크쇼·스케치 코미디·먹방으로 소통
“딱딱한 이미지 탈피하고 미래 고객 선점”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 2023를 공개했다. /KB국민은행 제공

최근 브이로그(V-log·일상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영상 콘텐츠)나 웹드라마 등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하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은행이 늘고 있다. 유튜브 영상에 친숙한 ‘잘파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태어난 Z세대와 2010년 이후 출생한 알파세대의 합성어)’ 고객을 겨냥해, 젊고 친근한 브랜드 이미지를 강조하려는 목적에서다.

1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웹드라마 ‘광야로 걸어가 2023’을 공개했다. 이 드라마는 아바타 ‘케이’가 살고 있는 가상세계 광야를 배경으로 꿈과 사랑에 대해 고민하는 주인공의 로맨스 판타지를 다루고 있다. 이 드라마에는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걸그룹인 에스파 멤버들이 출연했다. KB국민은행은 드라마 출시 한 달 반 만에 누적 조회수가 3000만회를 넘어서며 큰 흥행을 거뒀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은 또 인기 유튜버 ‘숏박스’와 협업해 ‘KB국민은행X숏박스’라는 콘텐츠도 제작했다. 숏박스는 현실 커플, 남매 등을 생생히 묘사하는 ‘스케치 코미디’로 잘파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숏박스 멤버들이 새내기, 이별, 직장인을 주제로 스케치 코미디를 하며 KB국민은행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해 게재했다. 해당 시리즈 영상은 모두 조회 수 100만회를 넘기며 흥행에 성공했다.

우리은행도 잘파세대를 타깃으로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해 왔다. 우리은행에서 근무하는 행원들이 직접 출연하는 ‘은근남녀+’는 라이프스타일, 연애, 소비습관, 노후자금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이 밖에도 우리은행은 소개팅을 통해 젊은 세대의 경제 관념을 소개하는 ‘초면에 실례지만’, 은행 약관을 백색소음(ASMR)으로 소개하는 ‘3초 딥슬립 ASMR’ 등도 제작했다.

신한은행은 동네 배달 맛집을 검증하고 추천하는 먹방 콘텐츠 ‘식구땡’을 선보이고 있다. 신한은행은 자체 배달앱 ‘땡겨요’의 리뷰를 바탕으로 맛집을 선정한다. 출연진은 식당 음식에 대한 평가를 내리고 주문 요령 등을 소개한다.

하나은행도 스케치 코미디 ‘하나연금닥터’를 통해 자사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또 두 룸메이트가 동고동락하는 웹드라마 ‘아슬아슬 룸메이트’, 하나은행 행원의 토크쇼인 ‘하나톡티비’ 등의 콘텐츠를 제작 중이다.

왼쪽부터 하나은행 '아슬아슬 룸메이트', 우리은행 '은근남녀+', 신한은행 '식구땡'. /각 사 제공

시중은행이 제작하는 유튜브 콘텐츠의 주요 타깃은 잘파세대다. 잘파세대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환경에서 성장한 만큼 영상 매체가 친숙하다. 이들은 TV, 잡지 등 전통적인 매체보다 유튜브, 틱톡 등 스마트폰 기반 소셜미디어를 선호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유튜브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는 4115만명으로 나타났는데, 이 중 상당수 사용자들이 잘파세대인 것으로 집계됐다.

시중은행이 잘파세대 공략에 공을 들이는 데는 인터넷전문은행과의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목적도 있다.

현재 잘파세대는 딱딱하고 오래된 이미지의 시중은행보다 젊은 감각을 내세운 인터넷은행에 더 친숙함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카카오뱅크의 청소년 선불카드 ‘미니’ 가입자 수는 지난 6월 말 기준 180만명에 이른다. 토스의 청소년 선불카드인 ‘유스 카드’도 지난 6월 말 기준 116만장이 발급됐다. 미니, 유스 카드 가입자 수는 각각 전체 만 14~18세 인구의 77%, 50%에 달한다.

은행들은 미래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해 젊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청소년기에 첫 거래하는 은행이 성인이 된 후 주거래 은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만 19~20세 미니 이용 고객 중 계좌까지 카카오뱅크에서 개설한 고객의 비중은 7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 관계자는 “딱딱하고 어려운 금융 관련 정보나 지식은 잘파세대가 흥미를 느낄 만한 주제는 아니다”라며 “미래 잠재 고객이 될 이들을 공략하려면 흥미 위주의 콘텐츠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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